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년에 ‘미드나잇 블루(Midnight Blue)’란 제목의 팝송이 선물처럼 찾아왔다. 당시 고교생인 필자는 기분 좋으면 마냥 ‘미~드나잇’하면서 흥얼거렸던 기억이 있다. 분명히 기억하건데, 성악가의 창법이었고 몽환적인 느낌의 달콤한 노래였다. 이 노래를 부른 루이스 터커(Louise Tucker/1956-)는 본업이 오페라 가수다. 그녀는 영국의 브리스톨에서 태어나 런던의 명문학교인 길드홀 음악원에서 오페라 성악을 공부했다. 이후 오페라 가수로 무대에 올랐지만, 돌연 대중가요 가수로 변신했다. 미드나잇 블루는 그녀의 데뷔곡이다. 그런데 미드나잇 블루는 놀랍게도 베토벤의 작품을 모티브로 한다. 베토벤의 3대 피아노소나타 중 하나인 8번 비창 2악장의 멜로디에 가사를 얹은 것이다. 따라서 미드나잇 블루는 작품도 가수도 클래식에 기반을 두고 있는 대중가요인 셈이다. 요즘에는 성악가가 대중가요를 부르는 모습이 익숙하지만, 1980년대에는 흔한 일이 아니었다. 메조소프라노인 루이스 터커의 목소리는 대중가요 시장에서 차별성을 가질 수 있었고, 바로 히트곡 대열에 합류했다. 마치 태풍의 눈이 되어 유럽의 인기차트를 휩쓸었고, 앨범은 5백만장이나 팔려나갔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었다.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우리나라에서도 성악가가 대중매체에서 버젓이 대중가요를 부르는 일이 일어났다. 작년에 별세한 가수 이동원은 당시 서울대 음대 교수였던 테너 박인수와 듀엣으로 ‘향수’라는 곡을 불렀다. 그때가 1989년이다. 당시에 향수는 거의 국민가요처럼 불렸다. 루이스 터커의 미드나잇 블루가 향수의 흥행에 당연히 큰 영향을 미쳤다. 베토벤 피아노소나타 8번 비창은 1799년에 작곡된 것으로 보인다. 20대 후반으로 청력에 이상이 생긴 시기다. 하지만 유서를 쓸 정도로 좌절한 시기는 아니다. 그래서 모차르트의 향기가 풍긴다. 아무 정보 없이 이곳을 들었을 때, 베토벤의 작품이라기보다는 모차르트의 작품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또 이작품은 모차르트의 후계자(필자가 생각하기에 그렇다)인 차이콥스키의 동명작품에도 살짝 끼어 있다. 6번 비창교향곡 1악장을 들어보면 비숫한 멜로디가 발견된다. 이것은 우연일까, 필연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