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사랑과 평화’ 키보디스트인 팝 피아니스트 이권희 씨의 문화예술 공연 포럼 ‘녕우사랑’ 콘서트가 이권희 씨의 음악적 열정과 깊이, 뜻깊은 후원자들의 관심으로 꾸준히 열리고 있어 주목된다.   녕우사랑 콘서트는 지난 8월 26일 포항 ‘트리파니’에서 ‘밤바다를 담다’는 이름으로 공연을 열어 40여명의 후원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끝났고 9월 20일에는 대구 수성 유원지에 있는 ‘1997 빠리’에서 ‘잠 못 이루는 밤’이라는 이름으로, 9월 22일에는 역시 대구 하양읍 무학로의 ‘다방 물볕’에서 ‘구월 물 밑에 스미다’는 이름으로 공연을 열 예정이다. 지난 6월 16일 밤, 경주 소티 고개 근처 로만티시에서 첫 발대식을 가진 ‘녕우사랑’은 경제적·지역적으로 음악 혜택을 받기 어려운 곳을 찾아 공연으로 사랑을 전하는 음악 예술 후원단체다. 이권희 씨는 이처럼 순차적인 공연을 열어 조금씩 녕우사랑 후원자를 넓혀가는 한편 최소한 500명 정도의 후원자 그룹이 결성될 경우 정기적인 후원 콘서트를 열 계획이다. 특히 자신이 속한 그룹 사랑과 평화도 자신과 뜻을 함께함으로써 언제든지 공연에 합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더욱 기대된다. 마침 이권희 씨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인생 영화로 톰 크루즈와 리콜 기드먼 주연의 파 앤드 어웨이(Far and Away - 1992)를 꼽아 자신의 음악적 개척사와 궤를 같이하는 영화로 소개했다. 파 앤드 어웨이는 아일랜드 출신의 소장농 조셉 도넬리(톰 크루즈)가 아버지의 억울한 죽음을 보고 분노를 느껴 지주를 죽이려다 지주의 딸 샤논(리콜 키드먼)이 휘두른 삼지창 농기구에 찔려 부상 당한다. 이를 계기로 마음이 통한 두 사람은 이후 미국으로 탈출, 새로운 세상을 꿈꾼다. 초기 미국 개척사에서 땅을 얻기 위해 스스로 달려간 만큼의 지역에 깃발을 꼽는 것으로 땅을 얻는 방식이 있는데 두 사람은 힘을 모아 자신의 땅을 얻는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싸움 실력을 알게 된 톰 크루즈가 복싱으로 거구들을 물리치는 등 영화의 극적 재미가 돋보인다. 이권희 씨는 경주상고를 졸업하고 혈혈단신 서울로 온 자신의 처지를 영화의 주인공과 대비시킨다. 일반 인문계 고등학교도 아니고 더구나 대중음악을 낮춰보던 눈길이 남아 있던 시대에 아무런 연고도 없고 도와줄 사람도 없었던 서울로의 상경은 그야말로 신천지로의 이동에 버금가는 일이었다. 믿을 것이라고는 오직 자신의 음악 하나뿐이었는데 그나마도 오디션이 어디에서 열리는지조차 몰라 자신의 실력을 검증받기 어려웠다. 더구나 이권희 씨는 고교 시절부터 군악대에 이르기까지 드럼과 트럼펫을 연주했고 프로로 입문할 때 비로소 키보디스트로 전환해 자신의 새로운 재능을 발견하게 된다. 이것은 마치 내세울 것 없던 소작농 아들이 미국에 건너가 자신이 권투에 소질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이권희 씨는 오로지 자신의 실력만으로 자신을 세웠고 정글 같은 서울 무대에 적응하며 인정받기 시작했다.   이권희 씨는 ‘강산에 밴드’의 키보디스트로 활동하며 음악적 역량을 다졌고 1998년 마침내 그룹 ‘사랑과 평화’에 합류했고 7집 ‘The Endless Legend’(2003)를 발표하며 더 이상 ‘누구에 속하거나 떠돌이가 아닌’ 아닌 자신의 그룹을 이루게 된다. 이것은 마치 톰 크루즈가 죽으라고 달려 자신의 땅을 얻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미국이 오늘날 미국으로 성장한 것은 초기 개척 이후 미국을 형성해 온 주류들이 미국을 일으키는 과정에서 원주민을 침해하고 흑인과 소수 이민자들을 노예로 부리거나 학대하는 등의 갈등을 극복하고 부단히 사람과 사람, 인종과 인종의 간극을 넘어오며 함께 더불어 사는 세상을 추구해 왔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 영화는 주인공들이 자기들의 땅을 얻는 것에서 그치고 말았다. 그래서일까? 40년 넘는 음악인생을 통해 자신의 영역을 구축한 이권희 씨가 ‘녕우사랑’이라는 나눔의 길에 들어선 것은 ‘파 앤드 어웨이’를 뛰어넘어 새로운 희망을 보여준다. 자신의 음악을 굳세게 밟고 팝 피아니스트의 독보적인 경지를 이룬 이권희 씨, 그가 보여줄 ‘파 앤드 어웨이’는 어떤 세상일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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