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남아선호(男兒選好) 관념이 상당부분 줄어들었지만 80년대 이전에는 명백히 남녀에 대한 차별이 존재하던 시절이었다.
아들 중심으로 대를 이어야 한다는 인류사에서 전혀 과학적 근거 없는 논리가 엄연하게 지켜지던 시절 아들과 딸은 심한 차별의 대상이기도 했다.
그러나 인류사를 통털어 남성 중심의 부계사회는 고작 1만년도 되지 않았다. 현생 인류인 호모사피엔스의 출현 후 4만년 중 거의 3만년은 여성 중심의 모계사회였다. 사냥이나 씨족 간 전쟁으로 남성의 목숨이 여성에 비해 훨씬 짧았으므로 사회조직이 여성 중심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고대 흉노, 몽골 등 동북아 초원의 국가들과 고구려 풍습인 형사취수제 역시 모계사회의 반영임을 고려해 본다면 우리나라 부계사회 역사는 달랑 1500~2000년밖에 안 되었다.
지난 4월 25일 지연화 씨 페이스북에 아름답고 희귀한 장면이 올라왔다. 무려 일곱 명의 딸들이 엄마를 모시고 가족행사를 하는 모습이었다.
재미있는 것은 똑같이 티-셔츠를 맞춰 입었는데 그 등판에 1딸, 2딸... 7딸까지 쓰여 있다는 것. 그들 끝에는 딱 한 명 ‘아들’의 등판도 보였다. 바로 전설처럼 이야기되는 칠공주 댁 가족행사였던 것이다. 이 사연을 올린 지연화 씨는 7딸 중 제 4딸. 문득 지연화 씨가 태어난 날을 연상해 본다.
아마도 그 영광스러운 탄생의 순간에 틀림없이 ‘아이고 우야노~~’가 먼저 터져 나왔을 법하다. 우리나라에서 셋째딸이 귀여움 받은 것은 셋째딸을 귀애함으로써 딸을 종식시키고자 하는 편향적 염원이 서려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넷째가 또 딸이라면 집안 어른들이 가졌을 법한 안타까움은 가히 말하지 않아도 알 만하다. 지연화 씨가 유난히 에너지 넘치고 뚝심 있는 만능스포츠 우먼으로 보이는 것도 어쩌면 자신 스스로 아들의 역할을 맡아 오래 살아왔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하물며 5딸, 6딸, 7딸은 더 말할 이유도 없었을 테고.
그러나 만약 아들 일곱에 딸이 하나인 가족이었다면 저렇게 아름답고 행복해 보이는 연출을 할 수 있을까? 아마도 어려울 것이다. 며느리들에 휘둘린 아들들이 언감생심 1아들 2아들~ 7아들까지 달기 어려웠을 것이다. 저 행복한 사진 한 장만으로도 아들 낳으면 버스 타고 딸 낳으면 비행기 탄다는 우리네 속담을 여실히 증명하고도 남는다. 7공주에 1왕자까지 다복한 가족들에게 힘찬 박수를 보내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