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번가의 해독은 다음과 같다. “겨울이 가니 / 울지 않고 있던 새가 날아 와 울고 / 피지 않고 있던 꽃도 피어나지만 / 산에는 나무가 우거져 들어가 꺾을 수 없고 / 풀도 무성하여 들어가 꺾는 사람을 볼 수 없다오. / 가을 산 나뭇잎을 보는 사람들은 / 노란 잎을 따 슬픔에 젖고 / 푸른 잎을 따들고는 오래토록 탄식한다네. / 가을 산을 좋아 한다오, 나는” 사람들은 시를 은유의 숲이라고 한다. 작자가 이 작품에서 말하는 겨울은 무엇을 은유하고 있을까. 그것은 겨우 끝낸 한반도의 전쟁이었다. 힘든 시기를 겨우 지내고 나니 전쟁과 관련해 아무런 일도 하지 않았던 나무와 풀이 산을 차지하여 다른 사람의 접근을 막고 있다고 했다. 가을 산에 가 떨어진 단풍을 보면 한반도 전쟁에서 죽은 이들을 생각하며 슬픔에 젖고, 푸른 잎을 따들고는 살아 돌아온 젊은이들을 본 듯 탄식할 수가 있어서 여인은 가을 산을 좋아 한다고 했다. 또한 봄산은 동생(대해인 황자)이고, 가을산은 형(중대형 황태자)일 것이다. 작품을 뜯어보면 그녀는 이미 남편을 버리고 시숙의 여인이 되어 있었다. 여인은 자신이 그래야 하는 이유로 수많은 여인들이 진을 치고 있는 동생(대해인 황자)의 여자로 참고 살기보다는 차라리 형의 여인이 되는 것이 더 낫다고 했다.   실제로 동생 대해인의 주변에는 강력한 여인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최고 실권자 중대형의 딸 세 자매가 대해인에게 시집 가 그를 지키고 있었다. 조카딸 셋이 한 숙부에게 시집가 있으니 근친도 이러한 근친은 없다. 작품 속 나무와 풀은 바로 중대형의 딸 세 명을 은유하고 있을 것이다. 나무와 풀이 우거진 봄산에 여인은 끼어들 틈이 없었다. 어려운 시절을 전쟁지도부와 같이하고, 자존심이 강했던 여류가인으로서는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상황이었을 것이다. 꽃과 단풍을 품평하는 단순한 노래 같지만 실제로는 규방의 남녀관계와 과거의 공적, 백제에서의 전쟁이 시어로 비유되어 있다. 또 하나 작품은 동생은 봄이고 형은 이미 가을이라는 사실도 아울러 암시하고 있다. 대해인은 뜨는 해이고, 중대형은 지는 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또 동생 대해인의 주변에 사람이 모이고 있다는 사실도 은유되어 있다. 권력의 쇠락, 민심은 백제 파병의 책임을 묻고 있었다. 백제는 멸망했으나 왜국 황실에서는 한반도의 전쟁이 계속 되고 있었다. 만엽집 편집자는 액전왕이 동생의 여인에서 형의 여인으로 바뀐 신분의 변화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었기에 만엽집에 실어 놓았을 것이다. 훗날 액전왕은 역사의 격류에서 형의 여인이 되었기에 가능했던 운명적 소임을 담당하게 되었다. 그녀는 일본 고대사 최대의 난인 ‘임신의 난’에서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된다. 향가는 원하는 것을 이루어주는 힘의 노래이다. 역사는 이 작품이 시키는 대로 격류지어 흘러갔다. 이 작품이 만들어진 후 5년이 지났을 무렵 중대형 황태자가 죽었고 임신의 난이 일어났다. 중대형의 아들은 난을 일으킨 숙부 대해인에게 베어 바쳐졌다. 형이 아들에게 물려주었던 권력의 정점, 천황의 자리는 동생에게 찬탈당하였다. 중대형 부자의 권력은 16번가의 노랫말대로 가을철 낙엽처럼 지고 말았다. 백제 파병의 책임을 말하여야 할 자리에 이 작품이 놓여있었다. 새롭게 해독해보니 이 작품은 책임을 말하는 노래였다. 있어야 할 내용이 있어야 할 자리에 놓여있었다. 16번가는 노래로 쓰여진 역사였다. 만엽집 속에 들어 있는 향가를 제대로 해독하지 못하고는 일본의 고대사로 들어갈 수 없었다. 향가가 빠진 일본의 역사는 문이 잠겨진 오래된 건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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