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의 3번 교향곡 영웅은 하일리겐슈타트 유서(1802) 사건 이후 중기를 대표하는 작품이다. 초기의 작품에 하이든과 모차르트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면, 중기의 작품은 전에 없던 베토벤 특유의 음악성으로 고전파 선배들의 영향력에서 벗어난다. 영웅은 음악 자체가 묵직하고 장중하다. 길이도 파격적으로 늘어난다. 이전 고전파 교향곡은 기껏해야 30분 정도였지만, 영웅은 무려 50분에 달하는 대작이다. 훗날 9번 합창과 낭만파 교향곡의 대작 경향에 초석이 된 작품이 되었다. 고전파 형식을 준수하는 작품이었지만, 동시에 파격을 보이기 시작한 작품으로도 기억된다. 영웅교향곡은 나폴레옹 관련 일화로도 유명하다. 원래 영웅교향곡에서 ‘영웅’은 나폴레옹이었다. 공화주의자였던 베토벤은 나폴레옹이 프랑스혁명(1789)의 과업을 완수할 거라는 큰 기대를 가졌다. 하지만, 나폴레옹은 1804년 스스로 황제가 된다. 이에 배신감은 느낀 베토벤은 표지에 쓰여 있는 나폴레옹의 이름 ‘보나파르트(Bonaparte)’를 박박 지워버린다. 얼마나 화가 났으면... 교향곡 5번 운명은 베토벤의 분신인 양 오늘날 가장 인기 있는 오케스트라 작품 중의 하나다. “빠바바밤~” 운명의 노크소리가 울려 퍼질 때, 우리는 베토벤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다. 설령 운명이라는 곡 이름은 기억하지 못할지언정 이 특유의 멜로디를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다. 예전에 교향곡은 운명 하나뿐인 것처럼 인식했던 시절도 있었다. 그만큼 운명교향곡은 강렬하다. 베토벤의 교향곡은 홀수 넘버의 작품들이 사랑을 많이 받는다. 3번 영웅, 5번 운명, 9번 합창. 작품 나열만으로 흥분되는 명작들이다. 하지만 교향곡 7번을 좋아하는 사람도 은근히 많다. 특히 마지막 부분은 베토벤이 취중에 작곡하지 않았느냐는 의심을 살 정도로 끈적끈적 매혹적이다. 하지만 2악장만은 다르다. 구슬픈 멜로디가 아름답다. 7번, 교향곡 2악장은 영화 킹스스피치(The King`s Speech/2011)에서 감동스럽게 만날 수 있다. 킹스스피치는 말더듬증을 가진 영국왕 조지 6세와 이를 치료하려는 라이오넬 로그의 우정을 그린 영화다. 2악장은 영화 말미에 히틀러에 맞서 결사항전을 독려하는 조지 6세의 대국민 연설장면에 흐른다. 국왕은 말을 거의 더듬지 않고 연설을 하여 콤플렉스에서 벗어나고, 영국 국민들은 국왕의 연설에 위안을 받는다. 무척 진지하지만 약간은 코믹스러운 분위기 속에 2악장의 음악은 묘하게 빛을 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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