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사진연구회가 오는 18일부터 26일까지 기획전 ‘경주폐역과 황촌의 잔상-남은 이야기들’을 선보인다. 폐역된 경주역과 주변 황촌에 대한 그리움을 기록한 특별한 전시가 경주역 문화전시공간에서 펼쳐지는 것.
잡풀과 먼지가 무성한 폐역에 서서, 각자 심상이 만들어내는 내면의 잔상을 렌즈에 담는 것에 충실했고, 기꺼이 그 시간에 묻혔다. 그리고 지난 시절에는 일상이었던 꽤 오랜 시간의 기록들이 손에 남아 있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고향 집을 잃어버린 마음으로 경주역과 인근의 역들을 헤집던 그들의 각자 기억 속 잔상들이 한 장의 사진에 응축된다. 이번 사진전은 오랫동안 경주에서 살아온 6인의 작가들의 애정 어린 시선이 담겨 있다.
한용석 작가는 일제강점기에 수탈과 강제, 그리고 우리의 혼을 단절시키고자 건설됐던 선로들을 어두운 그림자로 표현하고자 했다.
이정환 작가는 오랜 노동의 무게와 고통을 견디어 내고 이제는 쉼의 자리에서 시간이 만들어 낸 추상의 흔적을 만났다. 최선호 작가는 경주로 향하던 기차여행을 아름다운 한 편의 시처럼 공감을 자아내는 추억으로 남겼다. 윤현도 작가는 해체돼 철거 중인 스산한 폐역 현장을 ‘사진-그림이 되다’는 연작으로 그려냈다. 장성애 작가는 그들만의 언어로 소통이 되던 고장 나거나 삐거덕대고 있는 기호들에 집중했다. 김원묵 작가는 경주역으로 인해 100여년 가까이 단절되고 소외된 아픔을 가졌던 황오동이 행복 황촌이라는 이름으로 희망과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현재를 남겼다.
경주사진연구회 측은 “로버트 카파는 당신의 사진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그것은 너무 멀리서 찍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경주역에 가까이 갈수록 그동안 너무 멀리 있었다는 것을 실감했고, 너무 많은 이야기가 있지만, 너무 모르고 있었음에 후회로 먹먹했다”면서 “반면 현재를 기록하는 과정을 통해 경주 폐역과 주변이 서서히 깨어나고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이번 사진전이 훗날 또 어느 때의 추억을 되살릴 수 있는 시간이 되길 기대해 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