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벌초 시기다. 추석 명절을 대비해 조상님 산소를 찾아 봉분을 다듬는 것은 우리네 미풍양속으로 조상들께 정성을 쏟고 추모하는 경건한 일이다. 그러나 핵가족화와 도시화로 벌초는 지금의 50대 이상 세대들이 전담하는 장묘문화로 바뀌었고 그나마 부모님 산소 정도만 돌보는 것으로 한정되는 추세다. 지난 8월 24일 권혁춘 씨 페이스북에 올라온 벌초 풍경과 해당 글에 달린 댓글들이 현재의 벌초와 앞으로의 벌초 모습을 가늠케 해준다. 권혁춘 씨는 이번 벌초에 공부하는 아들을 대동하면서 부인에게 ‘공부하는 아들 데리고 간다’며 한 소리 들었다고 하소연했다. 비단 권혁춘 씨뿐 아니라 중고교에 다니는 자식을 둔 누구라도 하나 같이 들을 만한 일이다. 그런 부인의 반응에 대해 권혁춘 씨는 ‘벌초가 몸에 배야 쉽게 할 수 있다’는 말과 함께 그래야 ‘내 머리도 이쁘게 깎아주겠죠’라며 벌초가 내림 문화임을 상기시켰다. 이에 대해 댓글 단 분들의 의견도 분분하다. ‘대세는 화장이니 벌초를 바라면 안 된다’는 말은 장묘 문화의 변화를 대변하는 댓글이다. 잘했다고 응원하며 ‘아이들은 부모의 모습을 보면서 자란다’, ‘밥상머리 교육의 연장선이다’고 단 댓글은 벌초의 대물림에 대한 기대다. 그런가 하면 “저는 혼자서 이틀 동안 벌초 다 해버리고 형제들에게 서프라이즈 하니 대박이라며 추석에 갈비 쏜다고 하네요”라고 댓글 단 페친도 있다. 벌초가 그만큼 성가셔서 누군가 해주는 것이 생각 이상으로 고맙게 여겨진다는 증거다. 비록 짧은 단상이지만 벌초에 대한 마음이 종합적으로 드러난 포스팅이다. 마침 권혁춘 씨뿐 아니라 최근의 페이스북에는 곳곳에 벌초 이야기가 올라온다. 벌초하며 부모님을 추억하는 이들과 벌초하다 땅벌에 쏘였다는 경험담까지 추석을 목전에 두고 온통 벌초 이야기로 가득하다. 그런가 하면 매장보다 화장을 즐겨 선택하는 장묘문화의 변화와 함께 최근에는 공동묘원, 납골당이라는 용어 대신 ‘추모공원’, ‘추모관’이라는 용어로 대체되는 추세다. 말 한 마디라도 친근하게 표현해 장묘 문화의 새 방향을 모색하려는 공급자와 수요자의 바람이 함께 든 변화 아닐까? 아들과 함께 벌초하는 권혁춘씨 모습이 밝아 보여 무척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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