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스가 신곡을 발표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그 비틀스 맞다.〈Yesterday〉나 〈Let it be〉등 공전의 히트를 친 영국 최고의 그룹 말이다. 근데, 이상하다. 이들은 이미 1970년대 공식적으로 해체를 한 팀 아니었나? 그것도 네 명이었던 멤버가 지금은 둘밖에 남지 않았다고 들었는데? 난 비틀스 하면 자연스레 딱정벌레 차가 떠오른다. 도로에서 우연히 비틀스를 보기라도 하면 ‘아, 난 언제 저 차 한번 타보나?’하는 생각은 어김없이 빨간색 딱정벌레를 타고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는 나를 상상하곤 한다. 물론 옆자리엔 내 마누라가 타고 있다. 아참 그거 아는가, 폭스바겐 비틀스의 운전석 옆에는 꽃 한 송이를 꼽을 수 있게 비커처럼 생긴 꽃병이 있다는 사실. 강한 엔진음과 싸늘한 철판이라는 자동차 물성에 꽃 피운 휴머니티가 살아 숨 쉬는 자동차 아닌가. 로맨티시스트라면 한 번쯤은 타봐야 할 자동차라고 감히 생각해 본다. 어쨌거나 신곡 제목은 〈Now and Then〉이다. 문리적(文理的)으로 해석하면 ‘지금과 그때’이지만 맥락적(脈絡的)으로 보면 ‘때때로’, ‘가끔’ 내지 ‘이따금씩’ 같은 뉘앙스다. 이 곡은 팀이 공식 해체되고 나서 우울해진 마음의 존 레논이 작곡한 곡이다. 그가 연주한 피아노 반주에 그의 독특하고 몽환적인 목소리를 입힌 곡이다. 내용은 그의 오랜 친구(또는 연인)에게 사과를 보내는 사랑 노래다. 사실이란 걸 알아요/전부 다 당신 덕분이란 걸/그리고 만약 내가 해낼 수 있다면/그건 모두 당신 덕분이란 걸//때때로/우리가 다시 시작해야 한다면/우린 알게 되겠죠/내가 당신을 사랑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임을요// 노래 가사와 달리 비틀스의 재결합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27년 만에 햇빛을 보게 된 노래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멤버들마다 주어진 시간이 달랐다. 살아있는 폴 메카트니(82)와 링고 스타(84)의 시간은 현재 진행형이지만 존 레논과 조지 해리슨의 시간은 이미 멈춰버렸다. 뿐만 아니라 기타리스트인 링고 스타는 리바이벌 작업에 진작부터 반대해 왔다. 예전 테이프의 음질은 인공지능의 도움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존 레논의 유족들이 우연히 존 레논 집에서 발견한 데모 테이프에는 피아노 반주에 맞춰 흥얼거린 이 노래가 담겨 있었다. 인공지능은 핀셋처럼 보컬 트랙과 피아노 트랙을 분리해 냈고 특히 보컬 파트 음질을 최적의 상태로 뽑아냈다. 그 결과 비틀스의 〈나우 앤 덴〉은 영국 공식차트 1위를 차지했다. 54년 만의 쾌거다. 메인보컬이 죽은 지 무려 43년이나 된 그룹의 노래로 만든 기적과도 같은 일이다. 이 곡의 탄생 과정을 담은 12분짜리 미니 다큐멘터리에는 30대 존이 기타를 신나게 치고 있었다.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강렬했다. 그 옆에 여든두 살의 폴 메카트니가 그를 백업하고 있다. 물론 합성이다. 그 뒤로 젊은 링고와 지금의 늙은 링고 스타가 교대로 드럼을 치고 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장면이 전혀 이질적이지 않은 건 이들 네 명이 우리 마음속에 여전히 살아있기 때문이다. 이 뮤직비디오는 비틀스 팬들뿐만 아니라 세계 음악사적으로도 상징적인 사건이다. 글자 그대로 ‘나우 앤 덴’이라면 이런 모습일 테다. 지난 추억을 ‘지금’ 떠올리며 흐뭇해하고 또 앞으로 있을 일을 ‘지금 여기’서 상상하니 평범한 일상이 사실은 비범하고 비일상적임을 말이다. 그게 나우 앤 덴이다. 2023년 11월 공식 발매되었던 신곡은 새해가 밝았으니 이미 ‘지난’ 노래가 되었다. 이따금씩/당신이 그리워져요/오, 가끔은/당신이 제 곁에 있어줬으면 해요/언제나 내게로 돌아와 줬음 해요/ “우리 모두가 그 곡을 연주했으니 진정한 비틀스 곡입니다. 2023년에도 여전히 비틀스 음악을 작업하고 대중이 들어보지 못한 신곡을 발표하다니 즐겁습니다” 남아있는 폴 매카트니가 한 말이다. 〈나우 앤 덴〉의 부활에 가장 부정적이었던 링고도 “레논과 다시 함께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순간이었던 만큼 우리 모두 감격스럽다”고 했다. “마치 레논이 옆에 있는 것 같았어요” 우리도 마찬가지다. 과거는 현재랑 별개로 존재하지 않음을 배운다. 우리가 기억하고 회상하지 않은 한 과거는 더 이상 과거가 아님을 우린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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