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는 바람도 많고 돌도 많고 여자도 많아서 삼다도라 불린다. 그런데 제주도에 없는 것이 바로 강과 하천이다. 경주에 오면서 형산강을 보고 마치 한강을 보는 기분으로 마주했다. 그리고 집 앞 칠평천은 신세계였다. 철마다 날아드는 백로와 왜가리, 오리들이 신기했다. 결혼한 첫해에 창밖으로 날아가는 백로의 모습에 “여보, 창밖으로 달력 그림이 지나가!”라고 외쳤었다. 일이 년 산다고 생각했던 이곳에서 십 년 넘게 산 이유는 칠평천의 매력이 한몫했다. 남편이 어렸을 때는 칠평천에 물이 많아 방학 때면 라면 한 봉지 들고 아침에 나갔다가 둥둥 떠내려가서 해가 지면 집까지 걸어 돌아왔다는 말을 전설처럼 이야기한다. 그러나 이제는 수량이 줄어들어 작은 개울물이 흘러가는 수준이다. 칠평천의 사계절이 변했듯 세상은 변한다. 할머니는 장작으로 가마솥에 밥을 지었지만 엄마는 석유 곤로에서, 나는 전기 밥솥에서 밥을 지었다. 일제 치하를 겪고 광복한 후 한국전쟁을 겪고 폐허에서 외국의 원조를 받던 나라, 최후의 분단국가, 70년대 새마을운동으로 한 차례 성장 후 88 서울 올림픽과 한강의 기적으로 경제발전을 이뤄 개발도상국이 되었고 1998년 IMF 사태로 다시 흔들렸지만 결국 2022년 선진국 대열에 올라섰으며 문화강국의 모습까지 갖추고 해외원조를 받다가 해외원조를 하는 세계 유일의 국가가 되었다. 이런 대한민국은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세대 격차를 보여준다. 농담 삼아 한때 “쌍둥이도 세대 차이 느낀다”라고도 했었다. 그런데 요즘 걱정스러운 것이 자꾸 대립하는 것이다. 평생직장 개념이 깨졌을 때 장년층과 청년층으로 극명하게 나뉘었다. 뉴스는 나날이 이런 세태를 다루면서 더욱 부추겼다. 그때 등장한 공익광고가 있다. 장년층의 남자와 청년이 뒤돌아 자기 주장만 외치다가 뒤돌아 서로 마주 보고, 서로의 입장을 이야기하고 이해하는 장면에 ‘아~’하고 탄식했었다. 그런데 요즘은 모든 면에서 대립하는 것 같다. 남자와 여자, 기성세대와 청년들, 지지하는 정당, 사람 등 극단적으로 팀을 나누고 상대편을 무조건 적대하는 모습이 사회 여기저기에서 쉽게 관찰된다. 언론 역시 이런 상황을 부추기는 모습에 세 아이의 엄마로, 아줌마로서 걱정스럽다. 코로나가 발생하기 전에 미래 교육 관련 뉴스에서 가장 자주 출몰하는 단어가 있었다. 바로 ‘4차 산업’과 ‘AI’ 다. 지금의 교육은 산업혁명 시대에, 공장에서 일할 수 있는 인재들 교육에 맞춰져 있다며 새로운 시대를 맞아 변화해야 한다고 했다. 아이들의 미래를 걱정하는 엄마로서 4차 산업 시대 관련 뉴스와 도서, 강의를 들으며 AI와 인류가 공존하는 시대에 아이들이 갖춰야 할 능력이 ‘공감’과 ‘융합’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예를 들어 수학 선생님을 보자. 머지않은 미래에 아이들의 수학 선생님으로 AI는 훌륭한 역할을 해낼 것이다. 아이들이 해결하는 문제와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를 통해,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아이에게 필요한 문제를 제시함으로써 개개인의 수학적인 발전을 이뤄낼 것이다. 그런데 AI는 아이들에게 가장 적절한 문제를 제시할 줄은 알지만, 아이의 심리적인 상태를 공감하지는 못한다. “문제가 힘들었구나, 너만 그런 거 아니야. 처음에는 이 부분을 다 힘들어해” 이런 말은 AI가 제대로 표현할 수 있을까? 한다고 하더라도 인간 대 인간으로 공감하는 것과 AI와 공감하는 것이 같다고 말할 수 있을까? 또한 수학 문제를 잘 풀고 사회 현상을 각각 연구하고 해결하는 면에서 인간이 결코 AI를 뛰어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사회적인 문제와 수학 문제를 융합하여 새로운 돌파구를 생각하는 것은 인간만의 능력이다. AI는 ‘수학과 사회 문제를 융합해’라는 명령을 통해 경험하지 않는 이상 혼자 스스로 두 개를 융합할 능력이 부족하다. 좀 더 쉽게 말하자면 인간의 창의력, 솔직하게 말한다면 인간의 엉뚱함이 AI에는 없다. 부모와 아이, 조부모와 아이는 같은 세상을 사는 전혀 다른 시대의 사람이다. 풍족한 사회를 당연시하는 청년들에게 ‘라떼는 말이야’는 잔소리도 안되는 꼰대의 이야기일 뿐이다. 그래도 아줌마는 말하고 싶다. 서로 다르다는 걸 인정하고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공감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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