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축산 통도사, 가야산 해인사, 조계산 송광사 등 삼보(三寶) 사찰을 비롯하여 유명 사찰은 모두 산중에 있다. 이곳 함월산 기림사도 산속에 있다. 지금은 비록 불국사의 말사로 사찰 규모가 삼보 사찰에는 미치지 않지만 일제강점기에는 31본사의 하나였다. 불국사를 비롯하여 분황사 등 경주지방 사찰은 물론 오어사를 비롯한 포항의 사찰, 더 멀리로는 영덕의 청령사까지 말사로 거느렸다. 기림사를 우리 경주 사람들은 일찍이 지림사라고 했다. ‘길’을 ‘질’로, ‘기름’을 ‘지름’이라고 하는 등 경주 사투리는 ‘ㄱ’을 ‘ㅈ’으로 발음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옛 어른들에게 이 절의 유래에 대해 여쭤보려면 지림사라고 해야 알아듣는다.
경주 시내에서 이 절을 찾으려면 경감로(4번 국도)를 이용하여 감포로 가다가 안동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돌려 약 4.5km쯤 가면 기림사 주차장이 이르게 된다. 주차장 입구에서 주차료(1000원)와 사찰관람료(3000원)를 지불하고 주차를 한 후 일주문에 이르기 전 무지개다리인 임정교를 건너야 한다. 현세인 차안(此岸)에서 부처님의 나라인 피안으로 가려면 이 다리를 건너야 한다.
다리를 건너 저 앞쪽을 보면 부도와 탑비가 보인다. 탑비 전면에 율암대사비(栗庵大師碑)라고 되어 있으니 부도는 율암대사의 부도로 짐작하게 된다. 그런데 석종형인 부도는 오랜 세월을 견뎌온 듯하나 탑비는 세운 지 얼마되지 않은 듯하다. 실제 부도 뒷면을 자세히 살펴보면 낭허당연담대사탑(廊虛堂蓮潭大師塔)이다. 이 스님의 부도가 불국사에도 있으나 연담대사가 어떤 분인지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탑비의 주인인 율암대사는 1927년 송광사를 중창한 분이라고도 하는데 그분이 바로 이 탑비의 주인공인 율암대사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삼국유사』 「탑상」편 ‘전후소장사리’조와 ‘낙산이대성(洛山二大聖) 관음(觀音) · 정취(正趣) · 조신(調信)’조에 기림사(祇林寺) 주지 대선사(大禪師) 각유(覺猷)에 대한 언급 등으로 미루어 볼 때 고려 때까지 기림사는 선종 사찰이었음이 분명한데도 고승의 부도가 왜 단지 1기만 있을까?기림사 경내로 들어서기 위해 일주문에 이르렀다. 사찰에는 중생이 미혹의 사바세계(娑婆世界)에서 깨달음의 불국정토(佛國淨土)로 들어가기 위해서 수행의 과정을 상징적으로 묘사하고 있는 문이 있다.
이 문은 불국정토를 염원하는 사람, 성불(成佛)에 이르기를 다짐하는 이가 반드시 거쳐야 한다. 그러기에 불교에서는 부처님이나 고승(高僧)들의 설법(說法)을 ‘법문(法門)’이라고 한다. 글월 문(文)자 ‘法文’이라 하지 않고 문 문(門)자 ‘法門’이다. 진리의 세계, 그 법의 세계는 귀로 듣거나 눈으로 읽어서 알 수 있고 도달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부처님의 설법을 듣는다는 것은 곧 법의 문을 보는 것이다. 그 문을 열고 걸어 들어가야만 한다. 그 문은 반드시 통과해야만 하는 관문이요 실천의 문이기 때문에 법문이라고 하는 것이다.
이제 수미산에 있는 불전으로 들어가는 첫 관문인 일주문에 들어선다. 속세를 벗어나 부처님의 땅인 진리의 터전으로 들어서는 첫 관문인 것이다.
일주문이라고 해서 글자 그대로 기둥 한 개로 된 문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기둥이 한 줄로 늘어서 있기 때문에 일주문이라는 것이다. 일직선상에 기둥을 세우고 지붕을 올린 것은 일심(一心)을 의미한다. 분별심을 버리고 한마음으로 이 문을 통과해서 부처님께로 다가오라는 의미이다.
일주문에 들어서기 전 고개를 드니 ‘含月山 祇林寺’ 편액이 반긴다. 향토 서예 대가인 심천 한영구 선생의 글씨이다.
좌우 기둥에는 사격(寺格)을 나타내는 ‘佛國叢林律院道場(불국총림율원도량)’, ‘佛國金剛學林道場(불국금강학림도량)’이라 쓴 주련(柱聯)이 걸려 있다. 주지 스님이 현재 불국사 승가대학 학장을 겸임하고 있으니 본사인 불국사 소속의 율원(律院)임과 동시에 학림(學林)임을 알리고 있는 것이리라. 율원은 강원의 대교과(大敎科)를 마친 비구승 중에서 특별히 계율의 연구에 뜻을 지닌 스님들을 교육하는 기관으로 현재 전통 사찰 중 해인사와 송광사 등이 널리 알려져 있다. 학림은 불법을 강의하고 연구하는 곳으로 스님들의 학교를 지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