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역사와 고고학에 관심이 많다. 개인적으로 선호도가 다르기는 하겠지만 고조선, 고구려, 신라, 백제, 발해, 고려 및 조선이 주 대상이다. 근래 고려와 거란의 관계를 주제로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TV 사극이 그러한 사정을 잘 말해준다. 개인에 따라 다르지만 중·고교시절 국사나 세계사는 어렵다고 생각되는 수학, 물리, 화학보다는 접근하기가 쉬워서 공부하기 비교적 편하다. 선생님들께서 수업시간 중간중간에 교과서에는 나오지 않는 여러 가지 역사 뒷얘기가 흥미진진한 탓도 있을 것이다.
역사는 영어로 ‘history’인데 이것을 분해 해 보면 ‘his’ + ‘story’ 로써 결국 ‘남성들의 이야기’로 풀이된다. 일부 여성 연구자들은 이 단어에 이의를 제기하여 ‘herstory’(여자들의 이야기)라고 부르자고 주장한다. 어쨌든 ‘역사’는 ‘과거 사람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부담 없이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고고학은 역사시대 이전 선사(先史)시대를 다루는 학문이다. 인류 역사의 99.9%를 차지하고 있는 문자 발명 이전의 유물과 유적을 대상으로 연구한다. 근래는 전공과 개인의 관심도에 따라 역사시대를 대상으로 고고학 자료에 문헌 기록을 접목(接木)하여 ‘역사고고학’이라는 틀에서 연구를 하기도 한다. 고고학은 땅속에 묻혀 있으면서 이제까지 알려져 있지 않은 과거 사람들의 집자리나 무덤 혹은/그리고 유물을 발견함으로써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특히, ‘헤리슨 포드’가 출연한 영화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가 고고학 연구자들 생성에 적지 않게 기여하였다. 그러나 미국 대학 교양 고고학 수업에서 이 영화 일부를 학생들에게 상영하여 주기도 하는데 고고학은 이 영화 주인공처럼 해서는 ‘절대 안 된다’는 것을 인지시켜주기 위함이다. 고고학은 인디아나 존스처럼 보물 사냥을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역사와 고고학은 과거의 인간을 연구한다는 측면에서 학문 성격상 사촌으로 간주된다. 이 두 학문에서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무엇인가. 한때 역사 연구는 ‘있는 그대로’를 밝히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고 이는 현재에도 해당된다. 역사 연구 그 자체가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과거를 연구해서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는 측면이다. 어떻게 해서 그것이 가능한가. 여기에는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同一過程說]는 한 가지 전제가 있다. 바꾸어 말하자면 ‘과거-현재가 같다’는 말이고 이는 ‘현재-미래도 같다’는 것으로 말할 수 있다. 그래서 역사는 반복된다고 흔히들 말한다. 반복된다는 것은 과거나 지금 발생한 사건이 미래에도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면, 오늘 뜨는 해는 어제, 그저께 그리고 작년과 수 만 년 전에도 떴고 내일, 모레, 내년 그리고 먼 미래에도 뜨기 때문에 예측이 가능하다. 규칙성과 정형성(定型性)이 있기 때문이다. 과거 우리나라 사람들은 1960-1970년대까지 산에서 토끼, 노루, 혹은 고라니를 잡아먹었다. 이들을 잡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 동물들이 다니는 길목에 덫을 놓아야 한다. 왜? 대부분의 동물들은 항상 다니는 길로만 다니는 습성(習性)이 있기 때문에 이를 예측해서 덫을 설치하는 것이다. 연어의 귀소(歸巢) 본능을 이용하여 치어를 풀고 성체가 되어 돌아오기를 기다린다. 뻐꾸기의 탁란(托卵), 강남을 오가는 제비, 철새들도 모두 일정한 습성과 정형성을 가지고 있어 예측이 가능하다.
사람도 동물이기 때문에 정형성과 규칙성 그리고 습성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인간의 속성 때문에 역사는 반복되며 따라서 어느 정도 미래 예측이 가능한 것이다. 고고학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전통마을은 배산임수(背山臨水)의 정형성을 가지고 있다. 겨울에 마을 뒷산은 매서운 북서풍을 막아주고 남으로 난 집들은 따뜻한 햇볕을 하루종일 받을 수 있다. 마을 앞의 내[川]는 농사지을 수 있는 물을 제공하고 적의 공격에 대비하기 위한 자연 해자(垓子) 역할을 한다. 이러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습성과 정형성은 지금도 계속되어 냉난방이 완비된 최고급 아파트라고 하더라도 남향집을 선호한다.
고고학 연구자들은 이러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정형성을 고려하여 과거 조상들의 집자리, 마을, 그리고 무덤과 유물을 찾는다. 일반인들이 발굴장에서 하는 말이 ‘여기에 이런 것이 있는 줄 어떻게 알았어요’ 하며 신기해한다. 역사와 고고학을 공부하는 매력은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