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설화에서는 기림사를 창건한 분이 안락국이지만, 광유성인이 창건한 사찰로 되어 있는 문헌도 있다. 광유성인은 안락국을 이곳 해동국으로 보낸 분으로 실제 사찰을 창건한 분이 아니다. 안락국이 떠날 때 광유성인은 이렇게 당부했다. “해동 계림국에 가서는 거북이가 물 마시는 형상을 하고 있는 산을 찾아라. 동해 바다의 기운을 들여 마시는 용이 사는 연못이 있고, 탑의 형상을 갖춘 남쪽 돌산에는 옥정(玉井)이란 우물이 있으니 그 물을 먹으면서 수도하고, 북쪽에는 설산을 닮아 돌빛이 흰 산이 있으니 그 산 굴속에 부처님을 조성하여 모셔라” 기림사 북서쪽에 있는 함월산을 아무리 살펴보아도 거북이가 물을 마시는 형상이 보이지 않는다. 기림사 남쪽으로 약 4km 지점에 골굴사가 있다. 골굴사에 옥정이라는 우물은 확인을 못했으나 산 전체가 돌산이긴 하나 그 방향이 기림사 북쪽이 아닌 남쪽이다. 이 수수께끼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안락국 혹은 안양은 아미타불이 살고있다는 정토(淨土)로 극락이라고도 한다. 괴로움이 없으며 지극히 안락하고 자유로운 세상으로 인간 세계에서 서쪽으로 10만억 불토(佛土)를 지난 곳에 있다. 이 설화에 의하면 기림사 주전에 모신 부처님은 아미타여래여야 하는데 주전은 대적광전으로 비로자나불을 주불로 노사나불과 석가모니불 등 삼신불을 함께 모시고 있다. 조선시대인 15세기에 지어진 『안락국태자전』의 내용을 살펴보면 위 설화와는 조금 다르다. “범마라국 임정사의 오백 제자를 거느린 광유성인은 승열바라문을 서천국으로 보낸다. 승열바라문은 서천국 사라수대왕과 왕비 원앙부인과 함께 임정사로 향하는 도중에 임신한 부인이 갈 수 없게 되자 죽림국 자현장자에게 종으로 판다. 부인은 떠나는 왕에게 항상 ‘왕생게(往生偈)’를 외울 것을 당부한다. 대왕은 아들을 낳으면 이름을 ‘안락국’이라 지으라 하고 승열바라문과 함께 임정사로 향한다. 이후 원앙부인은 자현장자에 의해 죽임을 당하고, 안락국은 임정사에서 아버지를 만난다. 또한 안락국은 광유성인이 준 다섯 가지 꽃으로 죽은 어머니를 살려내고 죄를 지은 자현장자는 무간지옥으로 떨어졌다” 광유성인이 주었다는 다섯 가지 꽃을 『경주함월산기림사사적』에는 오색 우담바라화(優曇波羅華)라고 하였다. 이 꽃은 사대부들에게는 오색 작약으로, 무속에서는 사람을 살리는 오색 환생화(還生花)로 알려져 왔다. 이 꽃은 한 떨기에 핀 다섯 가지 꽃잎이 모두 다른 색깔이라고 하는데[一朶五色花], 기림사 경내에 있는 감로수, 화정수, 장군수, 명안수, 오탁수 등 오종수로 길러 오색화가 되었다고 한다. 이 오종수 중 감로수(甘露水)는 사찰 뒤쪽 북암(감로암) 뒤편 바위 아래서 나오는 석간수로 물빛은 우유색이지만 일단 바가지로 뜨면 무색으로 되면서 맛이 감미롭고, 이 물로 차를 끓이면 최고의 맛이 난다는 물이다. 화정수(火靜水)는 화정당 앞에 있는 물이다. 사람들이 마실수록 마음이 편해지고, 차분히 가라앉아 더욱 서로 화합하고 가까워지고 온화해진다고 한다. 장군수(將軍水)는 응진전 앞에 있는 삼층석탑 쪽에 있던 우물이다. 이 물을 마시면 천하무적의 힘센 장군이 된다는 이야기가 있다. 어느 때인가 이 물을 마시고 실제로 반역을 도모한 장수가 있었다고 전해온다. 이로 인해 반역자가 생기지 않도록 물을 흙으로 메워 지금의 3층 석탑을 세웠다는 이야기도 있다. 특히 일제 강점기 때는 혹시나 이 물의 유출로 일제에 항거하는 장군이 생길까봐 전전긍긍했다고도 한다. 고요한 달밤이면 석탑 쪽에서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지금도 들린다고 한다. 안명수(眼明水)는 천왕문 앞 왼쪽 담장 종무소 건너편에 있던 우물로, 이 물로 눈을 씻으면 10리 밖에 있는 과녁도 보일만큼 눈이 좋아진다는 물이다. 마지막 오탁수(烏濁水)는 경내 동쪽 바위 쪽에 있었는데 까마귀가 바위를 쪼아대서 그 자리를 파보았더니 물빛과 맛이 좋은 샘물이 나왔다고 한다. 즉, 물맛이 좋아 까마귀도 쪼아 마셨다는 샘물이다. 이 다섯 가지 물 중에 감로수와 화정수만 남아 있고, 나머지는 흙으로 묻어버려 지금은 흔적을 찾을 수 없다. 오종수로 추정되는 지점에 패찰로 표식을 해 두고 있다. 중국 선종의 2조 혜가대사가 주석하던 이조사(二祖寺) 법당 앞에는 단맛, 쓴맛, 신맛, 매운맛의 네 가지 맛이 나는 사미정(四味井)이 있는데 수행하면서 물이 없어 고생하던 혜가 스님을 위해 달마 대사가 지팡이로 땅을 쳐 물을 솟아오르게 했다는 탁석천(卓錫泉)이다. 중국에 사미정이 있다면 이곳 기림사에는 오종수가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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