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실함을 표현하는 여러 가지 말 가운데 ‘가뭄에 단비’라는 말처럼 실감나는 것이 흔하지 않을 것이다. 각종 수리시설이 발달하고 농경기술이 발달한 현대사회는 상대적으로 가뭄에 대한 염려가 줄어들었지만 최근 몇 년처럼 때 아닌 5월 가뭄이 계속되는 것은 여간 걱정이 아니다. 더구나 작년 울진 산불에 이어 올해도 또 산불이 일어났고 양산 쪽에서도 큰불이 일어나 가뭄 끝의 참사로 안타까움을 주었다.
정말 간절한 바람 끝에 지난 6월 5일 단비가 내렸다. 경주에도 농작물들이 숨 돌릴 만큼 넉넉한 양의 비가 내려 타들어 가던 농심(農心)을 진정시켜주었음은 물론 메말라 가던 시민들의 마음들도 후줄근하게 적셔 주었다. 마침 선거가 끝나 시민들 사이에 돌았던 반목과 갈등의 마음들까지 이 비가 촉촉하게 적셔 안정을 준 듯해 고맙기 이를 데 없는 비였다.
그래서인지 이 비를 찬미하는 경주 SNS들의 다양한 이야기들도 인터넷 세상을 넉넉히 적셨다. 그 중에서도 이재탁 씨가 페이스북에 올린 포스팅은 특히 눈길을 끌었다. 이재탁 씨는 정원에 내리는 시원한 빗줄기 동영상을 필두로 뜰과 연못에 내리는 비를 동영상으로 담은 후 넓은 차양막 아래 어머니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렸다. 여기에 도종환 시인의 시 ‘돌아가는 꽃’을 올려 비로 인해 피고 지는 꽃의 인과를 묘사했다.
그러나 이 포스팅에서는 시 아래 이재탁 씨가 직접 쓴 글이 더 심금을 울린다.참 좋다.지금이 행복하다.내일 생각은 없다.비오는 오늘은마음까지 解渴이다.어느 땐 왜놈들이 아직 뒷산에 살아있고,가끔씩 외할아버지가 살아오실 때도 있지만,어머니 대화의 마지막은“인자 됐다. 이 정도 먹고 살면 된다. 일도 너무 많이 하지 말고 먹고 싶은 거 먹고 살아라” 오늘도 마음은 찡하다 마침 글 올린 날은 비 온 하루 뒤인 현충일, 이재탁 씨는 비 온 날의 해갈을 자연스럽게 어머니가 겪었던 일제강점기의 한에 접목하면서 욕심을 버린 일상의 행복까지 묘사했다. 비가 주는 넉넉함도 있겠지만 어머니로부터 이재탁 씨에게 흐르는 이 푸근함과 넉넉함이 보는 이들의 마음까지 행복하게 적신다. 거센 가뭄 끝이어서인지 이재탁 씨의 글과 동영상이 더 실감났다. 동영상 속에서 울려 퍼지는 빗소리가 시원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