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最古(?)의 인쇄물. 백만탑다라니경 有感!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 등잔밑이 어둡다했나? ‘일본의 문화’하면 백제를 통해 불교를 전래 받았고, 우리나라에서 건너간 스님들과 장인들에 의해 불교문화예술이 꽃 핀 우리보다 문화후진국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일본의 문화재는 대부분 우리나라로부터 강탈해 간 것이고, 있다해도 우리문화재에 비해 수준이 떨어지는 것으로 안다. 그러나 조금만 냉정하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면 우리의 어리석음이 그대로 드러난다. 일본문화하면 우선 고구려 영양왕 21년(610년)에 일본에 파견된 담징스님의 호류지(法隆寺) 금당벽화가 떠 오른다. 호류지(法隆寺)는 용명(用明)천황이 질병치유를 기원하기 위해 창건을 마음먹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해 숨졌는데 누이인 추고천황과 섭정인 성덕태자가 유지를 받들어 607년에 완공된 절이다. 담징의 금당벽화는 중국의 돈황석굴, 불국사 석굴암과 더불어 동양 3대 미술품이었는데, 1949년 1월 26일 금당에 불이나 벽화가 모두 소실되었으며, 지금은 일본화가 14명이 담징의 그림을 재현 해놓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일본의 역사기록에 의하면 아스카(飛鳥)시대 지어진 호류지(法隆寺)는 670년에 불이나 타버렸고, 나라(奈良)시대 후기인 711년에 다시 건립된 것이다. 711년에 호류지(法隆寺)가 중건될 때 담징스님이 계속 일본에 살았다면 나이가 최소한 백 스무살 정도는 되었을텐데, 현실적으로 그 나이에 그런 그림을 다시 그릴 수 있었을까? 냉정히 생각하면 1949년 불에 타 없어질 당시의 호류지(法隆寺)의 금당벽화는 실제는 담징의 그림이 아니었을 가능성이 높다. 설사 창건 당시엔 그렸다해도 670년 화재 때 타버렸을 것이다.우리의 일반 상식을 완전히 뒤집는 충격이다. 그리고 지난 20일 오후 2시. 국립경주박물관 특별전 ‘일본의 불교미술’ 개관을 앞두고 강당에서 일본 나라국립박물관장의 특강이 있었는데, ‘백만탑 다라니경’을 소개하면서 ‘세계 最古의 인쇄물‘이라고 하는데 깜짝 놀랐다. 아니 세계 最古의 인쇄물이라면, 석가탑 보수때 나온 ‘무구정광대다라니경 (751년이전 제작추정)’으로 알고 있는데, 아무리 경주와 자매도시인 일본의 나라시의 국립박물관장이라해도 20년 이상의 연대차이를 무시하고 ‘백만탑다라니경’을 ‘세계 最古의 인쇄물’이라고 저렇게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까? 다라니경은 탑을 조성한 다음 불경을 염송함으로써 성불한다는 뜻에서 이루어진 경전(기도문)으로서, 탑 속에 이를 수납하는 것이 풍습으로 되어왔다. 일본의 ‘백만탑’이란 764년 일어난 에미 오시카츠의 난 이후의 동란을 수습하기 위해 쇼토쿠 천황이 발원하여 770년에 완성한 백만기의 소탑(小塔)을 말한다. 당초 토다지(東大寺)등 십대사찰(十大寺)에 10만기씩 안치되었으나, 현재는 호류지(法隆寺)에 전하는 4만 수천기만 남아 있다. 이 중 3기와 다라니경이 이번에 경주로 귀한 나들이를 했다. 삼층 옥개와 기단으로 이루어진 탑신부와 상륜부를 분해할 수 있으며, 탑신부에는 세 번째 옥개의 정상부터 수직으로 구멍이 파여있어 그 안에 다라니경을 한 권씩 넣은 뒤 상륜부의 한단을 구멍에 끼워 뚜껑으로 삼고 있다. 이 중의 1기의 바닥에 묵서가 있는데 768년 4월22일이라는 제작일이 기록되어 있다. 문제는 제작년도 표기여부이다. 일본의 ‘백만탑다라경’에는 년도를 표시하는 글자가 있는데, 석가탑 안에서 나온 ‘무구정광대다라니경’에는 년도를 표시하는 글자가 단 한 字도 없다는 아쉬움이다. 김대성이 불국사를 중건한 년도인 751년에 석가탑도 완성되었을테고, 따라서 석가탑에서 나온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이 일본의 ‘백만탑다라니경’보다 20여년 앞선다는 우리의 주장은 사실 그럴듯하지만 고고학적으로 제작년도 표기여부를 기준으로 할 때는 그들의 오만한 주장을 완전히 뒤집기에는 결정적 증거가 부족하다. 왜 우리 조상들은 그 소중한 문화재에 년도표시 글자를 남기지 않았을까? 솔직히 조금 원망스럽기도 하다. 세계最古(?)의 인쇄물인 백만탑다라니경을 비롯하여 일본불교미술을 대표하는 조각, 경전과 고문서, 회화, 공예, 고고유물 80여점의 소중한 문화재가 모처럼 경주 나들이를 나섰다. 나라국립박물관을 일부러 갈려면 왕복 비행기 표만 40여만원이다. 모처럼 제발로 찾아와 2004년 2월1일까지 열리는 경주박물관의 ’일본불교미술전 특별전‘을 문화시민이라면 한번 정도 문화산책 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百聞이 不如一見이다. 직접보고 비교하며 느끼자. 일본의 문화재 수준을. 그림설명: 일본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인쇄물이라고 주장하는 백만탑과 다라니경, 현재 국립경주박물관에 전시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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