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퀸(Queen)은 80년대 일부의 사람들에게는 뜨거운 감자였다. 음악의 완성도나 열정을 떠나 내놓고 좋아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분명히 존재했다. 사회적 편견이 지금보다 훨씬 심할 때였고 특히 에이즈나 동성애에 관한 한 죄악시 되던 시기이기도 했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그 모든 편견들이 일거에 무너진 사건이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2018년)’였을 것이다. 세계를 강타한 퀸 공연의 완벽한 재현은 그 시대 음악 팬과 지금의 신세대를 가리지 않고 거대한 용광로처럼 세상을 락 밴드 ‘퀸(Queen)’의 세상에 몰아넣었다.
“저는 그림 그리는 사람이지만 이 영화를 미술 관련 영화에 양보할 수 없었어요”
JJ갤러리 관장 겸 ‘공간접기’로 자신만의 미술 영역을 개척한 김정자 화백은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인생영화로 추천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제가 좀 이상하게 보일지 몰라도...’라는 단서를 붙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오래 묵은 선입견에 대한 트라우마일 것이다.
“제가 이 영화를 좋아하는 것은 감동적인 음악에 매료되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프레드 머큐리’의 열정적인 삶에서 얻은 공감대가 커서이기도 합니다”
김정자 화백은 이 영화를 보면서 사람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했을 때 가장 행복하다는 사실과 꿈을 가지고 있으면 언제건 반드시 그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분명히 믿게 되었다고 영화의 가치를 설명한다.
“사실 어린 시절 그림보다는 공부하기를 바라신 부모님의 뜻을 이기기 어려웠어요. 그래도 지금 이렇게 그림을 그리고 있으니 얼마 행복한지 모릅니다”
보헤미안 랩소디는 퀸의 리드 보컬 프레디 머큐리(1946~1991)의 열정적인 음악인생을 담은 영화다. 영국령 인도의 잔지바르 스톤타운에서 영국 총독부 공무원의 아들로 태어난 프레디 머큐리, 인도명 파로크 불사라는 1964년 아랍인과 인도인을 위협하는 혁명을 피해 영국으로 이주한다. 런던의 일링 예술대학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공부한 프레디는 음악에 더 관심이 커 여러 밴드 활동을 하다 평생지기이자 맴버인 기타리스트 브라이언 메이, 드러머 로저테일러가 활동하는 ‘스마일’이라는 밴드에 합류한다. 1971년 퀸으로 이름을 바꾸고 자신의 이름도 프레디 머큐리로 개명한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는 바로 이 스마일 합류 지점에서 시작한다.
영화를 보신 분들은 모두 확인했다시피 이때부터 프레디 머큐리는 쟁쟁한 명곡들을 히트 시키며 퀸을 세계적인 밴드로 키운다. 그들이 부른 명곡들과 노래에 따른 에피소드들도 이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재미다. 프레디 머큐리에 완벽하게 빙의한 주연 라미 말렉의 신들린 듯한 연기와 출연자들의 놀라운 퍼포먼스 역시 전기영화를 보는 즐거움을 차고 넘치게 보여준다.
“특히 마지막 공연장면은 영원히 잊을 수 없는 명장면일 겁니다”
김정자 화백이 강조한 마지막 공연 장면이란 1985년 7월 13일 런던의 웸블리 경기장과 미국 필라델피아 존 F. 케네디 경기장에서 동시에 열린 자선공연 ‘라이브 에이드(Live Aid)’다. 당시의 기라성 같은 락 그룹들이 참여한 이 공연은 세계에서 무려 15억 명이 텔레비전을 통해 봤으며 에티오피아 기아구제를 위해 당시 돈으로 수백만 달러의 기금이 조성되는 등 숱한 화제를 뿌렸다. 영화는 그 라이브 에이드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은 퀸의 프레디 머큐리가 에이즈에 걸린 상태에서 미친 듯 쏟아내는 폭발적인 공연장면을 완벽히 재현해 특별한 감동을 준다.
그런 열정을 자신도 작품 속에서 담고 싶다는 것이 김정자 화백의 솔직한 바람이다. 경주와 인근 도시 미술인들을 위한 전시공간인 JJ갤러리를 운영하는 한편 공간접기라는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영위하는 데도 바로 이 열정이 큰 몫을 한다고 고백한다.
올해 5월 자신의 JJ갤러리에서 개인전, 9월 15일부터는 경주예술의 전당 알천갤러리에서 초대 개인전, 11월~12월 중에는 경주문화엑스포 공원 내 솔거미술관 초대 개인전을 각각 준비하고 있는 김정자 화백은 이 자체로 자신의 열정을 보여주고도 남는다. 영화의 제목에 나온 ‘보헤미안’은 체코 서부 보헤미아 지방 사람을 일컫는다. 프랑스 사람들이 춤과 노래를 즐기며 떠도는 사람들을 보헤미안으로 착각해 부르기 시작했지만 지금은 사회적 관습이나 규율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예술가들을 통칭하는 명사가 됐다. 김정자 화백의 미술에 대한 지치지 않는 열정과 세계 영화 팬들을 열광시킨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장르를 넘어 절묘하게 크로스 된다.