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가 변화하여 동물복지를 위한 동물보호법이 강화되고, 동물보호단체의 활동이 활발해짐에 따라 동물의 사육이 과거의 개념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가 도래하였다. 천연기념물 진도개, 삽살개, 경주개 동경이가 겪고 있는 어려움도 시대적 소명의 예외가 아니다 라는 것이다.
삽살개는 1992년 3월에 우리나라 축양동물 토종개 중에서 두 번째로 천연기념물 제386호 경산의 삽살개로 지정 등록되었다. 삽살개의 천연기념물 지정은 경북대학교 하지홍 교수가 1989년 7월에 경북대학교 탁연빈, 김화식 교수 연구팀이 1969년부터 1972년까지 전국에서 수집한 원종 30여 두에 대한 연구 결과인 외형특징, 모질, 두상, 견체 외관, 성품, 체질적 특징, 특이 유전자계열 등을 근거로 신청 하였으나 유전인자 및 혈통이 정립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문화재청에 의해 1990년 3월에 보류되었다. 하 교수는 1990년 4월과 7월, 1991년 6월 등 세 차례 재심 신청을 하였으나 모두 부결되었다.
대통령과 체육청소년부 장관 청원 등으로 재심이 접수되어 1991년 11월의 현지조사와 1992년 1월의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의 심의에 의해 1992년 3월에 되어서 축양동물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다. 4년이란 긴 세월 동안 유전형질, 혈통, 역사성 등이 미비하다는 이유로 여러 차례 심사가 보류되는 우여곡절(迂餘曲折)을 겪었고, 하 교수에 대한 수많은 학문적인 시기와 질투의 어려움은 이루 형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삽살개의 유전형질에 대한 연구적인 결과는 우리나라 토종개를 세계적인 반열로 올리는 업적이 되었다.
‘삽살’이란 어원은 『훈몽자회 존경각본(1527년), 규장각본(1613년)』에 개를 나타내는 한자 犬의 훈독(한글 표기)으로 사용한 삽살가히 犬(견)이라는 기록이 최초이다. ‘삽살’은 16∼17세기의 일반적인 개를 지칭하는 통상적인 표현으로 알려져 있다. 삽살개라는 단어는 19세기의『오주연문장전산고』에서 한자로 尨이라 쓰고 한글 표기어로 ‘삽살개 방’이라 기록한 것이 최초이다. 20세기에 들어와서는 尨(방)과 개견부의 狵(방)의 훈독을 삽살개를 표기하고 같은 뜻의 한자로 사용되었다. 그러나 현대에서 클 방(厖)도 삽살개를 지칭하는 한자로 사용하는 것은 잘못된 표기이다. 1900년 초기에 출판된 국어사전에는 삽살리(이), 삽사리로 기록되어 있다. 또 천연기념물 지정 신청서의 품종명은 ‘삽사리’이었으나, 문화재 조사위원들에 의해 경북 삽사리, 경산의 삽사리개로 변경되었고, 1992년 문화재위원들에 의해 경산의 삽살개로 명명되어 오늘날의 삽살개의 견명이 된 것이다.
삽살개의 원형에 대한 기록은 털이 풍성한 품종으로 표현하고 있지만 외형에 대한 기록이 명확하지 않아 기록으로 원형을 구분하기는 어렵다. 『훈몽자회』등의 문헌에서 사용한 尨, 狵, 厖은 털이 많은 개를 지칭하는 한자이다. 털이 풍성한 개의 품종은 털이 많은 개를 더펄개, 털이 긴 개를 사자구(獅子狗)라 했고, 『훈몽자회』『물명고』에서는 털이 부드럽고 많은 개를 絡絲狗(락사구)라 기록되어 있지만, 삽살개의 원형을 구분하는 기록으로 사용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 또, 일본 에도시대인 1720년에 발간된 그림책인 『繪本寫寳袋』에 털이 많은 한반도의 개를 노견(㺜犬), 물을 좋아 한다고 수견(水犬)이라 불렀고, 오늘날의 삽살개와 유사한 그림을 함께 기록하고 있다. 이 털 많은 한반도의 개가 삽살개의 또 하나의 원형으로 추정된다.
삽살개는 천연기념물 지정에 어려움을 겪는 동안에 삽살개의 기원과 역사성은 피상적인 의견이 주류가 되었다. 삽살개의 기원과 역사성에 대한 최초의 언급은 탁연빈 교수의 삽사리 조사 연구 보고서(1972년)와 하지홍 교수가『샘이 깊은 물(1989년 5월호)』에 기고한 글이다. 이 기록에 의하면 삽살개는 신라 폐망으로 민가로 흘러 들어간 신라 왕실의 개이며, 경주 건천지방의 구전인 김유신 장군의 군견이며, 신라 왕족인 교각(喬覺)이 24세 때에 불교에 뜻을 두고 머리를 깎고 구화산으로 함께 들어간 선청(善聽)이라는 흰 개라고 하고 있다. 또, 조선시대 민속화인 문배도(門排圖)의 개와 조선시대 김두량의 개 그림이 있는 화첩의 묵서(墨書)에 여구묵방(余遘墨庬)이라는 기록에 의해 명명된 방구도(庬狗圖)의 개를 삽살개라 여기고 있다. 이와 같은 구전이나 속설에 의한 것이 오늘날 삽살개의 기원과 역사성의 정설이 된 것이다. 그러므로 원전(原典)을 근거로 한 학문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천연기념물 삽살개는 경북 경산시 와촌면 박사리 73에 위치한 한국 삽살개 재단 소속 삽살개 연구소에서 사양관리 되고 있고, 체고가 52∼63cm이며, 몸무게는 20∼30kg으로 중대형견이며 장모종이다. 전국에는 6500마리가 분포되어 있으며, 연구소에는 현재 약 370두가 있다. 연구소는 전체면적 5545.74㎡의 부지에 12동의 견사시설을 포함하여 사무실, 기숙사 등의 교육 연구시설 및 야외운동장으로 이루어져 있고, 경산시의 위탁운영비(시비, 844,689천원, 2022년)로 17명의 직원이 관리하고 있다. 또 삽살개 보호 관리비, 연구소 시설 정비, 사료비 등 6억원의 국비를 삽살개 관리운영비로 지원받고 있다. 시대가 변화하여 동물복지를 위한 동물보호법이 강화되고, 동물보호단체의 활동이 활발해짐에 따라 동물의 사육이 과거의 개념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가 도래하였다. 천연기념물 진도개, 삽살개, 경주개 동경이가 겪고 있는 어려움도 시대적 소명에서 예외가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
최석규 경주개 동경이 혈통보존연구원장 / 경주신문 독자위원
이 기사는 지역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