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락당의 가을.
섬세한 펜으로 고왔던 어머니의 얼굴에 새겨진 깊고 짙은 삶이 흔적을 표현한다. 화려한 색채의 독락당 가을 풍경이 철저히 계산된 다양한 모노톤으로 구현된다.
펜드로잉 작가 허진석의 개인전 ‘사람과 자연’이 경주예술의전당 갤러리 달에서 오는 5월 1일까지 진행된다.
알천미술관 전시공간프로젝트 ‘공유’로 마련된 이번 전시에서 허진석 작가는 ‘어머니’ ‘양동마을’ ‘독락당의 가을’ ‘달빛능선’ ‘야화’ ‘달빛 물든 버들’ 등 인물과 풍경, 자연을 담은 펜화 22점을 전시한다.
인천 출신인 허 작가는 20대 시절 디자인 사무실에서 일러스트 작가로 활동했고, 출판, 신문, 방송 등 삽화 일러스트를 아날로그 작업 방식인 펜으로 그려왔었다. 그것이 계기가 돼 자연스레 전업 작가가 됐다는 허 작가는 모노톤으로 구성된 펜화의 개성과 매력에 매료됐다고 했다.
“환경운동가는 아니지만 자연이 훼손되는 것을 굉장히 싫어합니다. 아름다운 자연을 제 작품에 담았고, 그 안에 사람이 모티브로 들어갔죠. 자연과 사람이 오버랩 돼 자연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여체의 라인을 차용해 사람도 자연의 일부분이라는 것을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스스로를 자연 애찬론자라고 말하는 허 작가는 늘 새로운 변화를 위해 끊임없이 시도하고 연구하며 펜화 장르에서 주요인물로 떠오르고 있었다. 보통 펜화가들이 형태를 만들기 위해 외곽라인을 그리는 것과 달리 허 작가는 외곽라인 없이 자신만의 독창적인 기법으로 사물을 표현하고 있다.
표현의 깊이가 다른 만큼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는 작업과정이지만 허 작가의 이런 기법은 현재 많은 펜화가들에게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지난해 말 인사동에서 펜화 개인전을 가졌던 허 작가는 지역에서 활동함에도 불구하고 많은 수가 그의 전시장을 찾았다. 그의 활발한 SNS 활동이 국내외 펜화 저변 확대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는 것이었다.
한국수채화협회 박 용 경북지회장은 “펜화는 선의 굵기에 따라 감정 기폭을 담아내며 마티에르의 농밀함은 사물을 재현하는 깊이감을 높여 보다 실재적 사실감에 이른다”면서 “인물, 또는 우리에게 낯익은 주요 문화재와 전국의 아름다운 풍경을 펜촉으로 작도한 ‘펜화의 달인, 허진석의 작품은 그만한 천착의 시간을 거쳐 왔기에 지금의 경지에 이를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하지만, 작가의 뛰어난 감각적 필촉은 독보적이다”라고 평했다.
“경주 내려온 지 20년이 됐습니다. 30여년간의 펜화작업을 해왔고, 경주, 포항에서 활동을 하고 있지만 아직 펜화에 대해 생소하신 분들도 많습니다. 기회가 되면 외국에서도 펜화 전시를 가질 예정이며, 펜화가 우리 지역은 물론 국내외에서 많이 알려지길 기대합니다”고 밝혔다.
허진석 작가는 일러스트 작가이자 펜화 작가로 네 번의 개인전과 단체전 200여회를 참여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경북창작미술협회, 한국펜화가협회, 아트비젼스페이스, 구상회, 포항예술문화연구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환경미술대전 심사위원을 역임했고, 동국대 사회교육원, 지역문화센터 강사, 소금화실 아트클래스를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