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한 지 3년 차인 요즘, 의미 있는 조사 결과가 있어서 소개한다. 보건복지부가 ‘코로나19로 인한 국민 정신건강 실태 및 현황’을 파악하고자 전국 조사를 실시했다. 국민들에게 필요한 정신건강 서비스 제공을 목적으로 코로나가 시작된 2020년 3월부터 분기별로 실시한 결과물이다. 무엇보다 올해(2022년 2분기)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었고, 점진적이지만 일상으로 회복되는 과정에서 실시한 조사라서 그 의미가 특별하다. 전국의 성인(19~71세) 2063 명을 대상으로 온라인으로 설문 조사했다. 질문 내용은 코로나19로 인한 두려움, 불안, 우울, 자살 생각, 일상생활 방해 정도 등 총 16개 항목으로 조사했다. 그 주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2022년 6월 기준으로 우울 위험군은 16.9%로 코로나19 실태조사를 시작한 이래로 가장 낮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다행히 수치가 어느 정도 안정기에 접어든 것처럼 보이지만 코로나 이전(2019년(3.2%))과 비교하면 5배가 넘는, 여전히 높고 위험한 수준이다. 고(高) 위험군은 삶의 흥미와 희망 여부, 피로감, 자살 생각 등을 물어 총 27점 중 10점 이상이면 해당된다. 연령별로는 30대(24.2%)가 가장 높다. 그다음이 40대(17.0%), 50대(16.0%), 20대(14.3%), 60대(13.0%) 순이다. 성별로는 여성(18.6%)이 남성(15.3%) 보다 더 높다. 한편 코로나로 인한 소득 하락은 우울증에 큰 영향을 미쳤다. 소득이 증가하거나 변화가 없는 집단(11.5%)에 비해 소득이 감소(22.1%) 한 경우 우울 위험군이 2배 가까이 높게 나타났다. 코로나19로 위축된 경제 문제가 정신건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증거다. 가족 구성 형태도 주요 변수로 작용했다. 1인 가구(23.3%)의 우울 위험군이 2인 이상 가구(15.6%)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또한 미혼, 사별이나 이혼 등 배우자가 없는 경우(20.6%)가 기혼(14.3%)에 비해 우울증에 더욱 취약한 점으로 볼 때, 가구 형태도 주요 변수임이 분명하다. 인간의 사회적 구속력을 저해하는 코로나에 대한 효과적인 제어는 결국 끈끈한 사회관계망에서 시작된다. 코로나 초기(2020년 3월)에 9.6%로 시작한 자살생각률은 21년 3월에 16.2%로 상승하였고, 2022년 올 3월에는 11.5%로 약간 주춤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가 발발하기 전인 2019년에 자살생각률이 4.6%인 것으로 볼 때 여전히 우려스러운 수준이다. 연령별로는 30대(18.8%)가 가장 높고, 그다음이 20대(14.8%), 40대(13.1%), 50대(9.8%), 60대(7.3%) 순이다. 성별로는 조사 기간 내내 남성의 자살생각률이 여성을 조금씩 앞서고 있음을 볼 수 있다. 한편 소득이 감소(16.1%)하면 자살생각률이 소득이 증가하거나 변화가 없는 집단(9.2%)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가구 형태에 따른 자살생각률은 앞서 다룬 우울 위험군과 유사한 양상을 띠고 있다. ‘나홀로’ 가구의 자살생각률(18.2%)은 2인 이상으로 이루어진 가구(11.6%)에 비해 약 1.5배가 높았고, 결혼상태 별로는 미혼, 사별이나 이혼 등 배우자가 없는 경우(16.9%)가 기혼(9.8%)보다 높았다. 코로나가 장기 국면으로 접어들어서일까, 시간이 지나면서 코로나에 대한 두려움이나 불안에 대한 수치는 감소 추세를 유지하고 있다. 2022년 6월의 결과치는 코로나 기간 실시한 조사 중 가장 낮게 나타났다. 또한 ‘사회에 대한 해악’, 또는 ‘혐오스럽다’ 등 코로나 감염에 대한 낙인 정도도 크게 줄어들었다. 마지막으로 정신건강 서비스 인지도 및 이용 의사에 관한 조사 결과다. 정신 건강 서비스에 대한 인지도는 12.0%에 불과했는데, 이용 의사 비율은 60.2%에 이르렀다. 코로나로 위축된 정신 건강에 관한 서비스에 대한 홍보나 접근성을 높인다면 자발적으로 이용할 의지가 충분히 있음을 알 수 있다. 인간의 감정은 외부의 자극에 지속적으로 반응하지 않는다. 우리가 경험하는 행복과 불행은 예외 없이 적응(adaptation)을 통해 일상의 조각으로 희석되고 만다. 코로나로 인한 두려움이나 불안도 언젠가는 감소하고 말 것이다. 중요한 것은 더 많은 시간과 노력으로 보다 나은 결과를 앞당길 수 있다는 점이다. 2023년(계묘년) 새해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독자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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