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일본 쪽으로 쳐다보지도 않고 오줌도 안눈데이”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김상진은 평생토록 잊히지 않는 모진 고생을 일본 징용에서 겪었다. 그리고 공부를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22살, 한글도 쓸 줄 몰랐던 김상진은 일본에서 고향으로 돌아온 후 공부에 집중했다. 기초부터 시작해야 하는 부끄러움도, 학비나 책을 구해야 하는 경제적 어려움도 있었지만 배움에 대한 강인한 집념으로 안동사범대에 입학하고, 교사가 됐다. 그는 일본인들에게 받은 핍박과 설움이 다음 세대들에게 되풀이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교사 생활을 이어간 것이다.
최근 경북대 사회과학연구원에서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감상진의 생활사-가족들의 증언을 중심으로’를 출간했다.
한국 정부와 일본 정부 간의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 일제 강점기의 한국인 탄광 노동자인 故 김상진의 생애사를 주제로 하고 있다.
1923년 의성군의 초전마을에서 출생한 김상진은 18세 1940년 미쓰이 탄광 노동자로 강제징용돼 약 5년간 일본의 탄광에서 강제 노동을 한 후 1945년 한국으로 귀국했다.
이 책은 강제징용된 김상진의 생활사를 아들인 김종욱 사진작가의 구술을 통해 분석됐다. 목차는 크게 김상진의 출생과 유년기 시절, 탄광 노동자로서의 일본 이주, 일본에서의 탄광 노동자 생활, 그리고 해방 후 귀국 과정 및 그 이후의 교사 생활 등으로 나눌 수 있다. 그리고 이에 덧붙여 김상진 부인 박태순 가족의 일본 이주와 김상진의 2005, 2006년의 일기가 추가로 첨부돼 있다. 공동저자로 참여한 김종욱은 지역에서 활동하는 다큐멘터리 사진작가다.
강제징용 피해자였던 아버지와 같은 처지의 시간을 견뎌 온 재한일본인 처, 경주 나자레원 할머니들의 삶과 역사가 숨겨지고 왜곡되는 것을 막기 위해 15년간 기록해 온 그였다.
그는 아버지가 경주를 방문하실 때에도 한 켠에 카메라를 설치해 놓고 아버지의 삶에 대해 기록했다. 그렇게 30여년 간 쌓아온 아버지의 구술영상자료가 있었기 때문에 보다 사실적이고 현장감 갖춘 책이 만들어질 수 있었던 것.
저자 김종욱은 “1923년 아버지가 태어나셨고, 아들인 제가 다큐멘터리 작가로 활동하면서 아버지와 비슷한 처지의 ‘재한일본인 처’를 기록했다. 그리고 ‘재한일본인 처’에 대한 강의를 통해 원동력이 됐던 아버지가 100년 만에 세간의 이목을 끌게 된 것”이라면서 “이번에 발간된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김상진의 생활사’로 인해 아버지와 아들의 100년 기간의 다큐멘터리가 완성이 됐다”고 말했다.
경북대 사회과학연구원은 10여년 동안 해외 각처에서 생활하는 재외한인들의 경험을 직접 인터뷰를 통해 총서로 지금까지 총 35권의 재외한인 생활사 총서를 간행해옴으로써 19세기부터 유라시아와 미주지역에서 활동했던 많은 한인들의 생활사를 생생하게 복원해 왔다.
경북대 사회과학연구원 측은 “그동안 일본으로의 강제징용자에 대한 적지 않은 연구서를 출간해왔다. 하지만 경북 의성이라는 지역적 배경 속에서 집성촌에서 이뤄진 강제 징용자의 선발과정에서의 논란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또 일본 탄광에서의 강제 징용의 쓰라린 경험이 귀국 후 사범학교 진학 및 교사로서의 생활 속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 사례는 매우 특이한 강제징용자의 표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반적인 위로부터의 역사는 이름 없는 수많은 서민들의 각양각색의 다양한 생활사를 대변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한계성을 보완하는 것, 아래로부터의 역사를 발굴하려는 노력이 본 총서의 역할이라고 확신한다”면서 관심 있는 독자들의 조언과 격려 바랐다.
도서문의는 경북대 사회과학연구원 053-950-79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