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의 도시 정책은 주변 도시와의 협력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우리는 경쟁에 익숙해져있다. 지역의 숙원사업 추진을 위한 예산경쟁, 지방이전 공공기관 유치를 위한 경쟁, 대규모 행사개최지 결정 등 대부분 도시간 경쟁시스템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물론 경쟁은 더 높은 성과를 도출하는데 기여할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 승자독식이라는 문제를 안고 있다. 승자독식에 따라 경쟁에서 밀려 도태된 지역의 성장과 발전 기회는 더욱 줄어들게 된다. 하지만 경쟁방식이 아닌 도시가 협력을 한다면 더 큰 성과를 가져올 수 있다.
도시 간 협력과 관련하여 현재 가장 뜨거운 이슈는 광역경제권 논의다. 인구성장이 정체기에 들어간 상황에서 지방 인구를 빨아들이는 블랙홀과도 같은 수도권의 거대 도시경제권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지방 도시들이 힘을 합쳐야 한다는 것이다. 지방의 도시들이 인접지역과 협력·연계하여 광역경제권을 형성하자는 논의가 있어 온 지는 오래되었다. 1990년대 말 부산을 중심으로 동남권 공동체를 집중 육성하여 수도권과 경쟁해보자는 연구와 논의가 그 시작이다. 하지만 서울이나 수도권에 비해 교통인프라가 부족하고 신성장산업의 유치에도 어려움이 있어 바로 현실화되지는 못했다.
그러나 최근 가덕도 신공항유치, 철도와 고속도로 건설로 인한 인접지역으로의 교통망 확충, 동남권 도시들의 자동차, 조선의 전통적 제조 산업에 수소와 친환경 산업의 접목을 통한 새로운 산업동력 확보, 공공기관 지방이전, 거기에 지역인구 유출과 지방소멸이라는 시급성이 맞물려 동남권 지역을 수도권 수준으로 육성하기 위한 광역경제권 정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광역경제권 구축의 시작은 부산, 울산, 경남이 가장 먼저 닻을 올렸다. 일명 부울경 메가시티로 불리는 부산울산경남특별연합이 지난달 출범하였다. 부울경 메가시티 추진을 단순히 인근 지역의 좋은 사례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 사람과 돈이 집중되는 수도권과 같은 곳이 하나 더 생기는 것이다. 부산과 울산, 경남지역을 인구 800만의 1시간 생활권으로 묶는 거대한 대도시권으로 만든다는 부울경 메가시티 사업이 본 궤도에 올라가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하면 경주는 또 다른 제2의 블랙홀을 옆에 둔 지방도시가 될 수 있다.
여기서 도시간 협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수도권의 성장과정을 한번 살펴보자. 서울 사대문 안에서 시작한 인구의 집중과 성장은 강남지역을 개발하게 된 이유가 되었고, 이로도 부족하여 경기도에 신도시들을 건설하게 되었다. 그리고 수도권은 지금도 계속 팽창하고 있다. 이 관점에서 부울경의 성장은 포항과 울산이라는 우리나라 핵심 산업단지 사이에 위치한 경주의 중요성을 더욱 높여줄 것이다. 경주가 기계부품을 중심으로 포항의 철강산업과 울산의 자동차와 조선업의 생산기지 역할을 한 지는 오래되었다. 부울경의 메가시티에 바로 인접한 경주에서도 이 기회를 발판 삼아 도시의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인근도시와의 협의를 통해 공동의 성장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먼저 광역도시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지금 각 도시들은 개별적으로 도시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도시의 행정구역 범위 내에서만 성장방안을 찾다 보니 계획 아이템들이 많지 않다. 하지만 계획수립 범위를 경주에서 인근지역으로 확대하면 보다 많은 발전방안이 보인다.
포항공항을 올 7월부터 포항경주공항으로 명칭변경하고 관광산업에 활용하기로 한 정책이 대표적이다. 관광도시 경주에 공항이 없다고 새 공항을 지을 것이 아니라, 인접도시의 인프라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2차 수도권 소재 공공기관 지방이전 유치활동에도 인접도시와 협력을 통해 시너지를 확보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
인접한 포항과 울산에서 유치를 추진하는 공공기관과 경주에 이전되는 공공기관이 상호 연계할 수 있다면 더욱 큰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협력관계를 바탕으로 광역경제권 형성을 추진해야 한다. 완벽한 사람이 없듯 완벽한 도시도 없다. 우리 도시의 부족한 점은 협력도시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흩어지면 약하지만 뭉치면 강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