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가시나무
해마다 연말의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천주교나 기독교의 신자가 아니더라도 다같이 기뻐하며 이 날을 축하한다. 크리스마스와 관련있는 꽃․나무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아마 호랑가시나무가 가장 의미있고 관련되는 나무일 것 같다. 호랑가시나무는 우리들이 성탄 장식을 하거나 카드를 만들 때 많이 볼 수 있는, 잎의 가장자리에 뾰족한 가시가 돋아 있으며 둥글고 붉은 열매가 달리는 바로 그 나무이기 때문이다.
크리스마스 카드에 이 나무의 잎과 빨간 열매가 많이 그림으로 그려지는 사연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예수가 골고다 언덕에서 가시관을 쓰고 이마에 날카로운 가시에 찔려 피를 흘리며 고난을 받을 때 그 고통을 덜어 주려고 몸을 던진 갸륵한 새가 있었다고 한다. 로빈이라고 하는 이 작은 새(지빠귀과의 티티새)는 예수의 머리에 박힌 가시를 부리로 뽑아내려고 온 힘을 다하였으나 번번이 면류관의 가시에 자신도 찔려 가슴이 온통 붉은 피로 물들게 되고 결국은 죽게 되었다. 바로 이 로빈새가 호랑가시나무의 빨간 열매를 잘 먹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 나무를 귀하게 여겼으며, 이 열매를 함부로 따면 집안에 재앙이 든다는 믿음까지 전해져 호랑가시나무를 신성시하고 소중히 아끼며 좋은 운이 따르는 나무라고 생각하다보니 기쁜 성탄을 장식하는 전통이 생겼다고 한다. 호랑가시나무의 잎과 줄기를 둥글게 엮는 것은 예수의 가시관을 상징하고, 붉은 열매는 예수의 핏방울을 나타내며, 희거나 노랗기도 한 꽃은 우유빛 같아서 예수의 탄생을 의미하고, 나무껍질의 쓰디쓴 맛은 예수의 고난을 의미한다고 하니 이 호랑가시나무를 예수의 나무 또는 성탄의 나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듯 싶다.
기독교가 널리 퍼지기 전 로마에서는 섣달 동짓날을 전후하여 농경신을 위하는 축제를 성대히 벌였는데 로마인들은 선물을 보내면서 존경과 희망의 상징으로 호랑가시나무로 덮는 풍속이 있었는데, 이 가시가 사람의 나쁜 마음을 없앤다고 믿었고 마구간이나 집 주변에 이 나무를 걸어 두면 가축이 병에 걸리지 않고 잘 자란다고 믿기도 하였다.
우리 나라에는 오래된 민속이 있는데 음력 2월 영등날 호랑가시나무의 가지를 꺾어다가 정어리의 머리에 꿰어 처마 끝에 매달아 액운을 쫓았으며, 그냥 잎이 달린 가지를 꺾어서 문 앞에 걸어두어 무서운 가시가 도깨비를 무리친다고 믿어 왔다. 일본과 중국에서도 이와 유사한 민속이 있고 유럽에도 호랑가시나무가 액운을 쫓는다는 무성한 이야기가 있고 보면 동서양을 막론하고 호랑가시나무 잎의 그 가시는 유별나다고 본다.
호랑가시나무는 상록성 관목으로 다 자라야 3m를 넘지 못하며, 잎은 짙은 녹색으로 반질반질 윤이 나고 4~5월에 피는 우유빛이 도는 꽃은 향기가 좋으며, 가을에 달리는 구슬 모양의 열매는 붉은 빛이 강렬하다.
호랑가시나무는 주로 따뜻한 지방에 잘 자라지만 경주지역에도 월동이 되어 자라는 것을 볼 수 있으며, 남쪽의 해안가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나무도 있다. 잎이 조밀하고 잎에 가시가 있어서 산울타리용으로 많이 이용되고, 잎과 뿌리는 강장제 또는 관절염에 쓰이는데 생약명은 구골엽과 구골자이다.
그 동안 우리는 성탄을 맞아 많이 친숙한 나무이면서 우리 땅에도 자라는 호랑가시나무를 별 관심없이 본 것은 사실이다. 호랑가시나무는 가까이 두고 아끼고 사랑받아야 할 우리의 나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