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이 전 세계적인 화두다. 화석연료 사용으로 지구 온도는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고 그로 인한 폭우, 폭염, 가뭄 같은 기상이변과 대형 산불, 홍수와 같은 재난재해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인류가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에 국제사회가 나섰다.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노력은 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2년 브라질 리우에서는 192개국이 참여하고 160개국이 서명한 ‘기후변화협약’이 체결되었다. 그러나 구속력 없는 협약이라 1997년 교토에서 선진국들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를 규정한 ‘교토의정서’가 채택되었다.
하지만 ‘교토의정서’ 또한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37개 선진국들만을 온실가스 총배출량 감축대상으로 명시하고 있어 2015년에는 197개국으로 온실가스 감축의무를 확대한 ‘파리기후변화협약’이 체결되어 기존 ‘교토의정서’를 대체하였다. 이러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대응하여 우리나라도 작년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을 제정하고 탄소중립시나리오를 발표하는 등 본격적인 탄소중립사회로의 이행을 추진하고 있다.
탄소중립은 탄소 배출을 줄이고 탄소흡수량을 늘려 궁극적으로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지방도시가 공기 맑고 물 좋은 곳이라는 인식이 있지만 탄소중립과 관련해서는 부족하다. 탄소배출 총량만 따지면 서울과 수도권이 월등하지만 1인당 배출량으로 산출하면 결과는 달라진다. 2018년도 통계기준 1인당 탄소배출량은 서울이 5.45톤이고, 전국 평균은 14.09톤으로 나타났다. 토지를 압축적으로 사용하고, 지하철과 같은 대중교통이 보편화된 대도시가 오히려 지방도시보다 탄소중립에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경주와 같은 지방 도시들이 탄소중립을 위해 더욱 노력해야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단순히 배출량을 줄이는 차원에서 탄소중립을 접근할 필요는 없다. 탄소중립은 경주와 같은 중소도시에 위기이기도 하지만,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스웨덴 ‘말뫼’시는 과거 조선업으로 유명한 도시였다. 그러나 지역 대표산업인 조선업이 쇠퇴하자 도시의 랜드마크였던 조선소 내 골리앗 크레인을 우리나라 현대중공업에 단돈 1달러에 매각했다. 크레인이 해체돼 배에 실려 떠나는 모습을 많은 시민들이 눈물을 흘리며 바라봤다. 이 장면은 ‘말뫼의 눈물’이라는 제목으로 장송곡과 함께 스웨덴 국영방송에서 방영한 것으로 유명하다. 쇠퇴도시 말뫼가 선택한 것은 탄소중립 친환경 도시로의 혁신이었다.
도시재생을 통해 쇠퇴한 도시공간을 친환경적으로 재건하였고, 도시건설과정에서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대폭 확충하고, 친환경건축물을 확대하는 등 친환경 기술과 정책을 적극적으로 도입하였다.
이제 말뫼는 쇠락한 조선업의 도시에서 세계를 대표하는 친환경 생태도시가 되었다. 경주도 원도심 재생을 위한 방안으로 노후화된 공공청사를 친환경적으로 리모델링하고, 이동수단을 친환경적으로 대체하는 탄소중립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왜냐하면 탄소중립은 산업이고 먹거리기 때문이다. 전기자동차, 태양광, 태양열, 풍력, 스마트 모빌리티, 제로 에너지빌딩 등 탄소중립과 관련된 다양한 산업들이 기후위기에 대응하여 급성장하고 있다.
이러한 산업이 관광업과 연계하여 함께 발전하는 관계에 있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경주와 함께 우리나라의 대표 관광지인 제주도는 탄소배출이 없는 섬을 주제로 전기차 보급, 친환경 건축물 확대 등의 정책을 적극 시행하고 있다. 제주를 찾은 관광객들이 전기차를 이용하는 모습은 더 이상 생경한 풍경이 아니다. 그리고 제주도는 전국 최대 전기차 보급률을 자랑하고 있으며, 신재생에너지 도입에도 과감하다. 앞으로도 새로운 탄소중립 기술과 정책도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렇듯 탄소중립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인류의 생존과 직결된 과제이자 우리 도시가 한 단계 더 성숙하고 발전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그리고 탄소중립은 지금 세대와 미래세대가 함께 살 수 있는 방도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는 미래세대에게 빌려온 것이다. 자고로 빌린 물건은 상한 데가 없도록 아껴 쓰고 주인에게 돌려줘야 한다.
돌려줄 때는 이자를 붙이거나 감사의 마음으로 작은 선물이라도 준비하기 마련이다. 지금 지구를 사용하는 우리 세대는 앞 세대가 화석연료 사용으로 빌려놓은 빚을 갚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