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에서 ‘아줌마’는 아주머니의 낮춘 말 정도로 설명된다. 그러나 대한민국에서 ‘아줌마’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한 단어다. 주차하는 김여사 시리즈, 지하철에서 가방을 먼저 던지고 자리를 잡고, 백화점이나 마트 할인 매대에서 제품을 낚아채는 에피소드는 대표적인 아줌마를 다룬 개그 코드다. 이런 부정적인 시각 때문인지 아줌마라는 호칭을 반기는 아줌마는 별로 없다. 그러나 나는 아줌마임을 인정한다. 결혼을 하고 세 아이를 낳고 기르면서 어느덧 자연스럽게 아줌마가 되었다. 나에게 ‘아줌마’는 엄마로 가는 길목에서 만난 친구요, 반드시 거쳐야 하는 정거장 같은 것이었다. 나는 우리 아이들에게는 엄마지만 아이들의 친구에게는 ‘아줌마’니까! 결혼을 하고 출산을 하며 자연스럽게 엄마라는 호칭을 얻었지만 아이라는 존재는 큰 기쁨과 더불어 무한한 책임감, 극도의 두려움으로 다가왔다. 누군가가 내게 모든 것을 의지한 채, 무한의 신뢰로 자신의 생존, 생명마저 의탁한다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결코 출산 전에는 상상조차 못했던 일이다. 사람이 사람에게 이렇게까지 무한대의 신뢰를 가질 수 있을까? 내 삶에서 가장 큰 기쁨과 두려움이 공존한 시기가 바로 엄마가 된 시기였다. 그때부터 나는 아줌마의 단계로 들어섰다. 주차하는 김여사의 서툼, 지하철 아줌마의 생존, 할인상품 매대의 생활력은 엄마의 또 다른 모습이기도 하다. 서툴지언정 도전하고 나의 체면보다 가족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 아줌마의 생활방식이다. 왜? 엄마니까! 엄마는 아이들의 표본이다. 아이들이 가장 많이 접하는 표본이다. 아이들이 겁 없이 도전하길 바란다면 엄마 먼저 두려움 없이 새로운 것에 도전해야 하며, 아이가 어떤 문제에 닥쳤을 때 해결하길 바란다면 엄마가 먼저 그런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부모는 누구나 될 수 있지만 참된 부모는 아무나 될 수 없다!” 엄마가 된 그 순간부터 나는 새롭게 하나씩 배워나가야 했다. 아이가 커서 의사소통이 되자 ‘엄마의 말’을 다시 배워야 했고 아이들 시기에 맞는 공감과 훈육 등 무조건 같이 놀아주는 것이 좋은 것이 아님을 하나씩 깨우쳐 나갔다. 육아부터 아이들의 교육, 환경문제, 경제, 재테크 등 많은 부분에 관심을 가져야 했고 결국에는 아줌마의 오지랖이라는 기본옵션을 장착하게 되었다. 어느덧 제주 비바리(제주방언-어린 처녀)는 반백의 경주 아줌마가 되었다. 제주 바다를 사랑했던 아가씨는 아장아장 걷던 아이들을 데리고 산책하던 천마총을 좋아하게 되었고 도장 찍기 캠페인을 통해 경주의 관광지를 섭렵하게 되었으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양동마을을 사랑하며 경주의 삶을 제대로 만끽하고 있다. 경주에서는 제주댁으로, 제주도에서는 육지 사람이 다 됐다는 소리를 듣는다. 제주의 바다를 사랑하듯 경주의 기와를 사랑하게 되었고 제주도의 푸른 빛을 좋아했듯 경주 산의 녹음을 좋아하고 사계절 논밭의 변화를 즐긴다. ‘경주 아주망이 고람수다’는 이런 세 아이 엄마이자 아줌마의 오지랖이다. 우리가 함께 사는 사회에 대한 걱정과 관심을 아줌마의 수다, 꼬장, 푸념, 잔소리로 풀어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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