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을 위한 전략의 본질은 선택과 평가, 그리고 모든 것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이다” 하버드 경영대학 교수 마이클 포터의 주장이다. 적재적소란 세부적인 디테일을 강조한 말로서 오랜 기간 기업 인사담당으로 활동하며 스스로와 모든 구성원들에게 주문한 사항이다. 대충대충, 두루뭉실, 이 정도면 되었겠지 하는 안일함 대신 기본과 원칙을 세우고 과제의 세포 하나하나 분석하여 최상의 해결책을 찾아 지독하게 실행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늘 가졌다.
면접관이 되어 응시자들을 대할 때나 조직 구성원들과 대화할 때도 구체성에 대한 논의를 자주했다. 면접시 본인의 핵심역량과 성격상 장단점, 무엇을 잘 할 수 있고 앞으로 무엇이 되고 싶어 하는지에 대한 질문 그리고 본인이 언급한 바에 대해 구체적인 대답을 듣는 것은 직원을 뽑거나 인사고과를 평가하는 중요한 척도였다. 만약 응답 대상에게 “어떻게 할 것인가?”고 물었는데 구체적인 방법도 없이 그냥 잘 하겠다고 하는 답변한다면 당연히 감점요인이었다.
러시아 교육가 우신스키는 “좋은 습관은 사람의 사고방식 속에 존재하는 도덕적인 자본이다. 이 자본은 계속 늘어나며 사람의 일생을 살아가면서 그 ‘이자’을 얻는다. 반대로 나쁜 습관은 도덕적으로 갚지 못한 빚이라 할 수 있다. 이 빚은 계속 이자가 불어 사람을 괴롭힌다. 사람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기도 하고 심하면 한 사람을 도덕적으로 파산시키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 역시 디테일을 중시하고 일을 세심하게 처리하는 습관을 강조한 말이다.
프랑스에서는 아이의 첫 미술도구로 크레파스를 주지 않는다. 대신 사물을 세밀히 관찰하고 표현할 수 있는 날카로운 펜촉이 있는 도구를 준다. 사물을 살피는 기초가 중요한 어린이에게 사물의 형태를 먼저 세밀히 포착하도록 한 후 그 다음 단계로 색상을 표현하는 것이 순서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고 뭉특한 크레파스로 먼저 그림을 그린다면 당연히 세밀한 묘사가 어려울 것이다. 다양한 색상의 컬러펜으로 그림을 그리면 세밀한 묘사는 물론 구체적인 색감까지 표현할 수 있다.
기업 목표 설정시 적용되는 원칙 중 ‘SMART원칙’이라는 게 있다. SMART원칙의 S는 Specific이다. 즉 목표설정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정확하게 설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성과주의 경영의 성공을 위해서도 구체성은 절대적으로 필요한 요소이다.
우리는 마침 제8대 지방자치단체 선거를 눈앞에 두고 있다. 전국적으로 주요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 광역의회의원과 기초의회의원, 각 시도 교육감 등을 뽑느라 첨예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그런 와중에 유권자들은 후보자들의 디테일을 보기보다 지나질 정도로 정당 위주의 선택에 치우친다. 심지어 기초의회의원들에 대해서는 자기 지역구에 누가 나왔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번호만 보고 후보를 선택하는 경향이 농후하다. 특히 지역 특성이 높은 영남과 호남에서 이런 현상이 더 짙어졌다.
그러나 이런 선택은 해당 지역의 구체적 발전을 떨어뜨리고 궁극적으로는 유권자 자신의 구체적인 복지나 정치적 영향력을 갉아먹는 최악의 선택이다. 누가 우리 지역을 위해 더 구체적이고 더 좋은 공약을 가지고 있는지 분석해서 정당의 지지도와 상관 없이 후보를 고른다면 여와는 물론이고 무소속에서조차 우리 자신에게 좋은 후보를 선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 지역 논리나 정당논리에만 치우쳐 후보자를 선택한다면 어느 정당이건 당리당략과 지역 위원장의 힘에만 의존할 뿐 더 이상 좋은 정책을 펴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6월 1일 지방자치선거에서는 더 이상 어린이에게 파스텔부터 쥐어 주는 우를 범하지 말기 바란다. 시민의 바람과 마음을 정확하게 정책에 담아 그것을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선량들을 뽑아 우리의 생활을 윤택하게 하자. 전국에서 그런 선량들이 적재적소 배치된다면 선거때마다 되풀이되는 정치인들의 나쁜 습관도 고칠 수 있을 것이다. 지금부터 선거가 끝나는 날까지 우리는 냉정한 면접관이 되어 무엇을 어떻게 구체적으로 잘 할 것인지를 묻고 또 묻자. 그래야 진정으로 유권자를 두려워하고 유권자의 디테일을 추구하는 선량을 뽑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레 우리 자신을 위한 가장 올바른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