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예고→시민토론회→의회상정→자동폐기, 재입법예고→의회상정→시의회 수정가결→집행부 재의요구→시의회 재의요구 수용(자동폐기), 지난 98년 경주시가 최초로 입법예고로 시작된 ‘월성원전민간환경안전감시기구조례’는 5년6개월동안 의견을 좁히지 못하고 세월만 보내고 있다.
▶추진일지=지방자치단체와 주민의 원자력발전소 주변지역에 대한 방사선 감시를 원활히 수행하고 환경감시에 대한 투명성 및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설치하게되는 원전감시기구는 지난 98년 3월 입법예고를 시작으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99년 3월24일 의원간담회에서 이 조례안에 대한 집행부의 설명에 이어 99년 4월부터 11월까지 5차례나 시민단체와 경주시와의 조례안 실무자회의를 가졌다.
당시 참석한 시민단체는 환경보존을 위한 경주시민의 모임, 경주환경련, 경주경실련, 경주YMCA가 참석했다.
이후 2000년 5월 제49회 경주시의회 임시회에서 이 조례안이 상정됐으나 보류된 뒤 2002년7월 조례안이 폐기되기까지 2년동안 시의회에서 처리하지 않은 채 쥐고 있었다.
제3기 시의회의 임기가 끝난 2002년 7월을 시점으로 자동 폐기된 이 조례는 올해 들어 다시 집행부가 재입법 예고를 마치고 6월27일 제80회 임시회에 상정됐으나 시의회는 집행부안의 문제점을 따지면서 수정가결했다.
그러나 집행부는 시의회의 수정가결안중 ‘센터요원에 대한 위원장의 임면권을 시의회와 협의한다’는 시의회의 수정안 내용이 위원장(시장)의 고유권한을 침해하는 것으로 의회의 권한을 벗어나는 것이라며 재의요구를 했다.
그러나 시의회는 일단 수정가결한 내용을 제84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 상정했으나 통과과정에서 일단 집행부의 재의요구를 받아들여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이에 따라 이 조례는 집행부가 다시 재입법 예고를 한 후 경주시조례규칙심의위원회를 거쳐 시의회에 상정하는 절차를 되밟아야 하게됐다.
▶시의회에서 수정가결한 내용과 쟁점 내용은=경주시의회가 수정 가결한 것 중에 핵심은 위원회 구성과 감시센터요원 임면권. 그 중에 수년동안 논란이 되어 왔던 것은 위원장을 단체장(시장)이 맡는 것은 민간감시기구의 관주도화가 된다며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던 부문이다.
시의회가 수정가결한 내용은 제4조(위원회 구성) ‘위원회는 위원장을 포함한 20인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한다’는 조항을 17명으로 했으며 구성원도 △관계공무원중 시장이 지명하는자 2인→1인 △주변지역 읍면장이 추천하는 주민대표 3인→각 주변지역 주민단체가 추천하는 주민대표 3인 △시민단체와 환경단체의 추천을 받은 자 5인→시민단체의 추천을 받은 자 4인 △원전관련 전문지식과 풍부한 경험을 갖춘자 중 시장과 시민단체·지역주민대표가 추천하는 자 5인→시장을 삭제하고 4명으로 각각 수정했다.
또 제10조(간사) 1항 ‘위원회의 사무처리를 위하여 간사 1인을 두며 간사는 환경안전감시센터의 장이 된다’를 ‘위원회의 사무를 처리하기 위하여 간사 1인을 위원 중에 둘 수 있다’고 했으며 제12조(감시센터의 구성 및 자격요건) 1항 ‘감시센터는 센터장 1인, 분석원 3인, 분석보조원 1인, 사무장 1인, 사무인 1인으로 구성한다’를 사무원 1인을 삭제했다.
제15조(요원의 고용·복무·급여 등) 1항 ‘감시센터요원은 위원회의 동의를 얻어 위원장이 임면한다’를 ‘감시센터요원은 위원회의 동의와 의회의 협의를 거친 후 위원장이 임면한다’로 수정했다.
▶시의회가 본회의장에서 재의요구를 받아들인 과정=지난 8일 제84회 임시회 제2차본회의에서 이 조례를 결정하기로 했던 시의회는 결정을 앞두고 반복되는 논의가 계속됐다.
이 조례의 위법성을 따져 재의요구(시의회의 수정가결한 조례를 폐기하는 것)를 하는 집행부의 설명을 들은 의원들은 부담을 안고 논의를 계속했다.
