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국내외 정세만큼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계미년(癸未年) 끝자락은 벌써 저만치 물러갔지만, 가버린 해의 아쉬움과 분노는 갑신년(甲申年) 새해 벽두 희망을 바라는 우리 앞에서 끈질기게 그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지난 1년 경주를 돌이켜보면 변화와 안주, 주장과 아집, 무원칙과 집단 이기주의 잔상이 그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 2002년 7월 출범한 백상승 시장 체제가 반년을 정비하면서 내놓은 부자도시 경주 만들기 밑그림은 분명 변화를 싫어하는 공직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백 시장의 코드에 맞는 인사들은 그에게 적잖은 박수와 격려로 경주의 변화를 기대한 반면 상대적으로 소외된 이들은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지난 1년 백 시장의 경주호는 변화의 연속선상에서 마치 아무 장애물의 저지를 받지 않고 질주하고 있는 자동차 같았다. 그렇다보니 백 시장을 뒷받침해야 하는 공직자들은 그 코드를 찾다가 지치기 일쑤였고 곳곳에서 과부하가 걸리고 있는 형국이다.
자동차가 과속으로 질주하면 연료가 많이 들고 사고 위험 또한 훨씬 높다. 그래서 곳곳에 과속방지 카메라를 설치하고 위험한 곳에는 요철을 만들어 과속으로 인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 있다.
비록 백 시장의 경주호가 잘 달리는 자동차로손 치더라도 연료소비를 최소화하면서 달리는 기술이 필요하며 위험도로에서는 브레이크를 밟아 속도를 줄여야 한다.
이제 숨가쁘게 달리는 백 시장의 경주호가 안전한 운행을 하도록 제동장치를 가동해야 할 시점이다.
경주호의 가장 큰 제동장치는 경주시의회다.
경주시와 쌍벽을 이루고 있는 경주시의회는 제도적으로 집행부(경주시)의 가장 큰 라이벌로 보아야 한다. 그러나 지난 1년 동안 경주시의회는 경주호가 안전운행을 하도록 하는 역할에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새로운 의회상 정립이라는 구호에도 불구하고 의원들간의 반목은 대의보다는 작은 이익에 더 집착하여 갑론을박(甲論乙駁)하는 모습으로 일관했다.
지방자치시대에 대의기구인 시의회에 거는 시민들의 기대는 컸다. 그러나 그 큰 기대만큼 경주시의회는 역할을 다 했는지 자문해야 한다. 그리고 경주호에 무노동(無勞動) 무임승차(無賃乘車)할 것이 아니라 안전운행을 잘하고 있는지 곁에서 끊임없는 노력으로 `건전한 견제`라는 제동을 걸어야 한다.
개개인의 실리보다는 대의를 위한 건전한 견제만이 경주호가 희망찬 운행을 계속할 수 있다. 물론 그 역할의 중심에는 경주시의회가 당연히 있어야 한다.
한때 경주지역을 활기차게 했던 시민단체는 어디 있는가? 지난 1년 동안 가장 큰 변화 중에 하나는 시민단체의 점잖은(?)활동이다.
경주시를 책임지고 있는 경주시와 경주시의회의 활동에 지역의 시민단체들은 코드정책에 코드를 맞춘 것인지 `견제`라는 코드를 찾지 못했는지 침묵의 연속이었다.
만일 지난 1년 동안의 침묵이 코드를 맞춘 것 때문이라면 과부하가 걸리기 전에 뽑아야 할 것이고 코드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침묵했다면 스스로 역량을 높여야 할 것이다.
비판하기를 두려워말고 비판받기를 싫어하지 말아야 한다. 비판하기를 두려워하는 것은 용기가 없는 것이고 비판받기를 싫어하는 것은 그릇의 한계를 내 보이는 것이다.
비록 경주호가 잘 달리더라도 안전운행을 위한 주위의 견제 노력이 없다면 과속으로 인한 연료낭비와 되돌아 올 수 없는 잘못된 목적지 도착의 책임은 누가 지는가?
갑신년 새해는 모두가 제자리에서 본연의 역할을 하는 한해가 되어 올바른 경주발전상을 만드는데 힘을 모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