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정물화는 단지 아름다움의 추구가 아닌, 삶 속의 다양한 흔적과 기억, 내면의 사유와 정서를 담아내고자 합니다”
차갑고 깊지만 따뜻함도 지닌 블루가 청화백자를 통해 사유의 깊이를 더해가고 있다. 청화백자와 어우러진 자목련의 그윽한 봄의 향기가 코끝을 스치는 듯하다.
갤러리미지에서 10월 2일부터 15일까지 기획초대전 이태현<인물사진> 작가의 ‘삶의 향기-블루’전이 열린다. 정물화가 이태현은 이번 전시에서 ‘Scent of life’ 시리즈 작 20여점을 선보인다.
“선호하는 인테리어를 통해 사람의 취향을 알 수 있듯 저마다의 개성 어린 색과 구성을 통해 그 사람의 삶을 단편적으로 느낄 수 있죠. 그래서 매번 ‘삶의 향기’라는 주제로 정물화 작품을 풀어냅니다”
몇 해 전 동백의 생을 사랑해 한동안 동백꽃을 즐겨 그렸던 작가. 그때 동백꽃과 함께 등장했던 모티브 중 하나가 청화백자였다.
요즘은 많은 사람들이 이태현 작가를 청화백자를 그리는 작가라 생각한다. 하지만 작가는 단지 자신의 정물에 청화백자가 들어갔을 뿐 정물을 그리는 작가라고 강조한다.
살아온 환경, 나이, 사회적 요인에 따라 성격과 가치관, 선호도가 달라지는 것처럼 평소 작가가 고리타분하게 인식해 왔던 청화백자는 2년 전 작품 속 등장을 계기로 본격적 매력을 발산하는 것이다.
작가는 한때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에서 예수가 자신에게 죽음이라는 운명을 준 하나님에게 울분을 토해내며 죽음을 받아들이는 처절한 넘버 ‘겟세마네’를 들으며, 힘든 마음을 위로받았다고 했다.
“당시 ‘겟세마네’를 정말 많이 들었고, 들을 때마다 눈물도 쏟고 위안도 받았습니다. 하지만 같은 곡이라도 지금은 크게 감흥이 없어요. 그때처럼 눈물이 나오지도 않고, 마음이 힘들지 않다 보니 위로받을 일도 없죠”
처한 상황이 다르다 보니 같은 노래라도 다르게 느껴지는 것처럼 미술품도 마찬가지라는 작가.
“요즘 미술시장을 보면 실험적인 작품과 상업성을 겸비한 작품들이 다양합니다. 누군가에게는 난해한 작품일 수도 있지만 누군가는 그것을 보고 위로를 받고 힐링을 하죠”
작가에게 정물은 바로 작가 자신을 투영하는 것이다. 작가는 세월의 변화에 따라 같은 소재도 다르게 표현될 것이며, 단지 변하지 않는 점은 정물을 그리고, 작품 속에 철학과 사유를 담는다는 것이라고 했다.
“처음 그림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저 스스로를 위로하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래서 제 자신이 행복해지길 위해 그림을 시작했고, 그것으로 남들도 위안을 받았으면 하는 바람이었죠”
건강하게 오랫동안 그림을 그리기 위해 체력관리에도 게을리하지 않는다는 작가.
“제 그림을 통해 위로받는 사람들을 위해, 그리고 저 스스로도 위로하고 계속 성장할 수 있도록 체력이 허락하는 한 오랫동안 그림을 그리고 싶습니다”
이태현 작가는 개인전 및 초대전 11회, 단체전 및 해외 교류전 130여회에 참가했다. 경남국제아트페어, 조형아트 서울, 서울아트쇼, 경주아트페어, 아트페어대구, 대구국제블루아트페어, BAMA부산국제호텔아트페어 참여했으며, 한국미술협회, 대구미술협회, 대구구상작가회, 대구예인회 회원으로 왕성한 작품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