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를 기점으로 2~30여년전엔 1년 사계절 중 서민층이 가장 고통스러운 계절을 꼽으라면 겨울이었다. 가난했던 과거에는 강한 한파로, 특히 취약계층에게 겨울은 공포의 계절이었다. 연탄을 비축하거나 김장김치를 담는 등 겨울나기를 위한 준비는 흔히 마주치는 모습이었지만, 그마저도 마련치 못하는 어려운 이웃들에게는 시련이라 다름없었다. 세월이 지난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지구 온난화로 겨울 평균온도가 올랐고, 에너지 복지정책이 확대돼 추위로 인한 동사자는 거의 자취를 감추는 등 겨울 고통지수는 내려갔다.
반면 여름철 폭염은 해마다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는 등 기승을 부리고 있다. 더위를 막아낼 여건이 못 되는 취약계층에게는 폭염이 이어지는 여름철이 겨울보다 한결 보내기 어려운 계절이 됐다. 저소득층 가정 어린이나 노약자 등은 가마솥 같이 달아오른 여름 더위에 무방비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관행처럼 어려운 이웃돕기는 겨울과 연말에 집중하고 있다. 계절에 따른 특성이 벌써 바뀌었지만 여전히 겨울나기에만 관심을 두고 있을 뿐, 여름나기에는 인색하다. 다행히 경주시는 최근부터 여름철 폭염기간 동안 복지사각지대 위기가구를 집중 발굴해 지원하고 있다.
시는 올해 복지사각지대 발굴관리시스템(행복e음) 대상자 598세대에 대한 현장방문을 통해 지원 대상 가정을 발굴하고 있다. 이들에게는 지속적인 서비스 제공 및 모니터링을 하고, 지원이 불가한 가구는 민간자원과 연계해 지원받도록 하는 등 다양한 정책을 펴고 있다.
하지만 어딘가에는 이 같은 혜택조차 알지 못한 채 혹서기 고통지수를 그대로 안고 살아가는 이웃들이 존재한다.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취약계층의 여름나기에 각별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겨울철에 집중된 이웃돕기 행사도 여름과 겨울로 나눠 실시할 필요가 있다. 무더운 혹서기 최악의 고통 속에서 보내는 이웃들에게 어느 때보다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