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상황이라면 여러분은 누구를 응원하겠는가? 밀워키 벅스 소속으로 키가 2미터가 넘는 아데토쿤보 선수는 페이서스를 상대로 무려 64점이나 득점했다. 55년의 구단 역사상 한 경기 최다 득점이다. 개인은 물론이거니와 팀에게도 기념비적인 농구공을 아데토쿤보 선수가 가져가는 건 당연해 보였다.
그런데 그 농구공은 아무리 찾아봐도 안 보인다. 주인이 분명한 공을 누가 가져간다는 게 말이 안 되는 상황인데 공이 없다니! 그러다 상대팀에서 공을 챙겨갔다는 소리에 이성을 잃어버린 아데토쿤보와 동료들은 상대팀 라커룸엘 쳐들어갔고 급기야 몸싸움까지 했다. 어쨌거나 화제의 공을 챙겨 왔던 까닭은 이날 ‘데뷔 마수걸이’ 득점에 성공한 오스카 치브웨를 축하하기 위해서라고.
과연 공은 누구 손에 넘어가야 할까? 프로 무대에서 첫 득점을 한 신인선수일까, 아니면 최고 득점을 한 백전노장한테 가야 할까? 의견이 분분하다. 샤킬 오닐 같은 유명 선수는 공은 당연히 아데토쿤보 꺼라 주장했고 또 어떤 구단주는 루키의 첫 득점이야말로 평생에 한 번 뿐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둘 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공은 하나라서 둘로 나눠 가질 수 없다.
야구계에서 2023년 최고의 이슈를 꼽으라면 단연코 오타니 쇼헤이 선수의 LA 다저스 계약 건이다. 그가 누구이던가. 보기 드물게 선발 투수 겸 지명타자로 투타를 겸업한다. 세계 최고수들이 득시글거리는 프로 세계에서 던지고 치고 달리고 혼자 다 한다. MLB 역사상 최초의 만장일치 MVP 2회 수상이 그 증거다. 아시아 출신으로 최초의 홈런왕이 되었지만 여전히 겸손하고 연습벌레이며 철저한 자기 관리는 한결같다. 상대 선수의 부러진 배트를 직접 주워서 배트 보이에게 건네기도 한다. 심판의 오심 판정이나 불쾌할 수 있는 부정투구 검사에도 담담하게 웃으면서 대처한다. 한국의 대표 투수였고 지금은 감독인 선동열도 그를 두고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선수’라고 극찬한다.
아무튼 그런 대스타가 세계 프로 스포츠 역사상 최대 규모의 계약을 따냈다. 그 유명한 리오넬 메시(축구),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축구)의 연봉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이슈가 된 부분은 10년 동안 다저스에서 계약금의 딱 3%만을 받고 뛴다는, 이상한 계약 내용이다. 그 말인즉 나머지 97%는 은퇴 이후에나 받겠다는 말이다. 즉 계약이 종료되는 2034년부터 40년 동안 매년 1천만불(약 132억원)을 받는다는 조건이다. 이는 사실 명백한 편법이다.
다저스 입장에서는 오타니에게 지급해야 할 8900억원 이상의 돈으로 지금 당장 다른 우수한(그만큼 몸값이 비싼) 선수들을 영입할 수 있다. 오타니 선수 본인도 마찬가지다. 은퇴하고 나서 캘리포니아주(州)를 벗어난다면 엄청난 소득세를 피할 수 있게 된다. 천문학적인 세금을 아끼기 위해서라면 할 말 없다. 하지만 법을 교묘히 악용한 이기적인 거래라는 점에서 못내 아쉽다. 버려진 휴지를 주우면서도 ‘남들이 무심코 흘린 운(運)’을 줍는 거라며 성직자처럼 살아왔던 오타니가 맞나 싶다. 들리는 소문에 오타니가 지급유예 조항을 먼저 제안했다고 한다. 아마 다저스가 구단을 운영하는 데 있어서 숨통을 터주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그렇게 믿고 싶다.
하지만 씁쓸하다. 왠지 낭만이 없어진 느낌이다. 그래서 준비(?)했다. 세상에서 가장 쿨한 남자’라는 유튜브 영상이다. 어느 조용한 펍(pup:선술집)에 갑자기 무장 강도가 들이닥친다. 총을 겨누며 돈 내놓으라고 위협한다. 겁에 질린 손님들과는 달리 상남자(토니)는 맥주 마실 2달러뿐이라며 버틴다. 기분이 상한 강도는 핸드폰을 뺏으려 한다. 그러나 그는 거절한다. 오히려 반격인가, 총구 앞이지만 토니는 무심히 담배에 불을 붙인다. 바닥에 엎드린 사람들은 숨을 죽이고 이 광경을 지켜보는데, 우리의 주인공은 자신에게 총을 겨누던 강도한테 맥주 좀 꺼내달라고 한다. 웃기는 건 또 그 부탁을 고분고분 들어주는 무장 강도다. 이쯤 되면 누가 상남자인지 모르겠다. 어쩜 둘 다 상남자라 할 수 있으려나. 돈 뺏는 강도를 칭찬하는 건 좀 억지스럽지만, 누가 져야만 누군가 이기는 스포츠 세계와 달리 낭만과 여유가 있지 않는가! 아, 아닌 모양이다. 노래 가사처럼 쿨~하지 못해서 유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