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를 마치고 양산에 집을 지어 내려간 문재인 전 대통령이 화가 많이 난 모양이다. 한 달도 채 되지 않았는데, 자신의 집 주위에서 그에게 항의성 시위를 하는 사람들에게 시달렸다. 드디어 그는 시위하는 사람들을 모욕, 명예훼손과 살인 및 방화협박의 혐의로 고소를 하였다. 어마어마한 혐의 죄명으로 보아 그가 지금 받고 있는 심리적 스트레스가 한계치를 넘었음을 잘 알 수 있다. 그의 심정을 이해한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그의 이런 불행이 어쩌면 다름 아닌 자신에게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아직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는 점이 의아하다. 나는 그가 선량한 인격의 소유자라는 사실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의 천성은 대통령이 되어 국정전반을 이끌어가기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리더십의 부족을 실감한 그는 기꺼이 팬덤정치에 올라탔다.   초반의 열성적 지지자들이 보이는 행동을 민주주의 정치의 양념이라며 부추겼다. 차츰 그들은 단순한 지지자에서, 저 멀리 군산에서 횟집을 하는 함운경의 표현을 빌리자면, 사회의 룰을 파괴하는 훌리건으로 변해갔다. 그는 이로 인해 국민이 반반으로 심하게 갈라져도 한 톨의 염려조차 베풀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부족한 지도자로서의 역량을 보충해줄 수 있는 귀중한 자원으로 생각하였다. 팬덤정치로 기운 것을 포함하여, 그는 임기 내내 시종일관 내 편, 네 편으로 갈라치기를 했다. 덕분에 그는 임기를 40%대의 지지율로 마감하는 최초의 성공한(?) 대통령이 되었고, 끝날까지 새정부를 당당하게 적대시할 수 있었다. 우스운 사실은 그가 임기 마지막이 되어서 유난히 사회통합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자주 발하였다는 점이다. 그는 모른다. 아니 모르는 체 했을지 모른다. 대깨문의 좌표에 찍혀 비열하고 야만적인 공격을 받는 수많은 선량한 시민들의 고통을 무시했다. 죽창가를 부르며 걸핏하면 생업에 종사하는 무고한 시민들을 ‘토착왜구’로 몰아 공격하는 현상이 이 사회에 독버섯처럼 퍼졌어도 그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아내가 나를 가차없이 공격하는 열혈 대깨문의 횡포를 보았다. 나에 대한 직접적인 물리적 위협의 언사는 물론 가족들까지도 가만두지 않겠다고 음흉한 눈길을 번득이는 것을 보며, 갑자기 공황장애를 일으켰다. 숨을 쉴 수 없다고 소리를 질렀다. 현대병원 조윤철 원장을 비롯한 지인들의 도움으로 신속하게 입원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상당기간 계속 통원치료를 받아야 한다. 이러한 일들이 오늘의 한국에서 버젓이 일어나고 있는 것에 대해서 그가 과연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그의 집 주위에서 평온을 깨뜨리며 떠드는 이들은 물론 잘못이다. 그리고 문 전 대통령 외의 다른 주민들에게는 모진 이 옆에 있다가 갑자기 벼락 맞는 격이다. 그러나 시위자들은 바로 그가 이끈 정부가 남긴 음울한 유산의 하나다. 그가 만들어낸 훌리건 집단의 반대쪽에서 생긴 훌리건이다. 그리고 그의 쪽 훌리건들이 저지르는 난폭한 횡포는 훨씬 더 광범하고 폭력적이었다. 그 훌리건들이 과거 이명박 전 대통령 집 앞에서 구속을 촉구하며 벌인 엄청난 행태는 사실 이번 그가 겪는 일에 비교하기도 힘들다. 그가 집 주위에 몰려든 훌리건을 엄청난 혐의로 고소하기 전, 이 모든 일이 자신의 판단잘못으로 생긴 점을 솔직히 인정하고, 이제라도 이를 사과하며 국민의 통합을 호소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진중권 교수는 문재인 전 대통령 집 주위의 시위가 윤석열 대통령의 방조로 생긴 듯이 주장하였다. “그 저질보다 더 악질은 그거 보고 말리기는커녕 ‘너도 양념 좀 당해 보라’며 방조하는 인간들”이라며 “5년 후에 윤석열도 똑같이 당할 것”이라고 말하였다. 진 교수는 평소 탁월한 감각으로 사회의 문제들을 지적하고 그 원인을 정확하게 찾아내었으나 이번에는 틀린 것이 아닐까 한다. 윤 대통령이 양산에서 벌어진 훌리건 소동에 무슨 책임이 있는가. 뜬금없는 말이다. 그리고 윤 대통령이 문 전 대통령 사저의 경비원처럼 그 소동을 나서서 뜯어말려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소동의 방조자가 된다는 말인가. 대통령은 그런 직책이 아니지 않는가. 그리고 대통령이라 한들 헌법상의 집회결사의 자유가 보장된 나라에서 법에 따라 행해지는 시위를 함부로 막을 수 있는가. 한편 생각해보라. 이 모든 일의 시원(始原)에는 바로 문 전 대통령 본인의 무책임한 팬덤정치 편승과 방치, 조장이 있었다는 사실이 보이지 않는가. 여하튼 지금 양산 문 전 대통령 집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들은 우리 마음을 무겁게 한다. 이 일을 계기로 우리 공동체가 의식을 심화시켜 분열과 저주의 굿판정치가 완전히 사라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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