일단 4개월 전에 집행부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시의회가 수정가결한 내용을 두고 집행부가 재의요구를 했지만 일단 갈때까지 가보자는 의원들과, 시의회가 재의요구를 받아들여 집행부에서 다시 안이 올라오면 그때가서 논의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그러나 시의회는 집행부의 재의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집행부가 법적으로 대응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에 파문을 우려한 듯 일단 재의요구를 받아들이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아 처리했다.
이날(8일) 본회의장에서 의원들은 ‘위원장(시장)이 센터요원 임면시 시의회와 협의한 후 임명한다’는 내용이 무리가 아니라 집행부가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 문제라며 거듭 집행부의 양보를 요구했고 집행부는 위원장이 위원회의 동의를 얻어 센터요원을 임면하는 것으로 위원회에는 시의회를 대표하는 시의원 3명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위원회를 거친 뒤 다시 시의회와 협의하는 것은 어긋난다는 입장을 거듭 고수했다.
시의원들은 결국 소회의실로 옮겨 공무원들과 출입기자들까지 물리치고 30분 가량 논의를 거듭했으나 명분과 실리를 따지면서 결국 일단 집행부의 재의요구를 받아들이자는데 의견을 모은 뒤 본 회의장에서 표결에 붙여 반대(집행부의 재의요구 받아들임, 시의회의 수정가결안 에 대한 반대) 15표, 찬성(재의요구 받아들이지 않음, 수정가결안 통과) 1표가 나와 일단 시의회에서 수정가결한 안에 대해 의회 스스로 폐기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의원들은 지난 5년6개월의 시간 낭비를 무색케하는 발언이 이어졌다.
수 차례의 논의를 해 왔으면서도 매번 반복되는 질문은 시의회가 이 조례에 대한 인식부족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결국 시의회와 집행부의 힘겨루기(?)=이 조례가 5년6개월이라는 기간동안 논의만 계속되면서 허송세월을 보낸 것은 결국 집행부와 시의회와의 힘 겨루기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의회가 4개월전에 수정가결한 내용의 핵심은 ‘제15조 위원장이 위원들의 동의를 얻어 할 수 있는 감시센터요원의 임면권을 의회의 협의를 거친 후 임면한다’는 것이다.
시의회 입장에서는 최초(99년) 이 조례가 논의될 때는 시장이 위원장이 되는 것은 민간감시기구의 관주도화가 우려되며 민간인이 위원장을 맡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을 고수해 왔다.
그러나 이 부분이 여의치 않자 유급직인 센터요원을 임면하는 것을 시의회와 협의 후 임면한다는 내용을 추가시키는 견제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그러나 집행부는 이 조항이 위원장(시장)의 고유권한을 침해할 뿐만아니라 의회가 의회관련기구의 직원 임면 사항이 아닌 민간기구의 직원 인사권에 관여하는 것은 지방자치법 제15조 및 35조 등에 규정된 의회의 권한을 벗어난 것이며 특히 감시위원회에는 시의회의 추천을 받은 시의원이 3명이나 포함되어 있어 시의회의 의사를 충분히 반영할 수 있는데도 다시 시의회의 협의를 거칠 경우 이중적인 절차일 뿐만 아니라 민간기구의 자주성이나 의결권을 제약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시의회가 위원회 구성에 대해서는 민간참여를 확대하는 진전된 결정을 보았지만 위원장의 권한에 대해서는 집행부와 이견차이를 보이면서 대치하고 있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조례=이번에 시의회가 집행부의 재의요구를 받아들여 자신들이 수정가결한 조례안을 폐기시켜 집행부로서는 법적인 대응이라는 마지막 수단까지 가지는 않았지만 다시 재입법 예고와 조례규칙심의위원회 가결, 의회상정 후 논의 등의 절차를 밟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다.
앞으로의 쟁점 또한 별 변화없이 집행부와 시의회의 대치양상이 계속될 것이란게 지배적이다.
집행부는 다시 이 조례안을 상정하더라도 위원장의 임면권을 시의회와 협의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논의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 확실히 정리된 상태다.
이에 반해 시의회는 일단 집행부의 재의요구를 받아들여 자신들이 수정가결한 조례를 폐기하면서 한발 뒤로 물러섰지만 문제의 조항인 위원장의 임면권에는 양보의 뜻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집행부가 절차를 밟아 다시 시의회에 상정하더라도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여 이 감시기구가 운영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