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웃고 있는 얼굴(Face with Tears of Joy)’이 작년, 세상에서 SNS나 문자를 주고받을 때 가장 많이 사용한 감정 아이콘으로 등극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3년(2019~21) 연속 세계 1위다. 그 뒤를 이어 3년 연속 2위가 소위 하트 뿅뿅의 ‘빨간 심장’이고, ‘엄지척’은 10등에서 4등으로 급상승 중이다. 노란색으로 된 웃고 있는 동그란 얼굴이나 눈에 빨간 하트가 나오는 얼굴 등 이런 종류의 감정 아이콘들을 본 적이 있을 거다. 방금 카톡 보내면서도 사용했을 수도 있고. 이들이 이모지인데, 이모지라고 것은 일본어로 된 조어(造語)로 그림(絵, e)에다가 문자(文字, moji)를 더한 용어다. 처음에는 일본 휴대폰 사용자들 간의 소통의 편의를 위해 제작된 딱 한 글자 크기의 그림문자 정도였다. 그랬던 것이 점점 유행을 타다 보니 여러 이동통신사에 경쟁적으로 도입되면서 인기를 끌게 된 것이다. 이모지와 비슷하지만 조금 헷갈리는 개념이 이모티콘이다. 이모티콘도 조어이긴 마찬가지다. 감정(emotion)과 아이콘(icon)을 합성어로, 키보드에 있는 각종 기호와 문자를 조합하여 만든 것이다. 예를 들어 :) 또는 :-)(옆으로 누운 웃는 얼굴), ^_^(웃는 얼굴), *^^*(반가운 표정), ^^;(쑥스럽게 웃는 모습), ^0^(크게 웃는 표정) 같은 식이다. 엄격히 말해 이모티콘은 컴퓨터 자판에 있는 문자와 부호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고, 이모지는 유니코드 시스템에 들어 있는 그림 문자를 말하는 거다. 말이 나온 김에 픽토그램이란 것도 있다. 왜 화장실 들어갈 때 흔히 볼 수 있는, 검은색 남성, 여성 실루엣을 떠올려 보면 정확하다. 픽토그램도 그림(picture)과 전보(telegram)의 합성어인데, 한마디로 올림픽 같은 국제행사 등에서 볼 수 있는 그림문자다. 의미하는 내용을 상징적으로 시각화하여 사람이 보면 바로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단순하고 또 명료해야 한다. 색상까지 입혀 긴급ㆍ안전ㆍ주의 등의 안내를 표시하는 식이다. 엘리베이터 옆에 흔히 볼 수 있는 초록색의 비상구 표시나 빨간색 금지 표시의 금연 픽토그램이 대표적이다. 이상의 이모지, 이모티콘, 그리고 픽토그램은 각각 나름의 특징도 있지만, 글자로 전달이 잘 안 된다거나 감정이나 분위기 등 그 뉘앙스를 잘 살릴 수 없을 때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주 쓰인다. 생각해보라, 한 권의 두꺼운 책 보다 한 장의 사진이 더 감동적일 수 있는 것이다. 문자를 통한 의사소통에 감초 격인 이모지를 개발하고, 국제표준코드로 제작하고, 발표하는 데가 유니코드 컨소시엄(Unicode consortium)이다. 다(多) 언어 환경과 호환되지 않는 기존 문자 인코딩 스킴(프로그래밍 언어)을 대체할 목적으로 개발된 유니코드 표준을 관리하고 출판하는 비영리 단체다. 유니코드 컨소시엄에서 선정한 올해의 이모지 1~10위 중 웃고 있는 얼굴이 6개나 된다. 올해가 특히 웃을 일이 많았을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코로나 시국에 웃을 일이 별로 없으니 문자로라도 웃지 않으면 힘들어서인지도 모르겠다. 어... 이건 사실 내가 개발한 이론인데, 인간의 얼굴은 원래 웃는 상(相)이다. 치과에서 올바로 양치하는 법을 설명할 때 사용하는 이빨 모형을 보고 생각해낸 것인데, 원래 우리는 입을 벌리지 않았을 뿐 그 모형처럼 입 안 가득 이빨들이 웃고(!) 있다. 생래적(生來的)으로 말이다. 울고 있을 때도, 누군가 질투하고, 욕하고, 눈을 흘길 때에도 입 속은 여전히 웃고 있다. 원래 웃는 상에 대한 문화사적 회귀본능이랄까, 무의식적으로 웃고 있는 이모지를 마구 누르는 진화론적 흔적 남기기 아닐까 싶다. 유니코드 컨소시엄에서 추가한 새로운 이모지 37개가 확정했다. 재미있는 것은 한국식 손가락 하트가 추가되었다는 점이다. 손가락 두 개로 살포시 만들어낸 감추듯 드러내는 한국식 하트가 그냥 마구(!) 빨간 하트를 뛰어넘는 그날을 기대해 본다. K-POP이나 예능을 보고 많이들 따라 하는 모양이다. 또 있다. 성(性) 중립성을 채택하고자 임신한 남성 이모지도 흥미롭다. 트랜스젠더 남성과 간성인(間性人) 등이 임신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유니코드의 범세계적 확대라고 본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