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이 검은 옥대를 가져와서 바쳤다. (중략) “왕께서 이 대나무를 가져다가 피리를 만들어 부시면 천하가 화평해질 것입니다. 왕(신문왕)의 아버님(문무왕)께서는 바다속의 큰 용이 되셨고, 유신공은 다시금 천신이 되셨습니다. 두 성인이 한마음이 되어 값으로 따질 수 없는 큰 보물을 내어 저를 시켜 바치게 한 것입니다”」 신문왕 2년(282) 5월 16일 동해안 이견대 앞의 산(섬)에서 벌어진 장면으로 󰡔삼국유사󰡕 기이 만파식적조의 기록이다. 계속해서 「17일에 기림사 서쪽 냇가에 이르러 수레를 멈추고 점심을 먹었다. 태자 이공(효소왕)이 궁궐을 지키다가 이 일을 듣고 말을 달려와서 하례드렸다. 천천히 살피더니 “이 옥대의 여러 쪽들은 모두 진짜 용입니다”. “네가 어찌 아느냐?”고 왕이 말하자 태자가 “쪽 하나를 떼어 물에 넣어 보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왼편 두 번째 쪽을 떼어 시냇물에 담그니, 용이 되어 하늘로 올라갔다. 그 땅은 연못이 됐는데 용연(龍淵)이라 부른다.」 신라 역사 속에서 용에 얽힌 전설이 자주 나타난다. 처용은 동해 용왕의 일곱 아들 중 하나였고 수로부인이 강릉으로 가던 중에 용이 붙잡아 가자 구해낸 이야기도 있다. 또 거타지에게 나타난 노인[西海若]도 서해 용왕이었다. 2024년, 올해는 청룡(靑龍)의 해라고 하여 유별스레 띠에 대한 가치 부여가 높다. 경기가 좋지 않고 정치권에 대한 기대 심리가 좌절되다시피 하니 더욱 그런지도 모르겠다.  용은 사신(四神)의 하나로 동쪽을 수호하며 오행 중 나무(木)와 봄을 관장하며 청색을 상징한다. 비와 구름, 바람과 천둥 번개를 비롯한 날씨와 기후, 식물도 다스린다. 또 모든 생명의 탄생을 관장하는 역할도 가지고 있다. 12지, 열두 띠(동물) 가운데 유일하게 상상 속의 동물로 기린, 봉황, 거북과 더불어 사령(四靈)의 하나다. 이러한 용은 고대 이집트, 바빌로니아, 인도, 중국 등 인류 문명의 4대 발상지에서 모두 나타난다. 세계의 여러 민족은 시대와 사회환경에 따라 다양한 용의 모습을 상상하였고, 그 용이 발휘하는 조화능력을 신앙해 왔다. 중국의 문헌인 󰡔광아(廣雅)󰡕 익조(翼條)에 용의 모습을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용은 인충(鱗蟲) 중의 우두머리로서 그 모양은 다른 짐승들과 아홉 가지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다. 즉, 머리는 낙타와 비슷하고, 뿔은 사슴, 눈은 토끼, 귀는 소, 목덜미는 뱀, 배는 큰 조개, 비늘은 잉어, 발톱은 매, 주먹은 호랑이와 비슷하다. 아홉 가지 모습 중에는 9·9 양수(陽數)인 81개의 비늘이 있고, 그 소리는 구리로 만든 쟁반(銅盤)을 울리는 소리와 같고, 입 주위에는 긴 수염이 있고, 턱 밑에는 명주(明珠)가 있고, 목 아래에는 거꾸로 박힌 비늘(逆鱗)이 있으며, 머리 위에는 박산(博山)이 있다.」 또한 󰡔관자(管子)󰡕 수지편(水地篇)에는 「용은 물에서 낳으며, 그 색깔은 오색을 마음대로 변화시키는 조화능력이 있는 신이다. 작아지고자 하면 번데기처럼 작아질 수도 있고, 커지고자 하면 천하를 덮을 만큼 커질 수도 있다. 용은 높이 오르고자 하면 구름 위로 치솟을 수 있고, 아래로 들어가고자 하면 깊은 샘 속으로 잠길 수도 있는 변화무일(變化無日)하고 상하무시(上下無時)한 신이다.」라 표현했다. 청룡(靑龍)은 한자 문화권의 상상의 동물로, 파란색 또는 초록색을 띤 용을 의미하며, 다른 색의 용들에 비해 유명하다. 같은 푸른 창(蒼)자를 써서 창룡(蒼龍)이라 부르기도 한다. 전설에서는 용이 도를 깨우치면 비늘의 색이 파란색이나 초록색으로 변해 청룡이 된다고 한다. 사신 가운데 가장 존엄하고 고귀한 존재이고 심해 용궁에 살며 하급 용들의 수장이라고 한다. 풍수지리에서는 동쪽에 흐르는 물을 놓으면 청룡의 힘을 끌어내 길조가 된다고 전해진다. “물주쇼!, 물주쇼!. 용왕님네 물주쇼!. 뚫이라!, 뚫이라!. 물구멍만 펑펑!.” 정초가 되어 풍물단이 마을의 안녕과 발전을 빌러 다닐 때 상쇠잡이가 하는 선창 소리이다. 풍물단이 동네를 돌 때 반드시 우물가에 들러 주위를 빙빙 돌면서 빠른 농악을 울리다가 갑자기 뚝 그치고 나서 상쇠가 우물을 향하여 외치던 기원의 주문이다. 이처럼 경주도 이제 물받아서 펑펑 뚫렸으면 좋겠다. 경주의 신라시대 지명은 ‘새벌(동쪽 벌판)’이었다.  ‘셔블’에 가깝게 발음하는 고유명사에서 수도를 일컫는 보통명사화로 되고 지금의 ‘서울’ 지명이 되었다. 동쪽을 지키는 수호신인 용, 그것도 청룡의 해를 맞이하여 동쪽 땅 경주가 대도약 하였으면 한다. APEC(아시아 태평양 경제협력체) 개최 도시로 선정되어 승천하였으면 한다. 용의 순우리말은 ‘미르’인데 경주의 ‘갑진년(甲辰年)’이 값진년이 되고 ‘미르’가 미래(未來)까지 이끌어 주었으면 한다. 󰡔역경(易經)󰡕 문언전(文言傳)에 ‘풍운지회(風雲之會)’라는 말이 있다. 용이 구름을 타고 범이 바람을 만난다는 말로서 영웅호걸이 시기를 타서 큰 뜻을 이룰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뜻이다. 또 ‘비룡재천(飛龍在天) 이견대인(利見大人)’이라 하여 나는 용이 하늘에 있으나, 대인을 만나야 이롭다는 뜻이다. 곧 총선이 다가온다. 제대로 된 사람을 알아보고 세우는 일이 우리 경주시민, 즉 대인의 몫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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