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공산주의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 이런 의문은 적어도 대한민국에서는 매우 조심스러운 주제다. 칼 마르크스가 ‘공산당 선언’을 출판한 것이 1848년이다. 공산주의 이론을 중심으로 최초의 공산혁명인 볼세비키 혁명(1917)이 일어나 제정 러시아가 문을 닫았고 이후 동유럽 국가들이 도미노 현상으로 공산화됐다. 우리나라가 해방된 1945년, 소련에 의해 신탁통치 된 북한에 공산주의 정권이 서고 남한은 미국이 진주하면서 후광을 업은 이승만 정권이 서면서 우리는 본격적인 이념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역사적인 사실을 따지면 분단 전까지 우리나라 전역에서 독립에 결정으로 공헌한 쪽은 일제를 끊임없이 괴롭히며 게릴라 활동을 벌인 좌익계열 독립투사들이었다. 여운형 선생을 위시, 일제강점기에도 이미 전국적인 조직을 가지고 있는 남한의 좌익 사상가들은 해방과 동시에 전국에 인민위원회를 중심으로 자치활동에 들어갔지만 이승만이 실권을 장악한 이후 미군과 그들이 복권시킨 일제강점기 조선 경찰들에 의해 급격히 세력을 잃어갔다.
사회적 기업 ㈜사랑의 집수리 망치와 벽돌 대표이사 겸 사진작가로 활동하는 이정환 대표가 가장 인상 깊게 읽은 책으로 추천한 ‘대륙의 지도자 등소평’은 덩샤오핑(鄧小平·등소평)등소평(등소평)의 셋째 딸 등용이 자신이 본 아버지의 행적을 기억하고 오랜 기간 기록하며 쓴 평전이다. 이 책을 다 읽고 난 이정환 대표는 ‘지금까지 왜 이런 이야기를 아무도 들려주지 않았나?’며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진실에 대해 분통을 터뜨린다. 이정환 대표가 한탄하는 것은 초중고 12년과 대학 4년, 그리고 사회생활하면서까지 세상의 모든 정보들이 마오쩌둥은 물론 대부분 공산주의자들을 천하에 나쁜 놈으로만 몰아왔다는 사실이다. 무턱대고 공산당을 욕하는 역사를 가르친 교사들에게 욕이라고 한바탕 해대면 좋겠다며 교육부재의 과거를 원망한다.
“그렇지 않았나요? 남북한 대치상황이라는 현실을 정권유지의 수단으로 삼았으니 상대를 무조건 악의 무리로 몰아갔던 겁니다”
이정환 대표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받은 반공교육을 떠올리면 공산주의자들은 전부 사람도 아닌 늑대고 붉은 돼지로 묘사된 기억을 떠올린다. 마오쩌둥은 바로 그런 늑대와 돼지들의 수장으로 기억되는 무시무시한 존재다. 아오지 탄광식의 강제노동, 치밀한 감시조직 같은 반인륜적 사회상으로만 대도된 공산권의 이야기들이 이 책을 통해 많은 부분 수정됐다고 털어놓는다.
“예를 들어 덩샤오핑이 강제노동수용소에 잡혀 있을 때조차 하루 노동시간이 3시간밖에 안 되었다는 겁니다. 이런 이야기를 상상이나 할 수 있겠어요?”
이렇듯 ‘대륙의 지도자 등소평’은 덩샤오핑은 물론 대중이 잘못 알아왔던 공산중국의 이미지를 상당부분 중화시킨다. 물론 지금의 덩샤오핑은 이정환 대표가 이전에 알던 덩샤오핑처럼 악의 화신이 아니다. 시중에 나와 있는 덩샤오핑 평전이 수십 종에 이르고 중국인민에 대한 덩샤오핑의 위민사상과 치열한 공산주의 사상가로서의 풍모가 잘 드러난 평전들도 수십 종이나 나와 있다. 공산주의 자체가 하나의 경제적 정치적 수단으로 인정된 2022년 대한민국 지성들은 더 이상 7~80년대식 반공 이데올리기에 빠진 나라가 아니다.
덩샤오핑의 많은 평전들과 달리 ‘대륙의 아버지 등소평’은 그중에서도 특히 덩샤오핑의 인간적인 면들을 부각시킨 전기다. 이 책은 2004년 8월 22일, 등소평 탄생 100주년을 맞아 친딸로서 그의 일생을 가장 잘 아는 등용의 눈으로 기록된 것이다. 이 책은 이미 1993년 ‘나의 아버지 등소평’으로 출간돼 베스트셀러로 알려진 바 있다. 특히 이 책에는 집안의 소소한 일들과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 아버지 덩샤오핑의 세세한 성격과 취미, 숨겨진 습관 등이 기록되어 일반적인 평전들과 다른 읽을거리를 선사한다.
이런 기술은 마오쩌둥의 딸 리민이 아버지 마오쩌둥을 회고하며 쓴 ‘나의 아버지 모택동’과 좋은 대비를 이룬다.
“물론 딸의 입장에서 쓴 책이니 좋은 점만 부각시켰을 수도 있지만 이런 책들이 우리가 젊은 시절에는 아예 세상 밖에 나올 엄두조차 못 냈잖아요. 이런 암울한 문화단절과 교육부재는 앞으로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일입니다”
이정환 대표는 그나마 중년이 되어서라도 이런 책을 읽게 되었으니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아직도 비뚤어진 반공교육에 사로잡힌 채 앞뒤 꽉 막힌 꼰대로 살았을지 모른다며 어이없어 한다.
이밖에도 이정환 대표는 고교시절 읽은 알렉스 헤일리(Alex Haley 1921~1992) 작 뿌리(Roots 1972)를 인종과 종교, 이념을 떠나 사람을 편견 없이 보는 안목을 심어준 책으로 추천했고, 이주노동자의 처절한 현실을 비판한 존버거(John Berger 1926-2017) 제7의 인간(1975) 역시 이와 사람에 대한 편견을 없애는 소중한 책으로 기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