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에 살면서 장애인 시위를 보면서 단순히 불편하다고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최근 지방자치단체장 선거가 끝났다. 앞으로 22개월은 선거가 없이 한국사회가 내실을 다지며 발전해야 하는 시간이 주어졌다. 대선 때나 지방선거 때 장애인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지만 선거를 위한 도구로서 사용되었다는 인식을 지울 수 없다. 필자는 코로나팬데믹 직전에 지인의 초청으로 식구들과 4일정도 동경지역을 관광한적이 있다. 보통은 택시나 관광버스를 이용해야 했는데 식구들과 일본문화 체험겸 대중교통을 이용한 관광을 하기로 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도착한 첫날 지하철로 이동하다 처가 다리를 다쳐 깁스를 해야 했고 식구들과 모처럼 잡은 관광 일정을 취소하려고 했었다. 초청했던 지인의 집에 장애인이 있어 여분의 휠체어가 있었고 그것을 빌려줄 테니 일본의 장애인 체험을 해보라고 했다.   이것도 좋은 기회라 생각하고 지하철과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이동하기로 했다. 지하철을 타면 역무원에게 이야기하면 목적지가 어딘지 이야기하면 환승역에서까지 장애인을 안내하는 사람이 나와서 엘리베이터를 타는 곳까지 안내를 해줬고 휠체어 타는 칸이 있었지만 다른 칸에 타니 많은 사람들이 도움을 주었다. 용기를 얻은 우리는 버스를 타기로 했다. 장애인 전용 저상버스가 있었지만 모든 일반버스에는 장애인이 쉽게 탈 수 있도록 전용판이 설치되어 있었다. 버스 기사가 차를 세우고 친절하게 올려주었다. 일정 내내 어디를 다니더라도 불편함 없이 다녔고 공항이나 관광지에서 장애인과 함께 있으니 식구들 모두 특별한 대우를 받으며 관광을 마칠 수 있었다. 그러다 한국에 돌아오니 불편한 점이 매우 많았다. 공항에서는 그나마 나았지만 공항 밖을 나오면서부터 장애인이 다니기에 너무 불편했다. 그와 동시에 경주는 어떤지 궁금했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적인 관광도시인 경주가 장애인의 이동권과 인권을 얼마나 존중하고 있을지 생각하게 된다. 장애를 지닌 관광객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해 다양한 관광지를 편하게 관람할 수 있도록 배려되어 있는지, 성동시장에서 물건을 쉽게 살 수 있는지는 세계적인 관광도시의 척도라 할 것이다. 2021년부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수도권 지하철 1호선, 2호선, 3호선, 4호선, 5호선, 인천국제공항철도와 대구 지하철 1호선 역에서 이들이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철폐하고 이동권 보장을 하라며 시위를 벌였다.   이 와중에 열차가 지연되고 5호선 스크린 도어가 파손되고 4호선 혜화역 등 승강장 벽면이 훼손되는 등 피해를 입었다.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한 예산 확보와 30%에 불과한 저상버스 도입률을 높이기 위해 의무화 요구, 특별교통수단 이용 개선, 시외 이동권 보장 등을 주장했고 그 결과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이 개정되어 저상버스 도입 의무화, 특별교통수단의 지역 간 환승, 연계체계 도입을 이뤄냈다. 하지만 특별교통수단의 국비 지원 의무화가 이뤄지지 않아 시위가 계속되었다. 장애인 단체는 버스를 타려면 계단밖에 없어서 탈 수 없고, 승강장까지 내려갈 수 있는 엘리베이터가 없다며 이런 문제는 결국 이동을 제한해 사회적응에 필요한 교육조차 받을 수 없다고 불편함을 토로했다. 세계적 문화 관광도시인 경주에서는 이러한 일이 없어야 한다. 오늘날 장애인 등 소수자들의 인권은 절대적 지위에서 논쟁적 지위로 자리바꿈을 했다. 이 논쟁은 지역사회와 한국사회에 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한 계몽이 필요한 부분이다. 그리고 인간 존재를 어떻게 보느냐 하는 가치관의 문제가 깔려있다. 그러나 앞에서 지적했듯 아직도 우리 사회는 선거에서 공약으로 써먹고 금방 잊어버리는 정도의 얄팍한 정책적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다. 경주는 장애인이 편안하게 다닐 수 있도록 보행권과 이동권을 충분히 보장하고 장애인을 비롯한 소수인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천부적인 부분이라는 것에 대한 교육도 꾸준히 전개해야 한다. 그게 세계적 관광도시라는 위상에 합당한 정책적 기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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