조립식 가구로 유명한 이케아(IKEA)에서는 ‘행복한 가정’이란 게 뭔지를 꾸준히 연구해 왔다. 스웨덴을 기반으로 홈퍼니싱을 추구하는 세계적인 기업으로서 당연한 노력이다. 타이어 기업으로 유명한 미쉐린이 식당 및 여행이란 콘셉트로 미슐랭 가이드를 설립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어쨌거나 지난 10년간 전 세계 25만 명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집에서 어떻게 생활하는지 이케아는 연구 분석했고 그 결과물이 ‘라이프 앳 홈(Life at Home Report) 보고서’다.  여기 한국인들에 관한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있어서 소개한다. 2023년 작년 조사에서 전 세계 사람들의 43%가 집은 우리가 긴장을 풀고 재충전하는 공간이라고 여긴다고 했다. 당연히 예상할 수 있는 결과다. 우리가 집에서 수건 마냥 널브러져 있는 가장 큰 이유는 휴식과 재충전을 위해서다. 한국 사람들에게도 집은 그렇다. 무려 53%가 휴식을 집에서 성취감을 느끼는 요소로 꼽고 있다. 전 세계 1위의 수치다. 그렇다면 한국인에게 집은, 이를테면 함께 사는 사람들에게는 소속감을, 나아가 지역 사회 사람들과는 연대감을 느끼게 하는 안식처라야 한다. 같이 사는 가족이라면 당연히 그렇다. 〈응답하라 1988〉같은 드라마를 봐도 그렇다. 그런데 웬걸, 나온 결과물에 따르면 한국인들은 안 그런가 보다. 흥미롭게도 한국 응답자들은 ‘집에서 함께 사는 사람들과 웃는 것’이 생활의 즐거움이나 활력이 된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고작 14%밖에 안 된다고 한다. 이는 전 세계 최하위 수치다. 아니, 집은 소중한데 같이 사는 사람들하고는 그렇지 않다고? 고개가 갸웃해진다. 한편 숙면은 집이 줄 수 있는 선물 같은 거다. 바쁘고 스트레스 많은 세상에 푹~ 잘 자는 거야말로 최고의 휴식이자 재충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인들은 ‘홀로’ 자는 걸 숙면의 핵심 요소로 여긴다. 무려 30%가 말이다. 이 수치 또한 전 세계 1위다. 함께 사는 집에서 혼자 자야 한단다. 바꿔 말하자면 내 숙면에 어쩌면 가족들은 방해가 될 수도 있다는 소리처럼 들린다. 아참, 전 세계 최하위가 또 있다. 겨우 18%의 한국 응답자만이 가족과의 좋은 관계가 집에서 정신 건강을 유지하는 데 중요하다고 한다. 잠깐만요. 한국인들이 이렇게 말했다고요? 보고서를 위한 설문 조사에 참여한 한국인이 1,006명이나 된다니 거짓 정보는 아닐 테다. 이상한 건 또 있다. 단 9%의 한국 응답자만이 이웃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집에서의 소속감을 느낀다고. 이 또한 세계 최하위 수치다. 결국 우리 한국 사람들은 집에 홀로 있을 때(방 안에서 홀로 있을 때 포함) 가장 행복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이케아 측은 한국인은 사생활(프라이버시)과 자신만의 공간에 대한 집착(!)이 다른 나라보다 큰 편이라고 해석했다. 한국 사회가 서양보다 공동체 삶을 더 상위 개념으로 여긴다는 건 편견이라고 주장하지만 쉬이 동의하기 어렵다. 노래방, 찜질방, 게임방… 우리는 원래 잘 모이고 함께 노래하며 남의 사정(숟가락 수 포함)에 관심이 많은 민족이다. 그러면 한국인들은 방에서 뭘 하면서 행복함을 느낄까? 우리 아들 녀석을 보면 하루 종일 핸드폰만 만지작대더라. 화장실 간 사이에 녀석의 폰을 만져보면 아주 그냥 뜨끈뜨끈하다. 핸드폰은 아예 녀석과 한 몸이다. 아들도 한국인이니 아마 우리는 각자 방에서 핸드폰이나 노트북으로 드라마를 몰아보거나, 영화나 노래를 보고 들으며 행복감을 느끼고 있을 거다. 대한민국은 명실상부 개인사회, 심지어 나노(nano:10억 분의 1의, 아주 작은)사회다.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개인적으로 IT 기술의 발달과 그 한국적 활용력이 각자의 방에 더욱 집중하게 되는 동력이 아닐까 상상해 본다. 핸드폰을 들고 있는 인간은 그 자체로 완전하다. 모르는 건 인터넷에 검색해 보면 되고, 나이가 더 어리다면 유튜브 동영상에서 원하는 자료를 얻을 것이고, 배고프면 배달앱을 켜기만 하면 된다. 손에 핸드폰만 들려 있으면 뭐든 할 수 있어 방은 그야말로 자기 충족적(self-fulfilling)이다. 디지털 시대와 자기실현에 대한 추구로 한국은 오늘도 독특한 문화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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