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며칠 경주 SNS에서 유독 많이 눈에 띈 포스팅은 뭐니뭐니 해도 윤석열 대통령의 막말 파문이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지난 26일 한국언론노동조합과 한국기자협회가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문제의 심각성은 이 일에 대처하는 대통령실과 여당인 국민의힘의 모습에 더 있다. 잘못된 것은 잘못 됐다고 하면 그뿐이고 그에 대해 사과하면 모든 것이 깨끗해진다. ‘바이든이 아니고 날리면이다’거나 ‘바이든을 향한 것이 아니고 우리나라 국회에 대해 한 욕이다’는 식의 변명은 윤석열 대통령을 더 궁지에 몰아넣었다. 당장 ‘미국은 겁나고 국민은 만만하냐?’는 지탄이 쏟아졌다. 대통령이라고 성인군자는 아니다. 욕은 할 수도 있다. 혼잣말로 한 욕을 가지고 무슨 큰 죄를 지은 듯 몰아댈 일도 아닐 수 있다. 그러나 그 욕을 굳이 우리 국회를 향해 한 것이라고 변명한 순간 국회를 향한 모독이 되고 그것은 결국 국민을 얕잡아 본 것으로 확장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무슨 음파 측정이니 분석까지 들먹이며 문장구성에도 맞지 않은 변명을 하는데 이르러서는 대통령실이나 그를 보좌하는 그룹들이 제정신인가 싶다. 문제의 핵심은 바이든이냐 날리면이냐가 아니고 일국의 대통령이 품위를 지키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대부분 국민들은 이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통해 전 세계를 장악하는 힘을 가진 미국 대통령조차 형편없는 품위를 지닐 수 있다는 것을 보았다. 그렇다고 트럼프를 보좌하는 대통령실이 일일이 트럼프의 막말을 변명하거나 억지 구실을 달아 상황을 피하려 들지 않았다. 요컨대 대통령을 무턱대고 감싸기보다 여론의 흐름을 담담히 받아들임으로써 상황을 악화시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더구나 대통령의 막말을 변호하기 위해 선생님께 야단맞은 유치원 아이들처럼 ‘이전의 누구도 막말을 했고 또 누구도 막말을 했다’는 식의 역성에 이르러서는 변명하는 부류들의 수준을 실망스럽게 만든다. 그 누구가 싫고 누구가 밉다고 해서 새로 뽑아준 정권이고 새로 일으켜 준 정당 아닌가? 그것을 잊고 ‘전 정권도 그랬다’거나 ‘같이 싸우던 경쟁자도 그랬다’고 할 양이면 국민이 무슨 희망을 가질 것인가? 불행하게도 윤석열 대통령은 자신의 잘못을 사과하기는커녕 이번 사태를 언론의 탓으로 돌리며 ‘사실과 다른 보도로 동맹이 퇴색되는 것은 국민을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라고 우겨 한국기자협회와 전국언론노동조합이 성명을 내고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솔직한 사과 한 마디면 해결될 일을 미궁 속으로 끌고 가는 윤석열 대통령과 대통령실 관계자들, 국민의힘이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 겸허하게 반성할 시점이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