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가 추진 중인 56m 높이의 국기 게양대 건립을 두고 시민단체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더욱이 타 지자체에서 경주시와 비슷한 높이의 국기 게양대를 경주시 예산 절반 수준으로 건립돼 예산 낭비 지적까지 일고 있다. <사진> 경주시에 따르면 호국정신의 중심도시로서 대형 태극기 게양을 통해 시민들의 애국심을 높이고 공원 조성으로 국위선양과 관광자원 발굴을 위해 황성공원 내에 대형 태극기 게양대를 설치할 계획이다. 시는 태극기 게양대를 신라 56 왕을 기념해 높이 56m에 가로 10m, 세로 8m의 태극기를 게양한다는 계획이다. 게양대는 내년 3월까지 완공 예정으로 설계비와 공사비 등 약 6억 5000만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그러면서 지난 9월 4일 열린 경주시의회 임시회에서 이 사업 예산을 포함한 추가경정예산안을 삭감 없이 통과시켰으며 최종 의결은 오는 14일 본회의를 통해 이뤄질 예정이다. 경주시의 초대형 국기 게양대 건립이 알려지자 시민 단체는 사업 중단과 시민 의견 수렴을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 2일 경주환경운동연합은 시청에서 황성공원 내 국기 게양대 설치 중단과 시민 공청회를 요구하며 1인 시위를 진행했다. 환경운동연합은 황성공원에 높이 50m가 넘는 대형 시설물이 들어서면 도심 경관과 주민 심리적 안정성을 해친다고 우려했다. 또한 이 사업은 애초 황성공원 그랜드플랜 조성계획(안)에 없는 급조된 사업이라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국기 게양대 설치 반대를 외치며 지난달 16일부터 황성동 일대에서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이 단체가 시민을 대상으로 진행한 길거리 설문 조사에 따르면 대형 태극기 게양대 설치 찬성 응답자가 14%, 황성공원 내 설치 부적절 응답자가 8%에 그쳤으나 게양대가 불필요한 예산 낭비라고 응답한 이들은 전체 응답자의 76%에 달했다. 이상홍 사무국장은 “시민들이 이 사안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했으며 문제가 있는 사업이라는 의견이 많았다”면서 “일방적인 게양대 건설을 중단하고 시민 의견을 수렴하는 공청회를 먼저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56m에 6억? 55m 3억에 국기 게양대 설치한 타 지자체 국기 게양대 건립 자체에 대한 반발이 일고 있는 가운데 건립 예산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타 지자체에 비해 건립 예산이 두 배가량 비싸게 책정됐기 때문이다. 경주시는 대형 태극기 게양대를 설치했던 다른 지자체 사례를 감안해 56m 높이의 게양대 설치비 5억5000만원, 게양대 주변 소공원 조성 1억원 등 6억5000만원의 예산을 추산했다. 경주시가 추진 중인 국기 게양대와 비슷한 높이의 국기 게양대를 설치한 지자체는 전국에 있다. 전국 지자체 최초로 태극기의 도시를 선포한 구리시가 81m, 75m, 50m 높이의 국기 게양대를 각각 설치하고 있으며 칠곡 호국평화공원 55m, 강남구 영동대교 50m, 여의도공원 50m 등 전국 지자체가 대형 태극기 게양대를 설치한 상태다. 이 가운데 서울 송파구는 최근 경주시와 비슷한 높이인 55m짜리 태극기 게양대를 준공했다. 송파구는 지난 3월 1일 104주년 삼일절을 맞아 55m 국기 게양대를 송파대로에 준공했다. 이는 서울시 자치구 중 가장 높은 규모로 예산 3억원으로 들어설 예정이다. 송파구 관계자는 “3억 정도의 예산으로 서울시 자치구 중 가장 높은 국기 게양대를 준공했다”면서 “높이가 높아지면 기초 공사 등 예산이 증가할 수 있지만 보통 10m 간격의 마디를 연결하기에 비슷한 규모에 국기 게양대는 큰 차이(예산)가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자체마다 설계와 기초 공사 방식 등이 달라 단순 예산 비교는 어렵다”고 말했다. 경주시와 높이 차이는 있지만 최근 괴산군은 31m 높이의 국기 게양대를 군민 성금과 예산 등을 포함해 1억 5000만원의 예산으로 설치했다. 이처럼 경주시 국기 게양대 예산이 타 지자체 비해 비싸다는 지적이 일자 시민 불만도 커지고 있다. 황성동 거주 이 모 씨는 “신라 56왕과 태극기의 연관성도 부족한데 다른 지자체보다 두 배가량 비싼 게양대 설치는 예산 낭비다”면서 “시민 의견도 묻고 예산도 절감하는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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