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하고 시원한 초록을 뿜는 계림은 누군가에게 특별한 에너지와 쉼을 선사한다.서양화가 박정화<인물사진> 작가의 다섯 번째 개인전이 오는 30일까지 갤러리란에서 열린다.
갤러리란 기획 초대전으로 마련된 이번 전시에서 박정화 작가는 계림, 운대리, 아화리 등 마을 곳곳의 정서와 매력을 느낄 수 있는 풍경화와 꽃과 과일을 표현한 정물화 등 20여점의 작품을 통해 옛 시절 아련한 감성을 자극한다.
박정화 작가의 개인전은 2015 경주릴레이전 선정 작가로 전시를 치른 지 7년만이다. 그동안 갤러리 쉼 관장, 경주미술협회 부회장 등을 역임하며, 지역 미술 저변화를 위해 열정을 쏟아왔던 그녀는 주위 많은 미술인들과 교류한 만큼 꾸준히 작품의 변화를 추구하고 노력해왔다. 하지만 자신의 작품에 너그럽지 못했던 작가는 작품 활동에 조금씩 소원해졌고, 결국 휴식기에 들어서게 됐다. 사람 냄새 가득한 골목길에 들어서면 마음이 평온해지듯 박정화 작가의 작품은 하나같이 따뜻하고 편안한 안정감을 준다.
옛 시절 정서가 스민 시골 풍경을 찾아다니며 사생을 주로 즐겼던 그녀다. 박정화 작가는 10대 감수성 풍부한 학창 시절 계림에서 사생하며 자연과의 교감을 통해 예술적 상상력을 키워나갔던 숲속그림학교 출신이다. 당시 현역으로 근무하던 경주지역 미술교사를 주축으로 전국 내로라하던 화가들이 자주 방문해 아무런 대가 없이 미술을 가르치고 배울 수 있었던 곳이었다. 학생들은 전국학생미술대회를 대비해 방학이나 주말, 휴일을 이용해 계림에서 사생을 즐겼다. 지역 및 중앙 유명한 화가들도 계림 현장에서 작품을 제작하며 학생들에게 큰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사계절 자연의 변화를 직접 사생하며 체득한 덕분이었을까? 그녀의 초록은 부드러우면서도 엄격하다. 박정화 작가는 “여러 가지 핑계로 손을 놓았던 작품 활동을 갤러리 측 제안으로 재개하게 됐다. 오랜만에 붓을 들어서였는지 감회에 젖어 그림을 그렸다”면서 “이번 전시를 통해 그동안 경주 곳곳을 걸으며 스케치해왔던 예전 작품들이 빛을 보게 됐다. 물론 여전히 독창적인 작품에 대한 갈망은 충족되지 못했지만 그 부분은 숙제로 남겨두고 현 상황에 집중했다. 그림을 그리면서 옛 시절, 계림에서의 기분 좋은 추억들을 소환할 수 있어 즐거웠고, 당시 그림에 대한 열정을 다시 느낄 수 있어 행복했다”고 말했다.
그림은 보는 이의 정서와 감정에 따라 매번 새로운 부분을 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다시 말해 누군가의 시선에 따라 작품에 등장하는 모두가 주인공이 될 수 있고, 또 새로운 해석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삭막하고 추운 긴 겨울이 지나면 따뜻한 봄이 오고, 꽃이 피는 것처럼 작가는 일상에서 마주하는 소소함 속에서 우리네 삶과 세상의 이치를 화폭에 담아내고 있다.
박정화 작가는 5번의 개인전과, 경북아티스트 ‘오늘과 내일전’(솔거미술관, 2022), 경북우수작가 초대전(안동예술의전당, 2019), 아트마켓소소전(화백컨벤션, 2019) 등 380여회의 단체전 및 국제교류전에 참여했다. 경주미술협회 서양화분과장 및 부회장, 경북미술대전, 신라미술대전 운영위원 및 심사위원을 역임했으며, 경북미술대전, 신라미술대전 초대작가이자 한국미술협회, 경주미술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