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가 왜 거기서 나와’. 트로트 가요 열풍을 타고 히트한 노래 제목이다. 연인이 집에 있다고 통화하고선 생뚱맞게 클럽에서 나오다 들킨 내용을 코믹하게 가사로 옮겼다. 이 노래처럼 ‘니가 왜 그것을 해?’라고 물어 보고 싶은 일들이 경주에서는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다. 알맹이 없는 축제나 행사를 주관하는 단체도 그러려니와 어마어마한 금액을 보조금으로 받아 탕진하다시피 하기에 그렇다. 가을이면 경주에는 크고 작은 축제성 행사가 어지러울 정도로 다양하게 펼쳐진다. 경주시(경주문화재단)가 주최하는 ‘신라문화제’를 제외하고 그 면면을 살펴보면 비슷한 유형의 행사가 중복되기도 하고 정체성이 모호한가 하면 개최의 의미가 전혀 없다시피 한 행사까지 무질서하게 펼쳐지고 있다.  구체적인 분석을 위하여 경주시 홈페이지에 공개된 금년도 예산서를 살펴보니 행사명과 예산 금액만 있을 뿐 어느 단체에서 주관하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가 없는 구조이다. 그것도 소관 부서별로 나누어져 있어서 경주시청 전체 부서 예산서를 다 뒤져야 하는 실정이다. 구체적 내용을 파악하려고 해당 과별로 문의해도 알려줄 수 없다는 답변이고 예산을 총괄하는 부서에서도 전체 현황은 파악이 되어 있지 않으니 정보공개를 청구하면 규정에 합당할 경우 각 과에 요청하여 합산해야 알 수 있다니 의아스럽기도 하고 무엇을 우려하는가 싶기도 하다. 2023년도 경주시 보조금 사업금액은 약 2400억원 정도이다. 이 가운데 경주시에서 직접 주관하다시피 하는 위탁성 행사를 제외하고 순수 민간단체에 보조하는 민간이전 행사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부실하다고 보는 행사를 꼽자면 ‘신라소리축제 에밀레전’이 있다. 모 방송사에서 주관하는 이 행사는 2억5000만원(도비 7500, 시비 1억7500)을 보조하는데 역사적 기록인 성덕대왕신종이란 이름을 버리고 패륜으로 유래한 이름인 에밀레종을 차용하고 있다. 정체성도 없는 가요무대로 인파를 동원하고 관련 없는 체험부스 일색이거니와 신종의 사진조차도 조작하여 볼품없는 전시판에 내걸었다. 모 신문사에서 주관한 행사에도 무려 2억 원(도비 6000, 시비 1억4000)의 보조금이 쓰였지만 신라 왕은 찾아볼 수 없었다. 기껏 한쪽 옆의 부스에 품격 떨어지는 금관을 전시하고 신라왕 계보도를 벽면에 게시한 것이 고작이었다. 공연이나 불꽃놀이, 노래자랑 등으로 꾸릴 것이 아니라 신라 56왕의 영정 사진이라도 걸고 치적을 알리거나 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 밖에도 ‘니가 왜 그것을 해?’라거나 ‘니가 왜 그렇게 해?’라는 물음이 저절로 나오는 행사가 숱하게 있다. 경주에는 시의 발전과 시민의 행복을 위해 만들어진 단체가 무수히 많다. 이들 단체들은 설립 목적에 적합한 주제의 행사들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열악한 재정 형편에 지방자치단체의 보조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보조금 확보를 위해 안간힘을 다 기울인다. 그래봐야 2~3000만원이 대다수다. 하지만 신문이나 방송 같은 언론사는 수억원의 보조금을 아주 쉽게 받아 내고 행사치레나 다름없는 내용으로 때우기 일쑤다. 아직도 언론이 권력을 행사하는지, 지자체장과 시도의원은 봐주기를 하여 입막음 보험을 드는지 모를 일이다. 시에서는 보조금 심의위원회(12명)를 꾸려 공정하게 심의하여 보조금을 확정한다지만 대다수 위원회의 운영이 그러하듯이 시의 의중에 따라 움직이기에 이마저도 그리 신뢰가 가지 않는다. 2024년도 경주시 예산은 긴축예산 편성 방침으로 아우성이다. 이즈음 보조금에 의존하는 축제, 예술, 문화, 사회, 학술, 교육, 체육 등의 행사에 대하여 그 의미와 전통, 그리고 정체성에 대하여 ‘왜 하는가’와 ‘필요한가’의 잣대로 깊이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연중 지급되는 보조금에 대해 시청 홈페이지에 행사명과 주관단체명, 보조금액, 개최일정, 사업내용, 시청 담당 부서를 공개하여 단체는 스스로 부담을 갖도록 하고 시민으로 하여금 눈여겨 볼 수 있도록 하였으면 한다. 그리하여 궁극적으로는 보조금 총액제를 도입하여 연간 총 보조금액과 분야별 금액 정도만 권고사항으로 정하여 시민으로 구성된 가칭 ‘경주시 보조금 운영위원회’에 총액을 이전하고, 이 위원회는 필요한 사업이나 행사를 정한 후 공모를 통한 심사와 선정의 절차를 거친다면 단체가 지자체장이나 시도의원을 괴롭히는 일은 없어지지 않을까. 이렇게 하여 선정된 보조금 사업은 행사를 모니터한 후에 철저한 평가를 통한 점수를 공개하고 다음 보조금 선정에 반영하면 행사의 질적 향상은 물론 단체의 성격이나 전공분야 밖의 행사를 걸러낼 수 있으리라. 이미 경주시 미래전략실에서는 ‘경주 10대 뉴브랜드 육성 및 지원사업’을 공모로 선정하여 단체 성격에 맞는 행사를 성황리에 열어 가고 있다. 한수원에서도 매년 공모를 통한 행사비 지원을 시행하여 단체간의 불필요한 오해도 해소하고 수준 높은 행사를 이끌어 내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공정이 보조금에도 적용되었으면 한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