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아나바다 운동이란 것이 있었다. 아껴 쓰고 나누어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쓴다는 말의 머리글자를 따 이름 붙인 것이다. 이 운동은 그러나 크게 성공한 운동은 되지 못했다.
아껴 쓰는 것은 그 운동이 한창이던 때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고 나누어 쓴다는 것은 나눌 대상이 명확하지 않았다. 바꿔 쓴다는 것도 말만 그럴싸 할 뿐 그런 통로 자체가 없었다. 그런 마당에 다시 쓸 만한 물건도 실상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었다. 당시에는 중고물품을 사려면 시나 군, 구에 등록한 중고센터가 대세였다. 물론 지금도 중고센터는 성업 중이지만 새것을 좋아하는 일반의 기호상 선호도가 높지는 않다.
그런 와중에 ‘중고나라’와 여기에서 동네 단위로 파생한 ‘당근’ 같은 온라인 커뮤니티가 발전하면서 중고거래 시장이 자연스럽게 활성화되고 있다.
이런 커뮤니티들은 초기에는 사기판매로 인한 불협화음도 잦았으나 시스템이 보완되면서 아나바다의 본격적인 장으로 각광 받고 있다. 가장 큰 장점은 누군가의 손에 익숙하거나 적어도 출처는 분명한 중고물품들을 싼 가격에 믿고 살 수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운이 좋으면 손도 대지 않은 새 물건을 시중가보다 훨씬 싸게 구입할 수도 있다.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온라인 구매에 익숙해진 지금, 바야흐로 소비문화의 혁신적인 베이스가 생긴 것이다. 이렇게 손을 거친 물건들은 쓸모 있게 재활용된다는 차원에서 환경에도 좋다.
김은정 씨가 지난 5월 30일 페이스북에 쓸모를 잃고 떠도는 집안 물건을 팔아 147만원 수익을 올렸다는 ‘반가운’ 소식을 올렸다. ‘있는 거 없는 거 안 쓰는 물건 오만떼만 거 내놓으니 팔리긴 팔리네~~’라는 김은정 씨의 말에 신바람이 엿보인다. ‘이제 홈쇼핑 이런 데서 충동구매 안해야지. 개코도 살림도 안 하고 쓰지도 않는 거 사재기 해가 집구석만 비잡구로~~’라는 표현에서는 웃음이 저절로 난다. 말인즉 147만원을 얻기 위해 그보다 훨씬 많은, 몇 배의 금액이 충동구매로 나갔다는 표현을 이렇게 맛깔스럽게 해놓은 것이다. 더 재미있는 것은 이런 결연한 각오는 잠시 ‘당근에 물건 판 돈으로 부산 깡통시장 쇼핑하러 간다~~’는 환호로 어쩔 수 없는 구매욕구를 표현했다. 결국 충동구매는 유전유죄!! 용강동에서 ‘김은정집밥카페’ 겸 막걸리 카페를 운영하는 김은정 씨, 글맛만큼 맛깔스런 밥맛과 술맛도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