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의 도심을 가로지르는 철로와 전랑지, 남고루 등 문화재 사이에 위치해 오랫동안 개발되지 못한 채 도심의 섬처럼 남아있던 구 경주역 동편 성동·황오지구(행복황촌)가 도시재생 뉴딜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행복황촌이 국토교통부의 ‘2020년 도시재생뉴딜사업 일반 근린형’공모에 최종 선정돼 지난해부터 오는 2024년까지 4년간 주민역량 강화 및 상권 활성화 사업을 추진하게 된다. 일반근린형 도시재생 지원사업은 주거지와 골목상권이 혼재된 지역을 대상으로 주민공동체 활성화와 골목상권 활력 증진을 목표로 공동체 거점조성, 주거환경 개선 등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이곳 주민들은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통해 자발적으로 스스로의 문제를 발굴하고 해결해 나가면서 함께 성장해가고 있다.-주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진행된 마을축제, 황촌문화마당 개장기념 ‘행복황촌 도시재생한마당 축제’ 부추가 듬뿍, 노릇노릇 먹음직스러운 전이 부쳐지기가 무섭게 손님상으로 나간다. 재료 듬뿍 넣은 전 한 점에 시원한 막걸리 한 사발을 들이켜니 한낮 더위가 시원하게 날아가는 듯하다. 행복황촌도시재생주민협의체는 지난달 25일 황오동 155-2 일원에 조성된 ‘황촌문화마당’ 개장을 기념해 ‘행복황촌 도시재생한마당 축제’가 펼쳐졌다. 황촌문화마당 한켠에 마련된 ‘사랑채 문화학교 전시회’ 부스에는 주민들이 그간 갈고닦은 서예, 사군자, 사진 작품이 전시돼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했으며, 노래교실 회원들의 흥겨운 노랫소리는 축제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다. 순식간에 행사장은 주민들로 가득 찼고,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행복한 마을축제가 진행되고 있었다. 이날 ‘황촌 밥상공동체’에서는 재료를 듬뿍 넣은 부추전과 막걸리, 치맥을 ‘다문화 교류’ 부스에서는 베트남 반미 샌드위치와 콜라, 일본·중국차 및 베트남 커피 등 먹거리 부스를 운영했다. 이 밖에 손재주 있는 주민들이 직접 만들고 판매하는 다양한 핸드메이드 제품이 진열된 ‘마을장터’, ‘도시재생 홍보마당’ 등의 부스는 주민들의 다채로운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제공했다. 이융희 도시재생주민협의체 대표는 “주민들의 적극적인 협조로 이번 행사가 더욱 풍성해졌다. 앞으로 문화마당을 활용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해 주민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공동체 문화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주역 동편 도시재생뉴딜사업의 일환으로 마련된 ‘황촌문화마당’은 주민 휴식공간은 물론 장터와 축제, 문화공연 등에 활용할 수 있는 다목적 문화공간으로 665㎡ 부지에 블록 포장과 공원이 조성되고 퍼걸러와 음수전 등이 설치돼 있다. 야간에는 주차장으로 활용될 예정이라 주민 편의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행복황촌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마을발전을 논의하고 해결방법을 모색해 나가는 과정에서 행복황촌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의 역할이 크다.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는 행복황촌 도시재생뉴딜사업을 수행하며 주민과 행정 간의 소통책을 담당하는 중간지원 조직이다. 지난해 행복황촌에서는 주민들이 마을의 문제를 직접 발굴하고 운영의 주체가 돼 총 5개 소규모 예산사업을 직접 진행하면서 역량을 키워나갔다. 주민제안 공모사업에 선정된 주민공동체 5팀 중 황오동청년회는 ‘골목길 보이는 소화기 설치사업’으로 소방차가 들어가지 못하는 좁은 골목길의 화재 예방에 큰 역할을 했다. 황오동자율방범대는 ‘가스누출경보기 및 국기 게양대 설치사업’으로 가스누출 사고에 대비해 안전한 마을 만들기에 앞장섰으며, 어린이들의 눈으로 바라보는 마을의 모습을 지도로 만든 황오동꾸러기탐험대는 주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참사랑노인복지센터는 마을에 홀로 계신 어르신들을 위해 ‘식물 치유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정서적 안정을 도왔고, 황오시더는 ‘안내판 제작’을 통해 역사적 가치가 있는 마을의 소중한 자산을 발굴해 관광객과 주민에게 안내할 수 있는 안내판을 마을 곳곳에 설치했다. 또 남녀노소 어울려 함께 즐기는 ‘플리마켓’, ‘행복황촌 찌짐잔치’ 등을 진행하며 주민협의체 간의 네트워크 형성 및 소통을 강화해갔다. 행복황촌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 민대식 센터장<인물사진>은 “우리 행복황촌은 주민들 간 화합으로 지역의 변화를 이끌어가면서 스스로 성장 동력을 구축해가고 있다. 하지만 급격한 상업화의 과정에서 황리단길과 같이 살고있는 주민이 밀려나는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없지 않다. 그래서 지나친 상업화가 가져올 수 있는 폐해를 대비해 관광객과 주민이 함께 공존할 수 있는 우리 마을의 사업모델로 마을호텔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일반적인 호텔이 하나의 건물에 층별로 관광객 투숙에 필요한 객실과 프런트, 식당, 카페 등 서비스 공간을 구성한 수직적 형태가 대부분인 반면 마을호텔은 수평적 공간에 펼쳐놓은 새로운 개념의 사업모델이다. 민 센터장은 “도시재생 사업을 통해 만들어지는 거점시설인 황촌게스트하우스는 객실이 3개밖에 없는 소규모 시설이라 마을 전체의 소득증대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우리 마을에 이미 주민들이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 등 숙박시설이 다수 존재하고, 빈집을 개조해 도시민박업을 준비하는 주민들도 많아 황촌게스트하우스와 주민들이 개별적 운영하거나 영업 준비중인 다양한 형태의 숙소를 하나의 브랜드로 묶어 마을기업화하는 장기계획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통상적 게스트하우스라 불리는 도시민박업은 규정상 주인이 거주하는 집의 빈공간을 활용해 외국인 관광객에 한해 숙박업을 허용하는 형태로 내국인 관광객 숙박은 원칙적으로 불가하다. 그러나 도시재생활성화구역 내 마을기업 형태로 운영하는 숙소에 한해서는 제한적으로 내국인 투숙을 허용하는 예외 조항이 있다. 이들이 착목한 지점도 여기다. 이어 민 센터장은 “관광객과 주민이 공존할 수 있는 사업모델을 통해 주민들이 마을을 떠나지 않고 지속 가능한 마을을 만들어가는 밑그림을 주민들과 함께 그려나가고 있다”면서 “도시재생뉴딜사업을 통해 마을호텔 운영을 위한 마중물이 되려한다. 행복황촌의 마을호텔 사업이 지역주민의 자력으로 확산시키고, 발전시켜 나갈 수 있도록 균형 있는 운영구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행복황촌은 주민들의 역량강화 및 지역활성화를 위해 주민들을 대상으로 ‘마을관리협동조합 운영교육’ ‘게스트하우스 운영 기본교육’ ‘창업인큐베이팅 운영교육’을 진행했으며, 관광객을 위한 게스트하우스와 상권활력소 조성, 도심과 마을을 잇는 보행로 조성사업을 통해 상권의 변화에 대처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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