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몸통은 간데 없고 깃털만 남은 형국의 요란한 말장난이 지난 15일 경주경실련 회의실에서 열렸다. 현역 시의원 선친묘소 진입로 포장공사를 둘러싼 특혜여부를 따지기 위한 진상규명위원회에 당사자격인 시의원 두명과 관련 공무원이 출석해서 소명기회를 가진 자리에서다. 그런 가운데서도 전국 자치단체 가운데 경주지역이 가장 민주적인 도시라는 평가도 나와 눈길을 끌었다. 이처럼 비리에 연루(?)된 시의원들이 스스로 나서 시민단체를 상대로 해명에 나섰고 또 시민단체 역시 이들의 반론을 경청했다는 점 때문이다. 이 자리에는 최근 시민들의 관심을 반영하듯 수많은 시민단체 대표들이 자리를 함께 했다. 마치 국회 청문회를 연상케 하는 근래에 없었던 보기드문 장면이었다. 먼저 자리한 P의원은 "당시 천북면 공무원 누구에게도 전화한 일도 부탁한 일도 없고 양심을 걸고 맹세하지만 절대 청탁한 사실이 없었다"면서 또 이 일도 "7개월이 지난 그해 10월에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땅 주인의 동의없이 공무원이 무슨 배짱으로 진입로를 만들고 포장까지 했겠느냐는 질문에는 한마디로 "그 곳은 내 땅이 아니다"고 했다. 다음 L의원은 "시장과 협의해 K씨를 천북면장으로 천거한 사실이 있다"고 전제한 뒤 "애꿎은 공무원이 다치게 해서는 안된다"면서 자신의 행위가 고의성이 없었다는 점을 인정해주고 또 당시 공무원을 감사원에 고발하지 않을 것을 전제로 예산을 변제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 맨 나중에 자리한 K면장은 "당시 땅 주인이 P의원이기 때문에 도로사용 동의에는 문제가 없다는 L의원의 말을 듣고 포장했다"면서 고개를 떨구었다. 결과적으로 이날 자리에서는 어느 누구도 잘못이 없다는 식의 말 잔치만 장황하게 이어졌다. 때문에 일부 참석자는 "소도둑을 잡았지만 결국 꼬리만 달랑 쥔 꼴"이라고 혹평했다. 심증은 있지만 물증이 없는 꼴에다 당사자가 부인해 수사권이 없는 시민단체로서는 감사원의 감사에 맡겨야 한다는 의지만 앞당긴 셈이 됐다. 누군가 `저녁은 또다른 아침을 맞기 위한 전주곡`이라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 것이 작금의 경주 현실이다. 이제 스스로 무보수 명예직에 어울리는 관련 시의원들의 사퇴만이 시민을 향한 참 모습이라는 시민단체 관계자의 말에 귀 기울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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