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스포라(그리스어: διασπορά[*])는 ‘흩뿌리거나 퍼트리는 것’을 뜻하는 말이다. 특정 민족이 자의적이든지 타의적이든지 기존에 살던 땅을 떠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한자어로는 파종(播種) 또는 이산(離散)이라고도 한다. 디아스포라란 본토를 떠나 항구적으로 나라 밖에 자리 잡은 집단에만 쓴다.
경주역 앞 북정로나 성건동은 외국인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밤의 시내 거리는 어둡고 외국인들이 몰려 있어서 성인 남자도 혼자 걷기 두렵다. 과거 신라백화점 자리는 상당히 규모가 큰 다이소가 들어 왔지만 외국인들이 더 많다. 무언가 이질감이 들고 지역사회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인류에 대한 보편적인 존중이란 차원에서 매우 비뚤어진 생각이다. 그들이 사는 거리나 관광객이 넘치는 황리단길은 똑같이 중요하다.
젊은 관광객들이 찾는 황리단길은 활력이 있지만 주중에 그들이 떠나면 활력을 잃는다. 경주 시가지 상가는 공실이 너무 많다. 천정부지로 솟는 황리단길은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나기 직전이고 시내와 성동시장은 문 닫은 점포가 너무 많다. 구도심에는 노인들만 살고 젊은 사람들은 황성동과 용강 쪽에 살아 구 시내와는 교류가 없다. 경주역이 사라져서 도심이 더 빨리 공동화 되어 가고 있다. 구 시내는 노인들만 살고 있고 110년 이상의 전통 있는 계림초등학교는 시골분교 수준으로 작아져 도심은 도시재생 같은 특별한 조치를 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경주만 겪는 일인 것 같지만 우리나라 대부분의 중소도시가 겪고 있는 일이다.
많은 중소도시가 위기의 시간을 걷고 있다. 코로나 이후 더 심해지고 있다. 일부 인기 있는 관광지를 제외하고는 활력을 잃어간다. 그런 반면 많은 도시가 노화하는 도시는 내버려 둔 채 개발자본과 지역정치가 결합하며 여기저기에 신도시를 만드는 바람에 구 도심은 더 활력을 잃어간다. 어떻게 하면 도시에 활력을 일으킬 수 있을까?
생각보다 간단할 수 있다. 현재 경주에 살고 있는 사람만이 아니라 살고 싶은 도시를 만들고 사람들이 찾아오게 만들면 된다. 외국인들도 쉽게 정주하면서 그들의 삶의 뿌리를 내릴 수 있는 열린 도시를 만들면 된다. 남해는 외국에 나가 있는 한국인들의 노후를 남해로 데려와서 독일마을을 만들었다. 경주에도 일본인 마을이 있고 고려인 마을이 있다. 경주에도 차이나타운, 베트남거리, 태국거리를 아예 관광지화 하면 어떨까?
필자는 해외로 출장 갈 때는 현지에 정착한 한인 마을이나 식당을 찾아간다. 아무리 바빠도 현지의 한식을 먹는 것을 룰처럼 가지고 있다. 외국에 정착한 현지 한식당에 가면 지친 출장이나 여행에서 발견하는 오아시스처럼 편안함을 느낀다. LA에서 먹는 김치찌개와 스톡홀름이나 타슈켄트, 홍콩, 푼타아레나스, 말라보에서 먹는 김치찌개가 같은 듯 맛이 다르다. 한국을 떠나 전 세계 각국의 거리에서 정착해 그 나라의 재료로 만들어낸 한식은 같지만 다르다. 그 맛을 보는 한국에서 온 여행자의 입맛은 행복하다.
입장을 바꿔보자 외국관광객들이 엔데믹 이후에 경주에 오더라도 자국 거리를 만나거나 자국의 음식점을 만난다면 좀 더 편안함을 느끼고 더 잘 찾아 올 수 있지 않을까? 그러면 더 많은 경제 활성화를 이룰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경주의 물품과 식재료가 더해진 그들 나라의 국가 음식을 경주에서 먹으면 경주여행의 또 다른 특색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경주라는 좁은 도심에서 전 세계를 만날 수 있으면 황리단과 또 다른 매력으로 경주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외국인들이 정착할 수 있는 도시라면 내국인들은 더 쉽게 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경주는 열린 도시가 되고 세계 속의 도시가 되면서 전 세계인들이 찾고 싶어 하는 도시가 되면 디아스포라가 꽃을 피는 멋진 도시가 되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서도 인종과 피부색, 후진국에서 온 사람들이라고 깔보거나 무서워 하는 섣부른 선입견을 버리고 그들 모두가 똑 같은 우리 국민이고 이웃이라는 생각을 명확히 가지자. 그래야 디아스포라들이 경주에 즐겨 안착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