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이 소식을 가족에게 말했더니 말하자마자 옆에 있던 소연이가 ‘기적이요, 기적’이라고 외쳤심더!”
경주의 인기 SNS활동가인 우리광고사 박성범 대표에게 마음에 길이 새겨질 영화 한 편 소개해 보라고 청탁한 후 한 시간 후에 전화했더니 이렇게 대답했다. 마침 며칠 전 가족들이 함께 본 영화 ‘기적’으로 인해 가족들 모두 감동했고 특히 딸 소연이가 눈물까지 흘렸다는 것이다.
“아니, 소연이가 그 영화를 이해했단 말이가?” “그럼요, 이제 초등학교 3학년이고 얼매나 똑똑한데요!!”
영화 이야기보다 숫제 딸내미 아들내미 자랑이 더 급한 박성범 대표다. 그럴 만한 것이 박성범 대표가 올리는 페이스북이나 카카오 스토리의 일상에서 표현된 딸 소연이와 아들 재영이의 다재다능은 능히 영화 ‘기적’을 소화하고도 남을 듯 보였다. ‘기적’은 12세 이상 관람가 영화지만 실상 가족 모두가 볼 수 있는 영화라고 해도 과언 아니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중요한 역할로 활동하는 누나 ‘보경’의 역할을 이해하기에는 10살 이하의 어린이들에게는 버거운 것이 분명하다.
영화 ‘기적(2021)’은 1988년 기차역이 없던 마을 철길에 동네 주민들이 십시일반 힘과 비용을 모아 만든 이름 그대도 ‘국내 최초의 민자역’인 ‘양원역’을 모티브로 제작된 영화다.
‘양원역’은 영동선의 승부역과 분천역 사이에 만들어진 간이역으로 지금은 하루 세 번씩 상하행 무궁화 열차가 정차하는 곳이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이 지역 관광열차인 V-트레인, O-트레인 등도 활동했지만 지금은 잠정 휴업 중이다.
기차역이 없다는 사실이 오죽 답답하고 힘들었으면 그 엄혹한 시절에 시골 동네 주민들이 간이역을 세웠을까. 양원역은 영화에서처럼 시골 동네 주민들이 대통령에게 꾸준히 청원을 넣는 등 온갖 고생과 사연 끝에 마침내 특별설치허락을 받아 개통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간이역을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준경(박정민 분)과 준경이 좋아 혼신을 다해 간이역 설치를 돕는 라희(임윤아 분), 일밖에 모른 채 곧이곧대로 살아가는 아버지(이성민 분)와 그들을 말없이 돌아보는 보경(이수경 분) 등이다. 사실과 상관없이 영화는 이들 사이에 가슴 아픈 사연 하나를 몰래 올려놓고는 영화가 끝날 때까지 시치미들 뗀다.
배경이 1980년대이고 보니 이 영화는 그 시대의 시골 풍경과 일상적 모습들을 담아내며 향수를 자극한다. 이 영화를 기획하고 시나리오까지 쓴 이장훈 감독은 전작 ‘지금 만나러 갑니다(2018)’를 만든 감독답게 탄탄한 스토리와 감성적인 영상을 편하게 펼쳐 놓았다. 특히 눈길을 끄는 장면은 다소 무리하게 보일 수 있는 보경의 역할을 영화가 끝나는 후반부까지 힘있게 밀고 나갔다는 것이다. 그래서 다시 박성범 대표에게 궁금함이 커졌다.
“그게..., 식스 센스 같은 전개가 펼쳐지는 영화인데 소연이가 그걸 제대로 이해했을랑가?”
이 물음에 박성범 대표는 당연하다는 듯 대답한다.
“아니, 저도 놀랐다니까요. 영화 보면서 눈물을 줄줄 흘리는데 그 내용을 모른다면 울 수가 없잖아요!” 그러면서 박성범 대표는 소연이가 ‘무엇이건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면 반드시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하더라며 영화를 이해하고 그 속에 주어진 교훈까지 찾아낸 것을 대견해했다. 또 한 가지, “영화 속 아버지는 자녀들에게 무뚝뚝하고 완고하기 이를 데 없지만 아빠는 ‘항상 우리 편이다!”는 말로 자신의 기를 한껏 세워주더란다. 이만하면 영화 속에서 수학경시대회에서 우승하는 준경 못지않은 수재의 싹이 보인다.
이로써 영화 ‘기적’은 박성범 대표뿐 아니라 그의 가족에 이르기까지 함께 가슴속에 남은 명작이자 인생작을 넘어선 ‘가족작’이 된 셈이다. 영화를 보면서 함께 긴장하고 놀라고 울먹였을 가족들이 쌓은 추억이야말로 이 영화가 박성범 대표 가족에게 준 가장 좋은 선물일 것이다. 시간이 오래 흐른 후에도 이 영화를 기억하며 그때는 지금보다 더 단란하고 행복한 가족이 되어 더 많은 영화를 함께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