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전부터 가을이면 경주의 핫플레이스로 부상해 많은 관광객들이 찾고 있는 서면 도리마을 은행나무숲이 사라질 위기에 맞닥뜨렸다. 은행나무숲 소유주가 지난 17일부터 이곳에 식재된 은행나무를 베어내기 시작하면서 숲 전체가 없어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소유주가 은행나무를 베어내는 사유는 그동안 제기돼왔던 민원 때문으로 알려졌다. 높이 자란 은행나무로 인해 일조량이 부족해 인근 농지의 작물 성장에 피해를 입고 있다는 민원이다. 이로 인해 주민들은 수년간 피해보상과 시세보다 높은 토지 매입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이곳 은행나무 벌목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22년 3월에도 같은 이유로 소유주는 주변 농지와 가까운 부지의 은행나무 1000여그루를 베어내기도 했었다. 하지만 갈등은 계속 이어져 왔고, 견디다 못한 소유주가 이번에 은행나무숲 전체를 벌목하기로 결심했다는 것이다. 소유주에 따르면 이곳 은행나무숲은 선친의 뜻에 따라 오랜 기간 가꾸어 왔다고 한다. 그러면서 세월이 지나 전국적인 명소가 됐고, 마을에 도움이 되고자 매년 수익 없이 사비로 관리해왔다. 하지만 주민들로부터 피해보상 등의 요구와 비난까지 감수하기가 어려웠다고 토로한다. 은행나무숲이 사라지면 그간 경주시가 예산을 투입해 완료하거나 추진 중인 사업들이 영향을 받을 것이 자명하다. 경주시는 지난 2020년 예산 5억2000만원을 투입해 도리1리 공영주차장을 조성했다. 또 심곡지 둘레길 조성사업은 예산 55억원을 들여 길이 2.5km의 둘레길과 저수지를 가로지르는 구름다리를 조성 중이다. 이중 올해 상반기 내로 2차 사업인 둘레길이 완공될 예정이다. 이들 사업은 직간접적으로 은행나무숲과 연계돼있어 자칫 ‘앙꼬 빠진 찐빵’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2022년 첫 벌목 당시 경주시는 위탁관리 등을 염두에 두고 사유재산인 이곳 부지를 공적 관광자원으로 매입을 검토했지만, 전국적으로 사례가 없어 해결방안을 찾지 못했다. 그렇다고 손을 놓아서는 안 된다. 은행나무숲이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타며 가을철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고, 인근 주민들은 농산물 직거래와 먹거리 장터 운영 등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만한 핫플레이스를 다시 조성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더 이상의 벌목이 진행되지 않도록 해야 할 이유다. 지금이라도 시는 은행나무숲이 사라지기 전 숲을 살릴 묘안을 서둘러 찾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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