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탕면의 앞, 뒤로 드로잉이 시작된다. 광목천에 스며든 물감의 분위기에 따라 앞이 결정되고, 뒷면은 흰 아크릴 물감으로 다시 채워진다. 금사홍 작가의 작품 ‘0324-사계향’이다. 해와 달이 한 화면에 구성된다. 구상과 추상의 경계에서 역동적인 붓질과 함께 작가의 신념이 고스란히 표출된다. 하동 저수지를 바라보며 차 한잔과 함께 편안하게 머물다 갈 수 있는 갤러리 공간이 새로 오픈했다. 보불로 181에 위치한 갤러리 아래헌이 그곳. 갤러리 아래헌에서는 다양한 양식과 다원주의적 시각을 이끌어가는 중견작가들의 모임인 웨이브의 초대전 ‘WAVE reborn’전이 29일까지 열린다. 웨이브는 홍익대 회화과 동문으로 이뤄진 순수회화 창작그룹으로 이번 전시는 2014년 스물 한번 째 회원전 이후 8년 만에 재개한 의미가 포함됐다. 주변에 사람 있음이 고맙고 사람 표현하는 것이 즐겁다는 김주환 작가는 매일매일 오늘을 만나고 사고하며 작업한다. ‘삶-축제’의 놀이마당인 화폭으로 각양각색의 무늬를 띠는 삶의 표정을 초대한다. 삶의 시작부터 마지막까지를 향해 내딛는 발걸음 하나하나가, 일상 속에서 이뤄지는 거의 모든 행위가 선택이라는 작가. 그는 살아있다는 것은 선택에서 승리한 결과며, 그 자취는 삶의 기록이라며 삶의 크기, 무게가 어떠하든지 어디에 있든지 살아있는 우리가 있는 곳이 바로 축제의 현장이라고 했다. 순금박 광채의 신비로움이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화려한 발색을 나타내는 중세 유럽의 전통회화 기법으로 그리스도교 도상뿐 아니라 현대적 주제까지 아우르는 송중덕 작가, 그림자로 비치는 나무의 형상을 통해 아련함을 자아내는 강 준 작가. 이 밖에 박종래, 이봉기, 이종한, 유진재, 이원교, 이윤동 작가 등 한국 현대미술을 견인해 온 중견작가 10명이 참여해 한국미술의 치열한 현장을 만나 볼 수 있는 작품 24점을 만날 수 있다. 웨이브는 1984년 조형 이념적 그룹으로 창립해 총 22회의 기획전, 순회전 등을 열어오며 세계 현대미술의 수많은 양식과 경향의 흐름 속에서 다양한 회화적 개념을 수용하고 확산시켜왔다. 창립 초기 탈 이미지의 방법을 추구하는 실험과정, 두 번째는 오브제와 개념주의적 방법에 대한 탐구과정, 최근에 이르는 새로운 형상과 시각의 실험과정을 통해 다양한 양식들과 다원주의적 시각을 형성하는 등 그간 많은 변모를 거쳐 온 것이다. 웨이브 회원이자 갤러리 아래헌 관장인 서양화가 박종래<인물사진> 작가는 “다양한 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나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작가분들 모두 현역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으며, 현대미술의 발전 과정에 한 축을 감당해 온 분들이라 할 수 있다. 한국미술의 역사 안에 기록될 작품이자 한국미술의 현장을 약식으로나마 확인할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다. 우리 지역민들의 문화 저변 확장을 위해 많은 분들이 관심갖고 관람해 주시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갤러리 아래헌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 관람할 수 있으며, 월요일은 휴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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