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라는 수식어를 갖게 된 사례들은 동학에서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우리나라 최초 민주 집회 1893년 ‘보은 취회’, 세계 최초 주민자치기구 1894년 ‘집강소’, 세계 최초 독립 만세 혁명 1919년 ‘3.1 만세혁명’, 세계 최초 어린이 인권해방선언 1923년 ‘어린이 날’.
그 외 김구 선생이 만든 항일독립비밀조직 역시 동학의 조직 포접제를 모티브로 하는 등 근대 역사적 대업들이 가능했음은 경주가 낳은 위대한 사상가 해월 최시형 선생이 있었기 때문이다.
해월 선생은 아이들이 뛰어노는 소리, 새소리, 여인이 생계를 위해 베 짜는 소리를 하느님의 소리라 하시며, 인간존중, 생명존중을 넘어 천지자연을 부모처럼 소중히 여기라는 자연존중의 ‘삼경사상’을 주창했다.
하느님은 수운이 민중을 깨우치기 위해 한글 노랫말로 저술한 ‘용담유사’에 나오는 ᄒᆞ느님으로, 애국가 ‘하느님이 보우하사’이다. 카톨릭의 하나님이 아니라 고조선 이래 우리 민족의 의식 속 내재돼 온 그 하느님으로 천도교에서 한울님으로 표기한다.
아동, 여성인권, 남녀평등, 노비 해방의 주창은 160여년 전, 경주에서 최제우의 시천주에서 시작돼 해월의 사인여천, 의암 손병희의 인내천 사상에 의해 민중이 주체가 돼 서로 존중받는 인간다운 삶을 위해 외세를 몰아내고 나라를 바로 세우자는 사회운동으로 실천돼 나갔다.
처음 동학을 접했을 무렵, 해월 선생의 ‘부화부순’ 말씀은 나의 관념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엄격한 유교 전통문화에서 ‘부부가 서로 의견이 맞지 않을 때, 남편은 아내에게, 아내는 남편에게 진실한 마음과 정성을 다해 절을 하며, 이해를 구해야 한다’고 했다. 현대에도 실천하기 힘든, 부부갈등의 해결 방안을 이렇게 명쾌하게 제시할 수 있었는지, 당시 시대 상황을 고려하면 자랑스럽다. 동학의 최고 리더로서 도를 실천함에 부부의 화순과 가정의 화목을 으뜸이라고 생각하신 것이다.
5월 21일은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국가 기념일로 제정한 ‘세계부부의 날’이었다. ‘부부의 날’은 1886년 해월께서 말씀하신 ‘부화부순’을 모태로 우리의 사상 동학에서 그 연원을 확립해야 실로 세계 최초라는 의미가 부여되는 것이다.
해월 선생의 말씀의 몇 가지 어록을 살펴보면 △ 어린이와 부녀자의 말이라도 배울 게 있으면 나의 스승이니라 △ 어린이를 때리지 말라! 어린이를 때리는 것은 ᄒᆞ느님을 때리는 것이니라 △ 누가 베를 짜고 있느냐? 제 며느리가 짜고 있습니다. 아니다! ᄒᆞ느님께서 짜고 계시니라 △ 모든 사람을 ᄒᆞ느님으로 대하라. 집에 손님이 오거든 사람이 왔다 하지 말고, ᄒᆞ느님이 오셨다 하라 △ 네가 먹는 밥 한 그릇이 곧 ᄒᆞ느님이고, 온 생명의 근원이니라. 세상 진리는 밥 한그릇에 있다 △ 천지자연은 곧 부모님이다 △ 제사상은 청수 한 그릇으로 족하느니라, 우주생명의 근원인 청수 한 그릇이 ᄒᆞ느님이다 등이 있다.
수운의 유언을 받들어, 해월의 35년 고비원주를 통해 동학은 이미 19세기 말 전 국민에게 보편화돼 있었고, 해월의 설법은 너무도 간절히 민중들의 가슴속으로 전해졌다. 새로운 개벽 세상을 간절히 염원한 그들로 인해 갑오동학농민혁명이 가능했으며, 3.1만세혁명과 대한민국 임시정부로 이어질 수 있었다.
황해도 팔봉접주로 동학혁명에 함께한 김구 선생의 백범일지에는 ‘해월 선생은 진노하는 낯빛을 띠고 순 경상도 사투리로 “호랑이가 물러 들어오면 가만히 앉아 죽을까. 참나무 몽둥이라도 들고 나서서 싸워야지” 하시니 선생님의 이 말씀이 곧 동학농민혁명의 총동원령(총기포령)이었습니다’고 전한다.
해월 선생은 피체돼 러시아공사가 찍은 한 장의 사진만을 남기고 1898년 6월 2일(음력) 좌도난정의 죄목으로 순도했다. 동학농민혁명을 촉발한 탐관오리 고부군수 조병갑이 혼란한 시기를 틈타 재기하여 재판장이 돼 판결하니, 부끄러운 역사의 아이러니로 잘못된 단추가 이미 채워지고 있었다.
요즘 많은 학생들과 시민들이 황성공원 해월 최시형 동상 방문해 소개 안내판 글도 읽고, QR 소개 영상, ‘동학은 흐른다~’ 노래를 감상하고 있다. 야간 LED 경관조명도 곧 설치된다고 한다.
울창한 황성공원 자연 숲에서 다양한 콘텐츠로 구성된 위대한 경주의 동학문화자산과 더불어 황오리 해월생가 복원, 해월학습기념관 건립은 민중을 위해 인도의 간디보다 더 처절한, 더 숭고한 삶을 살다간 해월 선생의 뜻을 기리기 위해 꼭 필요하다.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자부심과 긍지를 갖고 해월 이상의 인격을 갖춘 훌륭하고 위대한 지도자가 이 땅에서 배출되기를 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