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나라 영화관을 가장 뜨겁게 달군 영화는 아마도 ‘탑건2 메브릭’일 것이다. 영화가 개봉한 이래 지난 주까지 SNS상에 가장 많은 후기로 올라온 영화가 바로 이 영화이기도 하다. 심지어 처음 영화가 시작하는 화면의 음향효과가 울리면서 그 강렬한 진동에 울컥했다는 감상평을 올린 사람들이 한둘 아니다. 지난주 많은 영화팬들의 인생영화로 지칭된 탑건2 메브릭에는 어떤 매력이 숨겨져 있을까? 탑건은 1986년에 1편이 상영되었다. 보통의 속편이 영화가 나오고 1~2년이면 만들어지는 것과 달리 이 영화의 속편은 무려 36년이나 지난 후에 만들어졌다. 주인공 톰 크루즈가 24살 때 개봉한 영화가 60세 때 다시 돌아온 것이다. 사실 이 이야기의 구조는 지나칠 만큼 단순하다. 최고의 비행사들이 세계를 향한 은밀한 적의 핵 위협을 가공할 비행능력으로 쳐부순다는 것. 이 이야기에 무인항공, 다시 말해 인간의 능력을 배제한 드론의 도전 가능성이 시사되고 최대의 능력치를 발휘하지 못하는 비행단의 갈등구조, 그들을 조련하는 메브릭의 말 못한 사연들이 극의 긴장감을 높인다. 이렇게 단순한 이야기 구조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만만치 않은 감동을 선사한 데는 헐리우드 특유의 리더십과 영웅주의가 자연스럽게 녹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탑건2에서 보여준 메브릭의 리더십은 부하들의 ‘무사귀환’에 온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그에 비해 작전을 계획한 사령부는 오로지 작전 성공에만 방점이 찍혀있고 그 목적을 위해서라면 비행단의 희생은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더 정확히는 감수해도 좋다는 입장이다. 결국 메브릭은 엄청난 모범과 자기 희생을 감수하며 비행단을 이끈다. 아직 영화가 상영중이니 이미 공개된 스토리 외 더 이상의 언급은 할 수 없다. 다만 이 영화가 이끌고 온 뜻밖의 상념 하나에 주목하게 된다. 36년 전 탑건이 상영될 때 당시인 1986년의 대한민국 대학가는 군부독재에 맞선 대학생들의 시위로 연일 잠잠할 날이 없었다. 그 당시는 군부독재에 맞선 가장 전위적 세력들이 대학생들이었고 사회저변이 그것을 당연히 받아들이던 때였다. 1980년대 학생들의 시위는 1980년 서울의 봄을 맞은 데 이어 전두환 군사독재가 권력을 찬탈하면서 불 붙은가 싶다가 5.18 광주민주화 항쟁과 그에 따른 계엄령 선포로 일순 수면 아래로 잠복하는 듯했다. 그러나 총학생회가 부활이 예견되던 1984년부터 격렬해지기 시작해 총학생회가 본격적으로 부활되던 1985년을 기점으로 활발히 살아났고 1986년과 1987년에 정점을 찍었다. 특히 1987년 박종철 군 고문치사 사건과 이한열 군의 처연한 죽음이 기폭제가 되어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이룩하는 감격을 맞보았으며 이로써 군부독재의 종식에 대한 열망을 품어볼 수 있게 되기도 했다. 안타깝게도 이후 치러진 1987년 대선에서는 야당의 난립으로 또 다른 군부 출신 대통령이 당선되는 결과가 나왔지만 80년대 학생운동의 영향은 이어진 이후 대선에서 민주화로 이행되는 차분한 성과를 거두며 이후 ‘386세대’라는 아름다운 닉네임으로 그 영향력을 과시했다. 그 절체절명의 시기인 1986년에 극장가를 휘몰아쳤던 톰 크루즈가 이제는 후배 세대들을 지도하는 지휘자로 우리 앞에 나타나 엄청난 존재감을 과시하며 또 다른 신화를 만들었다. 그런 반면 이제는 586 기성세대, 이 나라의 주축세대가 된 1980년대 386세대들은 과연 대한민국에 어떤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지 의문스럽다. 불행하게도 정치권 586세대들은 독재시대 주역들이 보여주던 이기적이고 안일한 행태에 절어 있는 모습이다. 탑건의 메브릭은 아름다운 선배 세대로 자리매김해 세계를 열광케 했는데 대한민국 586세대들은 나이만 헛 먹었을 뿐 후배세대들에게 귀감이 될 메브릭을 볼 수 없다. 이것이 탑건2 메브릭을 보고 나서 느낀 가장 큰 비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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