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후핵연료(고준위방사성폐기물)의 임시 건식저장시설인 월성원전 맥스터 추가 증설에 따른 보상금 중 150억원을 종잣돈으로 감포읍과 문무대왕면, 양남면 각 마을에 도시가스를 공급할 목적으로 경주시가 타당성 조사 용역을 시작했다.
정말 잘한 일이다. 1983년 경주시(월성군) 양남면에 중수로형 원자력발전소 월성 1호기가 상업가동 된 이래 원전과 관련된 지역특별지원금 7970억원이 지원되었다고 월성원전 맥스터 추가건설 찬반 논쟁 때 월성원전 노조에서 홍보유인물에서 주장했었다.
어떤 근거에 의해서 그렇게 많은 돈이 지원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중수로형 월성1~4호기, 경수로형 신월성1~2호기까지 지난 40년간 지원되었던 돈이니까 그 정도는 지원이 되었겠구나하는 생각도 든다.
문제는 그 많은 돈이 경주시를 비롯하여 동경주(감포읍, 문무대왕면, 양남면)에 투입되었는데 지금도 동경주에 가보면 큰 대형병원이나, 사회복지회관, 쇼핑몰, 교육시설이 없거나 열악하다. 지난 2021년 7월 21일에는 경주시 감포읍 대본리에서 SMR을 연구할 ‘한국원자력연구원 문무대왕과학연구소’가 착공식을 했다.
이제 우리나라도 미래 혁신형 원자력 신기술 연구개발에 많은 관심과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3월 경주시 문무대왕면에 미래 원자력산업을 주도할 SMR 국가산업단지 후보지로 최종 확정했다. 소형모듈원전(SMR)혁신원자력 국가산업단지가 문무대왕면 동경주IC 인근 150만㎡(46만 평)에 2030년까지 3966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조성된다. SMR 국가산업단지에는 원자력·전력산업, 원전해체, 연구개발서비스 등 핵심 23개 업종과 그린에너지, 소재부품, 전기설비 등 연관 29개 업종이 입주한다. 이처럼 역사문화도시 경주가 ‘첨단과학기술혁신’도시로 탈바꿈하겠다는 구상을 경주시가 하고 있는 것 같다.
지난 3년간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숙박과 요식업체 등 관광산업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경주경제가 심각한 상황을 겪고 침체가 되었다. 경주경제의 대안으로 떠오르는 것이 원자력 관련 산업이다.
지금 경주에는 원전 6기와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처분장, 양성자가속기, 한수원본사,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이 있고, 2025년에는 한국원자력연구원 문무대왕과학연구소가 문을 연다. 2030년 SMR 국가산업단지가 완공되고 많은 원전 관련 연구자와 기업체가 입주하게 되면 경주에 획기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문제는 많은 연구진과 근로자들이 경주지역(동경주)에서 편안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하고 직장생활을 해야 하는데 사회적 인프라와 편의시설이 제대로 갖추어질 것인가가 문제인 것이다.
요즘 중소도시들은 인구감소로 심각한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왜 사람들이 대도시로 수도권으로 떠나는가. 이유는 간단하다. 일자리, 교육, 정주여건이다. 그래서 경상북도와 경주시가 많은 대책을 세우는 것으로 알고 있다. 최근 원자력에 특화된 미래 자족도시를 조성한다는 ‘테크노폴리스’ 조성 업무협약을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원자력연구원, 한국원자력환경공단과 경상북도, 경주시가 함께 했다. 동경주 지역의 열악한 교육, 문화, 정주 환경을 개선하고 첨단산업과 원자력관련 종사자들의 연구와 근로환경 개선과 복지를 위해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업무협약이다.
문제는 동경주 지역 주민들을 비롯한 우리 경주시민들의 절대적 협조이다. 소지역주의와 편협한 배타주의를 버리고, 지역 연고주의와 학연, 혈연, 지연을 버려야 경주가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 한수원 자사고(自私高)가 예산도 있었고 방폐장 유치 공약이었는데도 왜 폐지되었는가, 경주지역에서 역사가 가장 오랜 된 특정 고등학교의 동창들의 반대가 주요 요인이었다는 이야기가 정설이다.
지역의 우수한 인재들이 역외로 빠져 나가는 데는 경주지역의 비평준화가 문제이고, 자율형 사립고등학교나 특수목적의 고등학교(원자력 공기업을 중심으로 기업형 자율형사립고)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자사고에 대한 비판적 견해도 있다. 교육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병원이다. 동경주에 대형종합병원이 있어야 한다. 최첨단 의료설비와 우수한 의사들과 시설을 갖춘 종합병원이 있어야 한다. 그 다음으로 정주여건이다. 교통과 문화, 환경, 난방 등 여러 가지 조건이 맞아야 사람들이 주거 공간으로 선택을 할 것이다. 문무대왕과학연구소가 감포에 왔으니 무조건 감포에 살아라, SMR 국가산업단지가 문무대왕면(양북면)에 왔으니 국가산업단지 입주 종사자는 무조건 문무대왕면에 살아라, 중수로해체연구센터가 양남에 왔으니 양남에 살아라, 이렇게 단순하게 윽박지르고 요구할 문제만은 아니다. 우리나라는 주거의 자유가 있는 나라다. 문제는 살지 말라고 해도 살고 싶은 도시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중에 경주시민(동경주주민)들의 친절과 애정어린 관심이다. 인간이 어찌 사랑만 갖고 살겠는가. 요즘 같이 기후변화로 인해서 전기료와 난방비가 주거환경에서 엄청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그런면에서 경주시의 동경주지역의 도시가스 공급은 꼭 이루어져야 한다. 물론 동경주에는 오지마을이 많아서 경제성 분석에서는 마이너스 요인이 많겠지만 문무대왕과학연구소, 월성원전 사택, SMR 국가산업단지 등 미래를 보면 반드시 도시가스가 필요하다, 오지 마을과 같이 도시가스 배관이 못들어가는 지역에는 ‘액화석유가스 저장탱크’(LPG)를 설치하여 공급하는 분산형에너지(분산에너지활성화특볍법)정책도 도입해볼 필요가 있다. 물론 경주시가 많은 예산이 필요하겠지만 경주시의회의 대승적 결단을 통해서 동경주지역에 도시가스 공급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