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글(Beagle)은 체고가 33∼38cm, 체중이 3∼13.6kg로 사냥개 중에서 제일 작으며, 영국과 프랑스 사냥꾼들이 토끼 사냥을 위해 육종된 품종이다. 비글은 오늘날 실험동물로도 많이 이용되고 있다. 실험동물은 사람의 질병 치료제 개발을 위한 의학 연구에 쓰이는 동물로 쥐, 돼지, 영장류, 개 등이 있다. 쥐는 실험 결과 확인이 빨라 가장 많이 쓰이고, 돼지는 장기의 크기와 구조가 사람과 비슷하고, 개는 사람과 삶을 오랫동안 공유하여 사람과 비슷한 질병이 흔하고, 영장류는 사람과 가장 비슷하여 매우 양호한 대상이지만 비용이 많이 소요되는 등 각각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개는 사람과 깊은 유대감과 공존으로 유전적 소양이 비슷하여 인간 질병 치료 개발에 많이 이용되고 있다. 또, 개의 난치 질병 치료 연구에 사람 치료의 질병 모델, 신약 및 치료제가 응용되고 있다. 개와 사람에 동시에 나타나는 질병은 정서불안(Obsessive – compulsive disorder), 암, 마비, 간질(사람 1%, 개 5∼10%), 루게릭(근위축성측색경화증), 혈액암, 골수암, 백혈병, 림프종 등이 있다.
비글이 실험동물로 많이 사용되는 이유는 유전적인 질병이 거의 없고, 개체간의 형질차가 적어 실험의 재현성이 좋고, 사람과 친화성이 좋고, 몸집이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은 적절한 크기이며, 실험비용도 저렴하고, 새끼를 낳아도 부모견의 유전형질과 유사한 신체조건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당뇨병 치료제 개발 연구에 사냥개 비글이 실험동물로 사용되었다. 당뇨병은 영양 과잉으로 소변에 당분이 섞여 나오는 증세이며, 인슐린의 분비량이 부족하거나 정상적인 기능이 이루어지지 않는 질병으로 20세기 초까지 원인을 알 수 없었다. 한번 걸리면 죽는 무서운 질병이었지만 효과적인 치료법을 알지 못했다. 엄격한 식이요법으로 환자가 몇 년 더 살 수 있게 하는 치료가 유일한 방법이었다. 현재 우리나라 성인 10명 중 3명, 세계는 11명 중 1명이 공복혈당장애를 앓고 있다. 당뇨병이 오래 지속되면 고혈압, 심근경색, 시력장애, 단백뇨, 신부전, 협심증, 족부괴저, 뇌졸중 등의 합병이 수반된다. 국제 당뇨연맹(IDF)와 세계보건기구(WHO)가 당뇨병의 날을 지정하여 당뇨병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지만, 과식과 영양과다, 운동부족 등으로 인해 당뇨병환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1920년 초 토론토 대학에서 불치병인 당뇨병을 치료할 수 있는 인슐린이 발견되었다. 젊은 외과 의사인 벤팅(Frederick Banting)과 의대생 베스트(Charles Best)가 ‘랑게르한스섬(islets of Langerhans)’에서 추출한 물질 ‘isletin(아일레틴, 추후에 Insulin으로 변경)’을 식별하는 유명한 실험을 수행하여 얻은 결과이다. 인슐린 발견 실험에 마조리 비글(Marjorie beagle)이란 사냥개가 실험동물로 사용되었다.
벤팅이 처음 지원받은 실험동물 비글 10마리는 모두 사망했고, 인슐린 개발의 일등 공신은 33번째의 마조리 비글(Marjorie beagle)이었다. 1921년 여름, 마조리 비글의 췌장을 떼어내고 당뇨병을 유발시켰고, 다른 동물에서 채취한 인슐린을 주입하는 실험을 하여 치료에 성공하여 췌장이 제거된 개 마조리 비글을 살려냈고, 1922년 1월에는 첫 번째 환자인 14세의 레너드 톰슨(Leonard Thompson)을 구했다. 당뇨병 치료제 인슐린의 발견으로 벤팅은 노벨상을 받았고, 당뇨병약 인슐린 개발 결과를 단돈 1달러에 특허권을 토론토 대학에 이양하고, 인류의 생명을 연장시키는데 공로를 세웠었으나, 1941년 비행기 추락으로 사망하였다. 수천년 동안 당뇨병은 인류의 불치병이었다. 불치병을 치료하는 인슐린 개발의 일등 공신은 사냥개 비글의 희생이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날 많은 나라들이 자국의 토종개 유전형질 보존에 나서고 있는 것도 민족의 풍토병 치료에 필요한 회답을 토종생물자원인 토종개가 가지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진도개, 동경이, 삽살개의 유전형질 보존의 이유이기도 하다.
최석규 경주개 동경이 혈통보존연구원장
경주신문 독자위원회 위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